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웨덴에서는 한국 운전면허가 안통할까?
왜 스웨덴에서는 한국 운전면허가 안통할까?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7.12.1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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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스웨덴은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최초 1년 동안은 한국의 운전면허증과 한국의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유효 기간 1년), 그리고 여권으로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스웨덴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든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과 비교하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다.

우선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 스톡홀름 도로 풍경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지불해야하는 필수 비용(Obligatorisk)을 살펴보자. 먼저 시력 검사 200크로나(이하 kr. 1kr는 약 140원임으로 2만 8000원), 운전 허가증 비용 150kr(2만 1000원), 안전교육 1파트 700kr(9만 8000원), 안전교육 2파트 2000kr(28만 원), 교통청 사진 촬영 80kr(1만 1000원), 필기시험 325kr(4만 5500원), 도로주행 800kr(11만 원),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150kr(2만 1000원), 총 4405kr 우리 돈으로 약 61만 6000원이 든다.

여기에 각자가 선택하는 비용이 있다. 공인된 개인 교습 담당자가 1인당 2회 700kr(9만 8000원), 승인 50kr(7000원), 필기시험 교재 250kr(3만 5000원), 필기시험 컴퓨터 실습 테스트 399kr(5만 6000원), 교통학교 운전 수업 70분씩 11회 8800kr(123만 원), 도로주행 연습 자동차 임대료 회당 400kr(5만 6000원), 최소화한 개인 선택 비용이 모두 1만 599kr, 우리 돈으로 약 148만 원이다. 필수와 최소화된 개인 선택을 합친 비용이 1만 5004kr, 우리 돈으로 2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이상 항목과 금액은 스웨덴의 운전면허 공식 인터넷 사이트(Körkortonline)에 근거했다. 표 참조)

그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60여 만 원 정도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말이 좋아서 선택 항목이지 사실상 필수 항목이나 마찬가지다. 선택 항목들을 ‘선택’ 하지 않고 운전면허 취득에 성공하는 경우가 한국인들에게는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에서 제시한 최소 선택이 아니라 선택 횟수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운전면허 취득하려면 자동차 한 대 값이 든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초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기 언어 강요에 엄격하지 않은 스웨덴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스웨덴어 외에도 영어로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배려(?)는 거기까지. 면허 시험 신청 후 신체검사와 2회의 안전교육,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모두 치르는데 평균 1년,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 시간의 문제야 워낙 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지만, 스웨덴의 운전면허 시험 프로세스 자체가 워낙 천천히 진행되기도 한다. 하나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 이른다.

비용과 과정에서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기시험이든 도로주행이든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어려움은 더하다. 차라리 돈 많이 드는 게 제일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이라면 어지간해서는 필기시험 불합격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스웨덴 현지인이라도 필기시험 1, 2회 불합격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도로주행의 경우도 정해진 코스나 원칙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한두 번 만에 합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운전면허 시험을 치러본 사람들의 말이다.

 

▲ 스톡홀름의 한 교통학교

 

스웨덴 생활 4년차로, 현재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최초림 씨는 최근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2011년에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한 최초림 씨는 “시간 때우기 느낌이 강했던 한국의 이론(안전) 교육과는 완전히 달라서 스웨덴의 이론 교육은 음주운전, 피로, 약물복용, 속도 등 운전하는데 있어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해서 강사와 토론하는 식이었다”면서 “이곳에서는 정말 운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에게만 운전면허를 내주는 느낌”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스웨덴과 인접해 있는 같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나 핀란드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들 나라는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해당국의 운전면허증과 교환이 되는 나라는 모두 139개국이다. 스웨덴이 속한 유럽에서만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을 포함해 39개국이다. 그 중에는 그루지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 한국과 대사급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도 13개국에 이른다. 그들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은 비록 한국 대사관은 없지만 운전만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웨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토로하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운전면허일 수밖에 없다. 한국 외교부 측은 스웨덴 정부가 한국과의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 논의에 2013년부터 임하지 않는다고 해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웨덴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원망이 스웨덴 정부 쪽으로 향할까?

스웨덴은 고려인의 후예들이 많이 사는 과거 소련 연방 소속 국가들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2017년 현재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은 한국인들이 상주하는 나라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등의 주요한 한국 대기업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인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보다 연평균 30%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다녀가기도 한다. 더 이상 ‘스웨덴이 응하지 않아서’라는 말로 재외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게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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