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못지않은 화려함, 젊음의 밤은 무르익어가고…
홍대 못지않은 화려함, 젊음의 밤은 무르익어가고…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1.0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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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 여자의 부산 ‘우정’ 여행-1회

 

퇴근.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한 손엔 무거운 캐리어, 한 손엔 출근용 가방을 든 체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를 걷는다. 급한 마음과 달리 무거운 캐리어는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직장인들의 즐거운 금요일 퇴근길을 방해라도 하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겨우 전철역에 도착했다.

눈앞에서 타야 될 전철이 떠난다. 일진이 안 좋다. 그래도 다음 전철이 바로 도착한단다. 걸어서 고작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두 배나 더 걸리는 바람에 고생한 다리를 위해 캐리어에 걸터앉는다. “퇴근했어?” “전철 탔어?” “몇 시쯤 도착이야?”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재촉해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타려던 거 놓쳐서 5분정도 늦을 듯ㅠㅠ.” 우울한 이모티콘으로 답이 온다. ‘금방 갈게, 금방 가.’

퇴근 시간이라 전철은 사람들로 꽉 찼다. 지옥철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싶어 하는 캐리어를 두 발 사이로 꽉 잡는다. 아이고~ 세월아 네월아~ 서울역을 두 정거장 앞두고 갑자기 느려지는 전철. 신호대기 상태라는 둥, 앞차와의 간격 유지 중이라는 둥…. 알았으니 방송 그만하시고 빨리 가기나 합시다!

 

 

기차 출발시간 15분 전 전철에서 겨우 내려 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부딪치는 사람들에게 몇 번씩 용서를 구해가며 기차역에 도착하니 저 멀리 반가운 얼굴의 친구 두 명이 손을 흔든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들이다. 그들 손에는 저녁식사로 때울 햄버거와 커피가 들려있다. ktx 승강장을 확인하고 열차에 올랐다. 우리는 부산으로 떠난다. 여자 셋만의 우정여행이다.

셋만의 여행은 처음이라 잔뜩 들뜬 우리. 좌석을 찾는 중에도 왁자지껄. 굉장히 조용한 열차 안. 눈치를 보며 볼륨을 좀 낮춘다. 낑낑대며 무거운 캐리어를 좌석 위 짐칸에 올린다. ktx인데도 정차역이 많아(일반 ktx보다 가격이 조금 싸다) 도착까지 약 3시간 30분이 걸린단다. 긴 여정을 위해 두터운 겉옷을 벗었다. 친구는 신발까지 벗어던진다. 햄버거를 꺼내 간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다이어트 중이어서 입맛이 없는 탓에 친구들이 햄버거를 먹는 동안 커피만 마시며 변신 준비를 했다. 열심히 꾸미고 온 친구들에 비해 밋밋한 민낯이다. 햄버거 대신 화장품을 펼쳐놓고 작은 손거울에 의지해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1시간 여 동안 수다도 떨고 화장도 마친 뒤 체력보충을 위해 잠을 청했다. 하필 자리가 문 앞이라 쉴 새 없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드디어 방송에서 ‘부산역’이 나온다. 밤 10시 15분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서 내린다. 서울보다 참을만한 추위다. 한파주의보를 피해 부산으로 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부산역을 빠져나간다.

부산은 약 3년여 전 와봤다.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 부산역 앞 광장은 공사를 하고 있어서 전철역을 찾는데 살짝 헤매야 했다. 전철을 타러 내려간다.

부산은 전철역에 에스컬레이터가 굉장히 부족하다. 엘리베이터를 찾아다니기도 번거롭고 그냥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몇 번 하고나니 막상 전철에 오르면 진이 빠진다. 새삼 서울 전철이 편리한 거구나 느껴진다.

목적지는 밤 문화가 더 활발한 젊음의 거리 ‘서면’이다. 어차피 늦은 밤 시간, 관광 대신 신나게 놀아보자며 첫날은 이곳서 머물기로 했다. 부산역에서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역시나 서면역과 연결된 지하쇼핑센터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들뜬 세 청춘들은 한껏 신이 났다.

미리 잡아 놓은 숙소로 가는 출구를 찾았다. 가는 내내 귀를 쫑긋 세운다. 부산에 왔으니 제대로 된 ‘부산 사투리’를 들어보고 싶어서다. 뒤따라오던 친구가 제대로 된 사투리를 들었다며 방방 뛴다.

 

 

다행히 이곳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수월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어라? 예상외로 조용한 분위기다. 서울 홍대, 건대처럼 반짝이는 네온사인도 젊은이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잘못 왔나? 일단 숙소에 들러 짐부터 맡기기로 한다. 헤매지 않고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모텔이다. 이름만 ‘호텔’인. 밤늦은 시간, 바깥 구경하다 들어오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 것 같아 ‘깨끗하기만 하면 돼’란 생각으로 결정한 숙소다. 생각보다 넓고 깔끔하다.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뒤 들뜬 마음으로 서면 투어에 들어갔다.

핸드폰 지도를 켜서 일명 ‘젊음의 거리’로 향한다. 서면역을 중심으로 숙소는 지도상에서 좌측, ‘젊음의 거리’는 서면역 아래쪽으로 있다. 높은 건물이 많아서인지 ‘빌딩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멋 부리다가 얼어 죽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바들바들 사시나무 떨듯 하며 ‘젊음의 거리’로 진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모두 잠에 들 밤늦은 시간인데 거리 이름에 걸맞게 젊은 청춘들로 넘쳐난다. 부산 사투리가 사위를 메운다. 점멸하는 네온사인. 음악소리가 귀청을 울려댄다. 서울의 홍대 앞 못지않다. 이름 그대로 젊음이 가득한 거리, 부산에서의 첫날밤이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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