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

 

- 불교와 민주화와의 관계는.

▲ 사회민주화가 곧 불교의 중생 ‘각’(覺) 운동이다. 깨달을 ‘각’ 운동을 말한다. 중생들이 깨달으려면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여건을 갖춰야 한다. 사회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다. 민주시민이란 제도와 법 지식을 통해 기본적인 권한을 누리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1단계다. 2단계는 선진국다운 민주시민사회다. 그런데 민주시민이 됐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건 아니다. 자아를 찾는 단계에 진입한다. 나는 왜 태어나 어디로 가는가, 진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 한 차원 높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 종교다. 불교중생 ‘각’ 운동은 민주교육, 민주시민교육과 같다. 불교는 매우 현실적인 종교다. 하지만 불교는 근현대사에서 서구문명 세력을 끌어들인 기독교나 천주교의 정치적 힘에 밀려 현실적 사회참여가 늦어지게 됐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 해방 이후 대한민국 최초로 정부수립이 될 당시 진보진영의 김구, 여운형, 박헌영 선생은 정치적 조직이 잘 갖춰진 상태였지만, 미국에서 갓 귀국한 이승만은 자신의 세력이 없었다. 해방 이후 초기 친일파 척결을 열렬히 외쳤던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해체시키고, 친일파를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친일파들은 반민특위에 맞아 죽을까봐 숨죽이고 있던 터였는데, 이승만에 의해 국회의원과 장관 등 요직에 다시 등용되면서 득세했다. 기독교인이던 이승만은 미국 기독교를 받아들여 전국을 부흥장으로 만들었다. 그로인해 보수기독교인들이 양산되었고 이들은 정권의 힘을 입어 사회참여에 나섰다. 반면에 불교는 내부진통을 겪고 있었고 재정문제로 사회참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복지시설과 유아원 운영권은 모두 기독교단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본래 불교의 현실참여는 기독교와는 본질이 다르다. 불교는 수천 년 동안 민족과 민중을 위한 호국불교로서 헌신해온 역사적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에는 승병으로 참여했고, 고구려 때는 을지문덕 장군과 함께 승병들이 나섰다. 기독교는 그런 역사가 없다. 근대에 와서 이승만 정권과 결을 같이 하면서 지금까지 흘러왔다. 늦어졌지만 불교가 이제부터라도 그 일을 해나가야 한다.

 

- 지금 시점에서 정부와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시민들에게 민주화교육을 하는 일이다. 촛불혁명이 수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수구보수진영이 다시 촛불시민을 꺾는 기술을 개발해서 죽기 살기로 맞장을 뜨게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박원순 시장도 문재인 대통령처럼 공로가 큰 분이다. 광화문 촛불항쟁도 박 시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시 청소공무원들이 휴지도 줍고 청소를 도맡아해줬기 때문에 촛불항쟁도 가능했다. 현 정부는 민주시민교육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개혁과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교육회관 등 교육장을 새로 지으려고 하면 그만큼 늦어진다. 지자체 건물을 빌리거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서 철저한 민주시민교육에 매진해야 할 때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려면 돈도 필요하다. 그래서 각 지자체와 역할분담을 잘해야 한다. 정부는 시설비 지원을 통해 지자체를 돕고, 지자체에 시민교육 역할분담을 유도해서 전국을 민주교육장으로 활용하면 된다. 5년 동안 사활을 걸고 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신과 맥을 전국 방방곡곡 밑바닥까지 어떻게 확산시키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민주시민교육에 집중하려 하는데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던 예산을 꿔와서라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 사업회는 현재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돼있다.

▲ 원칙적으로 본 사업회는 독립단체가 되어야 맞다. 더 발전하고 발전해서 국가의 예산지원은 받되, 간섭을 받으면 안 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강제로 뺐었다. 예산은 적게 주면서 정권의 지배통치하에 두려고 했다. 그러면서 추종세력들을 진급시켜 요직에 앉혔다. 이사장을 낙하산으로 앉혔고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귀속시켰다.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본 사업회를 당장 해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각계에서 덕망 높은 인사를 영입하도록 하고 있고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시민교육 예산증액을 요청했고, 다음 추경에서 반영해줄 것을 다짐받았다. 향후에도 정부 도움은 받되 불간섭을 원칙으로 할 것이다. 지금도 다양한 세미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도 다양한 사업 지원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와 베를린도 가고, 다른 단체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사지원을 요청하면 도와준다.

 

- 지난 5월 제6대 이사장을 맡았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 올해는 민주화운동을 해오면서 모아 온 기념자료들을 ‘아카이브’해서 완료할 계획이다. 본 건물 위층은 민주화운동 기념자료로 가득하다. 그중 뺄 것은 빼는 등 분류작업을 새로 해야 한다. 이것도 돈이 드는 대규모 작업이다. 예산지원이 따라야 기념관도 독립된 곳에 지울 수 있다. 정부예산으로 사업회 본부 건물을 지으려하면, 부산 등 대도시 지부에서도 서로 건물을 지어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건물 1~2개 지으려면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여건상 어려운 일이다. 기념관을 건립하고, 민주시민 교육차원에서 지자체와 네트워크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