방치되는 우리 아이들의 성(性), 이대론 안 된다!
방치되는 우리 아이들의 성(性), 이대론 안 된다!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채성욱
  • 승인 2017.08.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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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채성욱 선생의 ‘학교’

지난 6월 13∼14일에는 1박2일 동안 용인으로 학생 수련회를 다녀왔다. 우리 학교는 5학년이 2박3일 수학여행, 6학년이 1박2일 수련회를 가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 6학년 아이들은 작년에 수학여행을 며칠 앞두고 경주에서 지진이 나는 바람에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수련회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첫 여행이 되어 버렸다. 어찌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들떠 있는지 전체 분위기마저 흐트러지는 바람에 출발하기 전에 몇 차례 혼을 내기도 했지만 무난히 잘 준비해서 다녀왔다. 그러나 문제는 다녀온 바로 다음 날 터지고 말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친구들이랑 어디 가거나 학교에서 수학여행 같은걸 가면 밤늦도록 안 자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때론 작은 일탈 행동을 하기도 했었다. 나는 심지어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옆 숙소에 있는 여자아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우리 숙소 담을 넘었다가 선생님께 죽도록 혼이 난 적도 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처음 나온 수련회니 아이들이 일찍 잠을 잘 리가 없었다. 자라고 불을 끄고 엄포를 놓아도 방마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은밀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진실게임이다. 절대 비밀을 지켜준다는 순진하고, 멍청하고,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한 다음에 각자 다른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이다. 수련회에서도 남자아이들 방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진실게임이면 언제나 나오는 단골 질문은? 그렇다. 누구 좋아하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던 모양이었다.

당신은 어떤 대답과 장면을 상상하는가? 질문을 받은 아이가 부끄럽게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뭉그적거리면서 이야기 안 하다가 친구들의 등살에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아이를 털어놓으면 다른 아이들이 자지러지면서 낄낄거리고 대답한 아이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그런 대답과 장면을 상상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너무나도 순진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을 모르는 것이다.

질문을 받은 남자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OO이 너무 예쁘지 않냐? 몸매도 좋고. 난 OO이랑 섹스하고 싶다.(아이들을 한 명씩 지목하며) 너는 안 그러냐? 너희들은 안 그래? 난 OO이랑 섹스하고 싶다. 걔랑 섹스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믿기지 않겠지만 6학년 남자아이의 대답이 이랬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고 보이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그저 순진해 보이는 작은 남자아이는 자신의 성기를 누군가에 쑤셔 넣고 싶어 하는 한 마리의 수컷으로 변해 있었다. 이 아이에게 좋아하는 감정이란 섹스를 하고 싶은 성욕과 직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성욕이 해결되는 것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년에도 똑같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작년에는 수련회가 아니라 교실에서 남자아이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 그리고 올해 장소만 다를 뿐 똑같은 사건이 또 터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아이들이 문제가 많거나 가정에서 방치되는 아이들도 아니다. 전에 쓴 것처럼 우리 학교는 도시 속의 시골학교 같은 그런 곳이다. 맞벌이 가정도 적고 아이들의 전반적 분위기도 착하고 순진하다. 학구도 대부분 중형 아파트이고 아이들 가정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은 중상급의 학교다. 그럼에도 해마다 이런 사건이 터진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 성 의식이 얼마나 문제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내뱉은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철없이 흘러 다니는가는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진실게임이었음에도 바로 다음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남자아이가 해당 여자아이에게 ‘**이가 너랑 섹스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버렸다. 그것도 낄낄거리면서 장난으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수치스러움과 공포에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나마 올해는 나은 편이었다. 작년에 같은 말을 들었던 여자아이는 학교를 못 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으니 말이다.

