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1회

외출 시 지참해야 할 필수품 중 하나가 마스크일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중국 발 미세먼지를 꼽는다. 중국의 경우 이미 자체환경 정화능력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언론은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거기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경유차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문제도 심각하다. ‘조용한 살인자’ 미세먼지는 이제 한반도 전역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아직까지 요원한 실정이다.

 

▲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중국 발 황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 등이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미국 한 환경단체의 조사결과가 주목을 끈다. 미국의 비영리환경단체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가 공개한 동아시아 초미세먼지 지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대륙 전체가 최악인 ‘위험(Hazardous)’ 등급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중․일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조사’가 1995년부터 이뤄졌지만 중국당국은 결과발표를 하지 않았다. 한반도 미세먼지의 제공자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후속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한국과 중국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소송을 낸 최열(68) 환경재단 이사장은 “중국이 28개 도시의 초미세먼지가 22.6% 감소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가스값 인상으로 석탄보일러를 교체하지 못해 북쪽 8개 도시의 미세먼지 감축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 발 미세먼지라는 것이다.

‘공해환경운동가’ 1호로 40여 년간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그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해서도 ‘최악의 난개발’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은 사상 최악의 난개발이었다. 4대강사업 후유증으로 녹조현상과 함께 이상한 이끼벌레와 깔때기가 창궐했지만 대책은 없었다. 물을 맑게 할 방법은 보 해체 밖에 없다. 모든 책임을 MB에게 물어야 할 때다.”

최 이사장은 “흐르는 물을 막아서 물이 맑아진 역사가 없다”며 “세계를 다 가봤지만 그런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환경운동연합과 당시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최열 이사장을 찍었다. 그를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의 배후조종 인물로도 의심했다. 보복성 수사가 이어졌다. 최 이사장은 결국 1년형에 1억 3000만원을 추징당해야 했다.

최열 이사장을 서소문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이사장으로부터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 문제,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 그리고 현 정부의 환경정책 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손배소’를 제기한 걸로 아는데.

▲ 국내 환경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정부를 대상으로 모두 91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다. 피해액은 ‘건강상’ 문제로 초점을 맞추면 보상액이 너무 커서 ‘정신적’ 피해로 잡아 1인당 300만원씩 보상청구를 냈다. 한국정부는 곧바로 소송답변서를 보냈지만, 중국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법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없다. 그래서 시진핑에게 직접 소송하려 했지만 국가체제상 이것도 안됐다. 결국 ‘중국환경보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018년 6월, 8월, 10월경에 국내재판이 진행된다. 환경재단은 재판에 앞서 미세먼지 심포지엄을 통해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것이다. 또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인 화력발전소와 건설현장 답사를 한다. 미세먼지는 계절마다 이동경로가 다르다. 겨울철 미세먼지가 주로 중국에서 날아오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오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오염된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기관지에 피해를 주고 눈병을 일으키지만 이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건강에 영향을 준다. 건강과 미세먼지 대책 등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환경당국의 정책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사무실 전경

- 중국 측 반응은.

▲ 지난 4월 미세먼지 소송을 제기한 뒤 중국 기관지 ‘환구시보’가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한국의 중국 발 미세먼지 어떻게 보는가’ 주제의 설문에서 ‘95%는 이해할 수 없다’, ‘5%는 이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인의 이런 인식은 한국과 달리 환경문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정보제공과 언론보도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미세먼지나 공장오염물질, 수질오염, 토양오염, 소음공해 피해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2년 전에는 중국 장수성에서 8살 어린아이가 폐암으로 사망한 일도 있다. 중국당국도 심각성을 모두 알고 있다. 지난 10월 제2기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천명한 5대 국정개혁 과제에 ‘생태문명건설’이 포함됐다. 그 이전 중국의 개혁은 정치개혁과 사회개혁, 문화개혁, 경제개혁 4개 부문이었는데 이 현안을 넣은 것이다. 중국이 자체적 오염정화능력을 이미 상실했고 환경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 방치하면 중국인들의 건강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런 점에서 획기적인 환경정책이 나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중국 길림성에 사막화 방지용 식물로 함초를 심었는데.

▲ 한반도 미세먼지와 황사는 북경과 길림성 모래폭풍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00년 당시만 해도 황사가 극심했다. 대부분 학교들이 휴교령을 내릴 정도였다. 문제는 중국의 사막화가 심할수록 황사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국에 나무와 풀을 심는 녹화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이 중국 길림성 당국과 공동으로 초지조성을 했다. 여의도 면적보다 좀 크다. 이를 계기로 길림성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많은 초지 조성과 나무 심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당시 중국 정부에는 환경재정이 없었는데 돈이 많아지면서 이제 우리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사막화 현장에 갔을 당시, 염분이 너무 많아 나무와 풀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찾아낸 것이 함초다. 함초는 염분이 많고 알칼리성 토질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사람 키보다 훨씬 크고 번식력과 성장속도가 빠르다. 함초가 자라면 뜯어서 동물사료로 쓴다.

 

-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 얘기 안할 수가 없다. 어떻게 평가하나.

▲ 개인적으로 환경운동을 40여년 해오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재앙이 일어난다는 것을 전 세계를 다니면서 수없이 목격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운하’를 만들겠다는 말에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고 일축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 바다를 이용하면 된다. 인천을 통해 부산을 가거나 제주도로 가면 되는 일이다. 멀쩡한 강을 파내고 운하를 뚫으면 국토혈맥이 망가진다. 만약 한강 물을 낙동강까지 뚫어서 잇게 되면 물 수위 편차가 달라지기 때문에 곳곳마다 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물이 썩게 된다. 4대강사업은 한마디로 거대한 토목공사였다. 2007년 10월에 대통령 후보 MB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게 됐는데, ‘4대강 도와 달라’ 했을 때, 나는 ‘흐르는 물을 막아서 맑아진 역사가 없다’는 말과 함께 ‘협조하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나중에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보냈더라. 2013년 집권한 MB 정권은 광우병 사태 열풍이 지나고 나자 4대강에 ‘올인’ 했다. 그는 광우병 촛불집회의 배후조정자로 나를 의심하는가 하면, 대운하-4대강 반대집단으로 환경운동연합과 나를 지목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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