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농업⋅안보 말살 신자유주의 ‘악의 꽃’”
“한·미FTA, 농업⋅안보 말살 신자유주의 ‘악의 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10.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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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1회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신자유주의 무역개방정책의 폐해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농민들이 극심한 가난에 내몰리면서 양극화가 가속화 됐다. 한국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으로 농산물 수입이 시작됐고 이후 모든 피해가 국민과 농민들의 몫이 됐다. 부당함에 필사적으로 맞섰던 백남기 농민은 공권력의 압살로 세상을 떠야 했다. 농업을 외면한 정부 정책에 분노한 농민과 국민들은 ‘촛불정권’을 탄생시켰다. 바야흐로 각 분야별 헌법 개정운동이 뜨겁다. 농업 분야도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업인들은 지금이 농정개혁의 최대 적기라고 본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온 세계를 덮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의 파고가 한국농업을 집어 삼켰다. 정부의 농정외교 실패도 한몫을 했다. 잇따른 불평등한 농업협정으로 쌀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매년 의무 수입하는 40만 톤의 쌀은 ‘농업-농민-농촌’ 3농(三農)의 피폐화를 불러왔다. 쌀값은 30년 전 그대로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농업을 외면했다. 미국은 ‘FTA 재협상’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재협상에 있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농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김영호 의장은 “한․미FTA는 농업말살의 정점에 서 있는 악의 꽃이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지금 트럼프와 아베가 한반도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1%의 기득권 세력들이 70년 넘는 세월동안 농민에게 고통만 안겨주었다. 지금 자동차나 쇠고기, 쌀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우려먹어온 FTA와 한․미방위협약이 경제, 안보적으로 우리를 꼼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놓았다”고 말한다. 2016년에 이어 연임하고 있는 김 의장은 지난 10월 18일 농민기본권 실현을 위한 ‘농민헌법운동본부’ 출범식을 국회에서 열기도 했다. 그는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기회를 통해 미래 30년 농업입국 기틀을 만들 농민헌법개정에 국민 뜻을 모으고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용산 전농본부에서 김 의장을 만났다. 그에게 120여 년 전 척양척왜(斥洋斥倭) 동학혁명 때와 현 시국을 비교하는 첫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120년 전과 같다”였다. 김 의장에게 최근의 ‘농업-안보-경제’ 위기 속 식량문제와 농민직불금제, 정부의 농정공약, 농업헌법개정 문제, 한․미FTA 문제 등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

 

- 작금의 농업 현실과 120여 년 전 동학농민혁명 때를 비교한다면.

▲ 1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반도의 역사는 항상 강대국에 의지하며 사대주의로 흘렀다. 현재도 기득권 수구세력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고, 안보불안을 조장해 미국 군사력에 의지한 채 보수결집을 강화하고 있다. 남북한 민간-경제 교류는 ‘올 스톱’ 상태다. 오로지 미국에만 매달린 채, FTA 체제로 묶고 경제와 안보를 저당 잡혔다. 이런 종속적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을 왕이 좌지우지했던 시대적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1894년부터 미국과 일본 등 외세들이 우리에게 깊게 심어놓은 이런 체제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지배를 과감하게 떨쳐버리려는 외교노력도 없다. 남북문제 해결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자주적 외교는 실종됐다. 남북한은 항상 전쟁직전 상태고, 분단은 고착화 되고 있다. 촛불혁명은 이런 것들을 깨려는 정신이었다. 위대한 시민들은 지금 멈춰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이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 최근에 개봉한 ‘남한산성’을 보면서 현 시국과 너무 흡사하다는 걸 느꼈다. 뭔가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우리 역사는 한․미FTA라는 덫에 걸려 미국에 끌려 다니는 경제-안보의 종속체제다. 이번 재협상에서도 쇠고기와 쌀을 더 수입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약점들을 꿰뚫고 있다. 이걸 빌미로 무기를 팔아먹으려 술수를 쓰며, 더 큰 건을 잡으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지도 모른다. 장사꾼들의 기본마인드가 그렇듯이 항상 약점을 건드린다. 한국의 최대 약점인 농업문제를 앞에서 먼저 후려치고 나서, 뒤에서는 조용히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값비싼 전쟁무기를 팔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그것도 수십 조 원씩이나 하면서 AS도 안되는 썩은 무기들이다. 한국은 FTA 조약에 따라 매년 40만8000톤의 쌀까지 사주고 있다. 이번 재협상에서는 이런 것들을 절대 받아주면 안 된다. 폐기해야 한다. 농민들은 지금 ‘재협상? 어차피 잘됐다. 이번에 폐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제 과감히 낡은 틀을 깨야 한다. FTA와 한․미방위조약에 국가의 운명을 내맡긴 이런 구조를 타파해야 할 때다. 1%의 기득권이 아닌 99%의 국민을 위한 안전한 한반도 정치체제를 만들 중요한 시점이다.

 

- ‘FTA 폐기’, 맞다고 보는가.

▲ 일반 민중들은 미국을 비판하는 말만 꺼내면 이성적이었다가 갑자기 뇌가 ‘올 스톱’ 상태가 된다. 미국은 우리에게 고마운 상전(上典)이고 의지하고 기대야 한다는 정신구조 때문이다. 남북한 전쟁 얘기나 종북 얘기를 해도 마찬가지다. 긴 세월동안 외세에 깊이 세뇌된 상태다. 미국 무기는 팔아줘야 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농업과 농민을 희생해도 된다는 그런 생각들이다. 미국산 무기 사느라 국민 혈세를 물 쓰듯 펑펑 쓰는데 이에 대한 비판의식은 전혀 없다. 이제는 그런 낡은 사대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날 때다. 시민촛불정신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 기득권 세력들은 70년 넘도록 국민을 속여 오다가, 광화문광장의 뜨거운 촛불에 의해 역사의 무대에서 끌려 내려왔다. 그 촛불정신을 꺼트리면 안 된다. 지금 미국 자동차나 쇠고기, 쌀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그동안 그렇게 우려먹었던 한․미FTA와 한․미방위조약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자주독립을 할 수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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