정말 고맙게도 몇몇 여자아이들이 어렵게 담임을 찾아주었다. 경력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련한 담임은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였다. 말을 한 아이, 말을 전한 아이들을 상담실로 불러서 있었던 일을 글로 쓰게 했고 학교 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생활부장교사, 교감, 교장에게 즉시 보고하여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아이가 쓴 진술서를 근거로 해당 부모에게 연락을 취하고 의견을 조정하였는데 다행히 남자아이 부모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여자아이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학교 차원에서는 남자아이와 다른 주변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담교사, 보건교사, 담임교사, 생활인권부장교사가 돌아가면서 상담을 실시하고 있고 다른 6학년을 대상으로도 보건교사와 각 반 담임교사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상담 결과와 지도 결과를 지속적으로 함께 공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로 한 상황이다. 그나마 남자아이의 학부모 의식 수준이 정상적이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작년에는 남자아이 쪽 학부모가 남자아이가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바람에 여자아이 부모가 뒤집어져서 일이 제법 커졌으니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만 해도 27명 전원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는 특별히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별것 아닌 검색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자극적인 영상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어쩌다 야동이나 야사(사진)를 구한 사람이 있으면 메신저를 통해 무한으로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그냥 티브이만 틀어 보자. 아이돌 그룹들은 남자고 여자고 가릴 것 없이 벗고 흔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빨래판 복근이 어쩌고, 허벅지가 어쩌고, 아찔한 어디 부위가 어쩌고 등의 기사 제목은 이제 자극적이지도 않다. 인터넷 신문의 광고 배너를 한번 보자.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려고 클릭 몇 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는 일부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랍시고 함께 나오는 내용은 그야말로 아이들이 볼까 봐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이처럼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들이 자라온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이미 성으로, 그것도 매우 왜곡되고 저질스러운 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았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요즘 아이들이 어쩌니 하면서 아이들 탓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전엔 어느 으슥한 곳에서 은밀하게 구할 수 있었던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클릭 몇 번이면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백 퍼센트 어른들 덕분이지 아이들 탓이 아니다. 이렇게 접한 정보들은 당연하게도 우리 아이들의 성을 상품화하고 왜곡시키며 단순한 욕구 해결에 초점을 맞추게 만든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 현장의 성교육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정해진 대로 가르치길 바라는 사람들이 교육부, 교육청이건만 정작 성교육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교재도, 전문 상담사나 강사에 대한 지원도 거의 없다. 그나마 얼마 전에 나온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라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솟구친다. 사실상 학교에 제대로 배치도 되지 않은 상담교사나 보건교사가 성교육까지 엉겁결에 맡고 있고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방식과 가치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보건교사가 정기적으로 성교육을 하도록 하고는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이나 내용이 전문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게 많다. 사전에 아이들이 얼마나 잘못된 성에 노출되었는가를 선별하고 그에 맞게 수준별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모아 놓고 일괄적으로 지도하다 보니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아이들을 하나로 모아 놓고 자궁이 어쩌고, 음경이 어쩌고를 가르치는 것은 이미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에게 물이 무엇인지, 수영장이 어디인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사항, 물에서 안전하게 노는 법, 수영하는 방법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보건교사나 성교육 담당 교사가 도대체 아이들을 어디까지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흥분한 똥파리나 동굴 속 박쥐처럼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성을 교육 현장에서 사실상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까지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의 성이란 거의 방치되는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우리 아이들의 성은 어른들 덕분에 이미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4학년 아이가 야동을 보면서 자기 동생에게 그대로 해보려다가 부모에게 걸린 적도 있었고 6학년 여자아이가 마치 포주처럼 동급생인 지적장애 여자아이를 중학교 오빠들에게 성관계 파트너로 소개하고 소개비를 챙긴 사건도 경험했다. 충격적인가? 뉴스를 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의 성범죄가 뉴스로 올라오고 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여중생을 성폭행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지를 않나, 학교 수업 시간에는 교사를 보며 집단 자위행위까지 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어른들은 이 모든 것이 아이들 탓이라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진흙탕을 만들어 놓고 신발에 왜 그리 진흙이 묻었냐며 아이들을 혼내는 우스운 꼴이다. 물속에 밀어 넣고는 왜 이리 젖었냐고 혼내는 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물을 피할 수도 없다. 소라넷을 보라. 폐쇄하는 정부를 비웃듯이 다른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지 않았나?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 보지 말라고 하는 대신 물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이미 다다를 대로 다다랐다. 성과 관련하여 지금 아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나설 때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아이들의 성 의식을 바로잡고 새로운 성교육의 뼈대를 잡을 수 있도록 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 아이들의 현재 성 의식 수준을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이고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지도를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해야 하며 성에 노출된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현장에서 지도할 수 있도록 성교육 매뉴얼과 자료를 제작 배포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과 교사들까지 지도할 수 있는 성교육 전문 강사 등을 양성하여 교육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또한 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일어날 경우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학교 차원이 아니라 각 지역 교육청 단위로 구축해야 하며 문제가 있는 경우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강제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성범죄는 재범률도 매우 높아서 1/3 정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하고 범죄 자체를 숨기거나 심지어 강간을 당한 여성에게 얼마나 저항했는가를 캐묻는 등 성범죄를 피해자들 탓으로 뒤집어씌우기만 한다. 그리고 화학적 거세, 형량 강화 등의 처벌만으로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의 내면에는 개인의 왜곡된 성, 왜곡된 욕구가 도사리고 있다. 이 악의 씨앗은 이미 아이들 때부터 자라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서 이 악의 씨앗을 뽑아 버리고 현대 사회에 알맞은 건강한 씨앗을 심어 줘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적으로 아이들의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성범죄가 감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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