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반려견 혐오사태 조장하는 인간들에게 고함

최근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비이성적 반려견 혐오가 결국 폭행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한 SNS 계정에 자신의 여자친구가 시베리안 허스키를 산책시키는 도중 처음 보는 40대 여성에게 폭행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단지 입마개를 안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경기도 안양시에서 일어났다. 40대 여성은 견주를 보자 입마개를 하라며 수차례 욕설을 했다. 이에 견주는 시베리안 허스키는 법적으로 맹견에 속하지 않아 공격성이 없을 경우 입마개가 필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은 어깨로 수차례 견주를 부딪히며 욕설을 했고, 견주가 자리를 뜨려 하자 뺨까지 때렸다고 했다. 결국 견주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자 이 40대 여성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 일러스트=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이 글을 올린 남자는 “여자친구와 산책하고 있던 시베리안 허스키는 겁에 질려 구석에 숨으려 했고 여자친구는 그 상황에도 목줄을 놓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며 “경찰의 출동이 없었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분노했다. 그는 “여자친구는 요즘 유행하는 긴 목줄이 아닌 비상시 통제하기 쉬운 짧은 목줄과 힘을 주면 목이 조여지는 초크체인을 쓸 정도이고, 순심이 역시 훈련이 잘 돼 있다”고 했다. 특히 “여자친구는 대중소형견을 불문하고 목줄을 안 하고 산책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목줄을 착용시키도록 설명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얼마 전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렸다가 폐혈증으로 숨진 사건 이후 사회에 만연한 삐딱한 시선에 불안해하는 애견인들이 많다. 산책을 나가면 처음 보는 이한테 잔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이고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에 저절로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분노를 터뜨리는 이들도 많다.

반려견에 관한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최근들어 더욱 늘어나는 반려견 폭행, 살인, 유기 사건. 특히 SNS에서 반려견 폭행 사고 소식이 자주 올라온다. 여자친구의 반려견을 폭행해 죽인 사건, 똥오줌 못 가린다며 죽기 직전까지 폭행하는 사건, 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세워 반려견을 버리고 도망가는 등.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건들이 도처에서 일어난다. 그저 “외로워서”, “귀여워서”라는 이유로 반려견들을 무책임하게 입양해놓고 오히려 빈집에 반려견들을 외롭게 방치하거나 폭행하고 죽게까지 만드는 것이다.

기자도 반려견을 키운다.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해 검색도 많이 해보고, 특히 동물 조련사 강형욱 씨의 동영상을 많이 챙겨본다. 요즘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그램에 나오며 문제 있는 반려견 집에 찾아가 이유를 찾고 해결방식까지 알려준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말 못하는 반려견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미안해지고,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반려견뿐만 아니다. 요즘 갖가지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동물카페도 대폭 늘어났다. 애견카페, 고양이카페, 라쿤카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카페들은 사람들의 욕구만 충족시킬 뿐 동물들에겐 최악의 시스템이다.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들을 한 카페에 모아놓고 같이 움직이게 하며, 그들의 사적인 공간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동물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이다. 청결도 마찬가지.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며 병균, 세균 등을 옮기고 동물들의 식사공간과 배변공간을 한곳에 두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얼마 전 동물카페를 운영하던 여성이 논란이 됐다. 이 젊은 여성이 카페를 폐업한 이후 카페에 있던 고양이들을 자신의 빈 집에 가둬 죽게 한 사건이었다. 빈 집의 상태는 심각했다. 굶주림에 지친 끝에 서로를 잡아먹어 머리만 남은 끔찍한 흔적, 쓰레기가 나뒹굴고 배변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웃주민들의 말로는 “시체 썩은 냄새가 났다”고 했다. 고양이들을 아무도 없는 자신의 집에 가둔 뒤 본인은 본가에서 지낸 것이다. 동물카페를 운영하던 여성의 두 얼굴이었다. 소름끼친다.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키우지 말아야한다. 사냥성이 있는 반려견이라면 꼭 입마개를 채우고 다니고, 목줄은 필수다. 간혹 반려견들이 답답해한다며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하는 애견인들이 많은데, 그런 이기적인 생각들이 반려견 혐오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이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그 반려견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산책로나 공원 이곳저곳에선 개들의 분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이를 매일 치워야 하는 환경미화원들도 곤욕스럽기만 하다. 이 역시 반려견 혐오증을 유발하는 하나의 큰 원인이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분변을 거둘 봉투 정도는 필히 지참해야 한다.

죄 없는 동물들이 의식 없는 일부 인간들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요즘 터지는 사건들을 보면 인간이 동물만도 못하게 느껴진다. 애견인과 비애견인들의 싸움이 아닌 펫티켓, 반려문화가 성숙해지기 위해 관련 법 제정과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말 못하는 동물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