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세 여자의 부산 ‘우정’ 여행-3회

동백섬역으로 출발했다. 동백섬역에는 핫 플레이스인 더베이101이 있다. 더베이101을 보러간다기 보단 그 앞에 펼쳐진 야경을 보기 위함이다. 대부분 더베이101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 맥주를 마시며 야경을 감상한다. 남의 아파트, 뭐 볼 게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깜깜한 바다 위로 우뚝 솟아오른 채 빛을 내는 아파트의 화려한 조명이 장관이란다. 부산여행을 간다면 꼭 그 풍경을 배경으로 일명 ‘인생샷’을 남겨줘야 한단다.

동백섬에서 내려 스마트폰 지도를 켰다. 신호를 건널 준비를 하는데 노부부께서 더베이101 가는 길을 묻는다. “저희도 거기 가는 길이에요! 괜찮으시면 같이 가세요!” 고맙다며 뒤따라오신단다. 우리도 초행길이라 살짝 긴장을 했다. 자신 있게 같이 가자고 해놓고 헤매는 상황이 올까봐….

 

 

다행히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무슨 선물꾸러미처럼 예쁘게 포장된 더베이101. 마주보듯 높은 아파트들이 물 건너편에서 빛나고 있다. 그 앞에서 다들 가로등을 조명삼아 사진을 찍는다. 찍는 건 좋아하지만 찍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야경만 열심히 찍었다. 갑자기 친구가 이런데서 인증샷 정도는 남겨야 된다며 서보란다. 순간 사진작가로 빙의한 친구. 자세, 구도, 조명까지 신경 써가며 수십장의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더베이101 안에는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잡화점들이 있다. 추위를 피해 실내에 들어와 식사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대부분 맛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 다음 약속을 위해 구경만 하고 나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 친구가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번 여행길에 그 친구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오기로 했다.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나갔다.

해운대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항상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 전날 머물렀던 서면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역시 밤거리가 화려했다. 추위를 피해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참이슬’ ‘처음처럼’을 주로 먹지만 부산 사람들은 대부분 ‘대선’소주를 먹는다는 친구의 얘기. 우리의 여행 이야기, 친구의 부산 이야기를 안주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산에 온 이후 아직 회를 먹지 못한 우리를 위해 친구가 회를 사겠단다. 다시 광안리로 이동해 회센터에 도착했다. 1층에서 횟감을 골라 계산한 뒤 2층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고 먹을 수 있다. 광어와 우럭, 개불, 해삼 등을 시켰다.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주고 산낙지까지 서비스로 얹어 주신다. 밑반찬과 함께 회가 나왔다. 바닷가를 보며 회 한 점 먹으니 금상첨화다. 원래 회와 해산물은 해운대에 위치한 포장마차거리에서 먹을 예정이었지만 너무 추운 탓에 장소를 급변경한 것이다.

맛있는 식사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온돌방이어서 이불을 까는 대신 따뜻한 맨바닥에서 자자는 친구의 의견. 하루 종일 찬 바닷바람에 언 몸을 녹였다.

 

 

마지막 날 아침. 아니나 다를까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이 먹은 탓에 얼굴이 부어있다. 잠도 깰 겸 개운하게 샤워하고 퇴실시간에 맞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전날 그렇게 늦게까지 먹었는데도 다시 배가 고파왔다. 아침 겸 점심으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낙곱새’를 먹기로 했다. 낙곱새란 낙지, 곱창, 새우가 함께 들어간 ‘짜글이’ 찌개 형식의 음식이다. 부산 해운대가 그 원조다. 가장 유명한 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있다. 주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가 나온다. 자글자글 끓는 모습이 침샘을 자극한다. 어느 정도 끓으면 국물과 건더기를 떠서 커다란 밥그릇에 비빈다. 기호대로 김가루와 콩나물도 함께 넣는다. 잠이 덜 깬 탓에 맛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배만 채웠다.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따스하다. 바다도 반짝반짝 빛난다. 커피 한잔 하며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해운대 역시 해변가엔 전부 브랜드 카페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가에 앉는다. 햇살이 카페 안을 가득 메운다.

 

 

충분히 광합성을 한 뒤 장소를 옮긴다.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니 뭔가 미련이 남는다. 결국 예매했던 오후 5시 기차를 취소하고 하루를 더 머물기로 했다. 전날 만났던 부산 사는 친구에게 짐을 맡기고 남포동으로 이동했다. 남포동에 간 목적은 제대로 된 먹방을 찍기 위해서다. 남포동 거리도 누비고, 깡통시장도 가보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먹기로 했다.

남포동 거리는 서울의 명동과 비슷했다. 화장품가게, 옷가게 등이 다양했다. 사람도 많았다. 거리를 누비다보니 뱃속에서 신호가 울려온다. 눈앞에 펼쳐진 길거리 음식들. 납작만두부터 닭날개 볶음밥, 쌀국수, 물떡, 아이스크림, 씨앗호떡까지. 한 시간여 동안 이 모든 음식을 해치웠다.

 

 

부산 친구를 다시 만나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제2의 서면이라는 경대. 이곳 역시 젊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추위에 떨며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몸을 뜨끈한 소고기 전골로 녹여주었다. 식사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노래방으로.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다음 날, 전날 부산 친구가 소개해준 백반집을 찾았다.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제육볶음을 시켰다. 맛이 기가 막혔다. 부산 친구가 자주 찾는 단골집이라고 했다. 커다란 양푼그릇에 나온 밥을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이제 진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배는 든든히 채웠지만 긴 여행으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탓에 목이 쉬어버린 여자들은 기차에 오르자마자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행길. 계획했던 일정이 바뀌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모두가 다녀가는 유명한 관광지 말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다녀보기로 했다.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정여행’이 타이틀이었지만 의견차이 때문에 다툰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서로를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알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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