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진이
다시 지진이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 승인 2017.11.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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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나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기상대는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한수원은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합니다. 수능은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특히 한수원 언론홍보팀 직원은 핵발전소 안전을 문의하는 시민들에게 “우리나라는 핵발전소가 없다. 정확히 원자력발전소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대답입니다.

뒤늦게 교육부에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포항과 경주 등지의 학생들이 받았을 정신적, 물리적 충격을 넘어 심리적 충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연기함이 옳았기 때문입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백지화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와 신울진 핵발전소 1, 2호기로 대변되는 새 핵발전소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사업도 재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형식적 조건부라는 꼼수를 통해 그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말았습니다.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사업이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연료를 만들어 고속로라는 핵반응로(원자로)에서 태운다는 사업으로 핵산업계 내부에서조차도 ‘사기극’이라고 지탄을 받고 있는 사업입니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 중에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숙의민주주의인가’에서부터 안전보다는 경제성 논리로 일관되었던 과정에 이르기까지 깊은 회의에 빠져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의 물화된 모습과 비뚤어진 욕망에 대한 성찰과 전환 없는 성장 중심의 경제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작년 경주지진 때, 경주의 한 어린이가 경주역 앞에서 지진대 위에 세워지는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1년이 지난 뒤, 우리는 다시 포항에서 지진을 겪고 있습니다. ⓒ장영식

 

1년 전, 경주 지진을 겪고서도 지진대 위의 핵발전소 건설을 결정하는 현실 앞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 핵발전소 1호기 가동 중지 등을 논의할 한수원 이사회가 한수원 노동조합의 반대로 연기되었습니다.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바로 전날의 일입니다. 한수원 노동조합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집단행동은 몇 번을 생각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지진 이후 한파가 닥친 포항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진의 공포를 겪었을 수험생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항 시민들이 겪고 있을 불안과 두려움에 함께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정부 당국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촉구합니다. (강우일,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11쪽 참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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