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300원인 밥 한 공기 값이 고작 150원이라니”
“원가 300원인 밥 한 공기 값이 고작 150원이라니”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10.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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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

 

- 농업개방정책, 효과가 있었나.

▲ 그동안 정부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전자제품 등을 해외에 팔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농업은 외면했다. 모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때부터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돈벌이가 안 되고 경쟁력이 없다며 외면했다. 돈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농업분야는 외국에서 사다먹으면 된다는 순진한 발상이었다. 이것이 70년간 해온 정부의 개방정책이다. 신자유주의 큰 틀에서 보면 그 정점에 있는 ‘악의 꽃’이 한․미FTA다. 지난 2006년 시작해 2007년 협정을 맺은 후 계속 개방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농업을 외면할 것인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촛불정신이 그런 낡은 틀을 깨고 혁신적인 농정을 요구하고 있다.

 

- ‘외세농정’ 여전하다.

▲ 과거 정권들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많은 나라들과 FTA를 맺었다. 개방경제를 말하지만 여기에는 희생이 뒤따른다. 농업이 희생양이다. 농민들은 지금까지 자유무역의 희생양이었다. 이번 한․미FTA 재협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상황이 또 반복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떠나서 인간적으로도 그만큼 우려먹었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 형제간에도 못사는 동생은 십시일반 도와준다. 낙후된 분야가 있으면 정부가 도와야 하는데, ‘너는 그동안 희생해 왔으니까 또 희생해!’라는 식이다. 해도 너무한다. 쌀도 30년 전 가격에 묶인 채 수입쌀에 희생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고 감사해야 하지만, ‘희생했으니 계속 희생해’라는 거다. ‘너는 죽어!’ 이게 바로 한․미FTA가 바라는 목표다. 11월 초 트럼프가 방한한다는데, 기본적으로 미국은 무기장사 나라 아닌가. 전쟁을 일으키는 군산업체와 결탁해 전쟁을 해야만 돌아가는 국가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농민헌법 개정 문제가 화두다.

▲ 이제 과거처럼 농업과 농민을 도외시하던 국가의 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미안하고 감사해 하는 본연의 자세를 찾고 농업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국가가 농업을 지켜주고 받쳐줘야 한다. 농민이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생산한 농산물의 정당한 가격보장이다. 최고가격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격 보장을 바랄 뿐이다. 이를 테면 농업 최저임금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생산비도 건지고 이익도 남는다. 그동안은 사회와 국가가 명확하게 받쳐주지 못했다. 이런 개념들을 헌법에 담고 농업소득과 최저가격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바람이다. 말하자면, 제대로 된 농민기본소득제와 직불금제의 기본개념을 헌법조항에 넣자는 것이다. 농민들은 자연을 지키며 땀 흘려 농사를 지어왔다. 이런 농민들을 위해 선진국처럼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지만, 야권세력들은 이번에도 개헌을 할 듯 말듯 쇼를 할 수도 있다.

 

- 농민들의 요구사안은.

▲ 그동안 개헌은 정치권의 ‘젯밥’에 불과했다. 역사적으로 개헌은 우리와 상관없는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이란 인식이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담고 농민과 농업이 가지고 있는 상생적 가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고 무시했던 가치들을 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1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농민헌법운동본부’가 출범했고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 국회특위가 개헌을 준비 중이지만 더 소중한 헌법정신과 담겨야 될 헌법조항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제니 내각제니 임기를 5년으로 한다는 등 7년으로 한다는 등 개헌 얘기가 나와도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다.

 

- ‘정치적 농업’을 주장했다.

▲ 사실 농업정책, 국가가 다 알아서 챙겨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힘없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배부르고 힘 있는 권력자들은 ‘그래, 힘들고 고생했으니 이만큼 가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는 투쟁하지 않는 자에게 관대하지 않다. 민주국가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 등 기본 권리도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피를 바쳐서 얻은 것이다. 국민이, 농민이 깨어있다. 그리고 농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열망이 뜨겁다. 그동안 국회가 농정법안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된 농민의 목소리와 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

 

- 농민헌법운동본부 발족 배경은.

▲ 역대 정권들은 농민의 권리와 기본권을 말살했다. 지난 30년 동안 물가는 폭등했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랐다. 하지만 농민의 피와 땀이 서린 밥 한 공기 원가는 300원이 맞지만 150원에서 멈춰 섰다. 농민에게 지급하는 국가보조금을 다 합쳐도 170~180원 꼴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국민주식인 밥 한 공기가 300원도 안 된다. 이유는 정부가 1960년대부터 농수산물 수급균형에만 치우쳐 농산물 저가정책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농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만 써왔다. 지금도 나아진 게 없다.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가격 폭락을 방치하고, 자연재해로 인해 흉작일 때는 가격폭등을 이유로 수입농산물을 마구 풀어 가격을 폭락시켰다. 정부의 농정은 한마디로 농민의 목줄을 조르는 정책이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정부가 농업을 대하는 태도다. 농민주권과 권리도 없고 수입에 의존한 식량안보도 불안하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관행적으로 이런 잘못된 농정을 고쳐 새 헌법에 담고 농업입국을 향한 개혁에 앞장서겠다.

 

- 농업입국을 향한 개혁,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 농민들은 백남기 농민이 바라던 농업정책개혁의 뜻을 이어갈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행해졌던 수많은 농업적폐들을 청산할 기회다. 향후 30년 농업미래가 달린 농민헌법개혁을 위해 국민과 뜻을 함께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민헌법 ‘100만인 서명’과 함께 ‘10억 모금운동’을 진행한다. 현재 국회특위를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단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힘을 쏟는 중이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에서 온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1600만 촛불은 새 정권을 탄생시켰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정국은 농민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시간이 촉박하다. 남은 시간도 짧고, 진정으로 농민을 대변할 사람도 정치인도 많지 않다.

 

- 청산해야 할 적폐,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 세 가지다. 첫째 농업정책예산과 법률조항 개헌이다. 헌법은 대통령을 하야시킬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모두 헌법에 따라 국가를 운용한다. 하지만 농정당국은 농업만 소외시켰다. 내년 국가예산은 7% 증가했지만, 농업예산 증가율은 0.8%뿐이다. 사실상 농업예산은 안중에도 없는 셈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농업에 대한 홀대는 여전하다.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헌법에 농업지원책을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이 국가차원의 농업 산업화다. 현행헌법은 농업을 여러 산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지만, 농업과 공익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쌀값도 농림부가 아닌 정부와 청와대가 개입해왔다. 마지막으로 낡은 농업제도 탈피다. 1987년 개헌 이래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FTA 등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본격화 됐다. 농민들에겐 큰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정부대응은 없었다. 현재는 WTO가 헌법위에 군림하는 지경이다. 농민보호 법률과 조례를 만들려고 해도 정부는 늘 WTO 타령만 했다. 농산물 적정가격 요구에도 WTO와 FTA 타령이다. 30년 된 이런 낡은 법으로 농민의 권리를 보장받기란 사실상 어렵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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