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지지, 정권 실패에 기여”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지지, 정권 실패에 기여”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8.01.2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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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문빠’ 비판 논란, 서민 교수-1회

“대통령에게 불리한 인터넷 기사에 악플을 달고 여론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문빠’라고 한다. 여론을 왜곡한다는 사실에서 지난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단과 다르지 않다. 촛불정국부터 지금까지 이런 행태가 이어져왔다. 이들 문빠와는 더 이상 말도 안 통하고, 이들에겐 자정 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한 포털사이트에 ‘일자리 미스매치…향후 10년도 “문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자와 언론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준말인 ‘문송합니다’를 ‘문재인 죄송합니다’로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다.

 

▲ 서민 교수

 

같은 날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빠가 미쳤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지지자들을 ‘문빠’라고 정의한 뒤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1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댓글은 대부분 서 교수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서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본의 아니게 건전한 지지자들마저 환자로 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도 “문빠의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빠에 대한 비판적 발언이 필요하다는 제 문제의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문빠들이 저를 무시했으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도 없었고, 화제도 없었을 것”이라며 “문빠가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화제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고 그냥 욕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난리를 피워서 나 같은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어줬다”며 “언론도 ‘그럴 수 있다’고 관대하게 넘어가면 사람들이 문빠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 교수는 ‘서민의 어쩌면’이라는 타이틀로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특유의 반어법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왔다. 진보진영의 지식인이라고 불리던 그런 서 교수가 이제는 같은 진영을 비판하게 된 것. 더 이상 문빠들의 행동이 자정작용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만큼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젠틀재인’, ‘문팬’, ‘문사모’ 등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은 다양하다. 이들 카페 가입 회원 수만 1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문 대통령의 오프라인 행사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등 실제 아이돌 팬클럽처럼 활동한다. 문 대통령의 방중 행사, 중국 당국의 한국 기자단 폭행 사태, 제천 화재 사태 등에서 문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서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지지는 정권의 실패에 기여한다. 노무현, 박근혜의 사례가 그렇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과 무관하게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 괜찮지만 앞으로의 보장은 없다. 문빠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문빠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 중 문빠가 70%에 육박한다’고 우긴다. 문 대통령이 잘못해도 지지가 철회될 수 없다는 논리”라며 “다행히 지지자들 중 맹목적인 문빠는 5% 이내라고 본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일당백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문빠의 존재가 30~40% 정도 되겠다. 그러니 5% 정도 되는 문빠의 활동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다음은 서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기사 구성상 일부에선 인물들의 직위와 존칭을 생략한다.

 

- 이른바 ‘문빠’ 발언 논란으로 한때 곤욕(?)을 치렀다. 요즘 심경이 어떤가.

▲ 그 정도 반발은 예상했다. 어떤 분들은 문빠들에게는 자정작용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아닌 것 같더라.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저를 격려하고 동조해서 저에 대한 ‘악플’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었다(웃음). ‘박사모’들이 저를 지지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 악플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인지.

▲ 지난해 10월에도 문빠 얘기를 잠깐 했었다. 당시는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욕을 좀 먹었었다. 문빠들이 전화를 걸어 따지거나 이상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저도 바쁜 사람이라 악플이나 문자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다. 인터넷의 경우 제가 실시간 검색하는 것도 아니어서, 댓글을 확인하지 않는 한 제가 욕먹고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걱정했지만, 한동안 저는 욕먹는지도 몰랐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저는 예상외로 잘 지내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악플이나 문자는 실제 제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저는 그냥 글 하나 쓰고 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제가 쓴 글에 댓글 달리는 것을 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험하게 자라서, 멘탈이 강하다. 전화로 욕을 먹어도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욕을 해도 쌍욕을 하는 분들은 없더라. 그저 “왜 우리(문빠)를 정신질환자로 모느냐. 사과해라” 정도의 요구들이다.

 

- 문빠라는 말은 막연하게 들리기도 한다. 정의내리자면.

▲ 문빠들은 제게 논리가 없다며 많은 공격을 했다. 사실 제가 문빠를 환자라고 비판할 때는 큰 논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말하고 쓰면 그만이다. 그렇게 대단한 논리를 필요로 하면서 비판할 정도의 사람들이 못된다.

사실 문빠라는 용어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도 처음 문빠를 거론할 때 글을 잘못 쓴 것 같다. 문빠에 대한 설명을 하고 글을 썼어야 했다는 얘기다. 문빠를 폄하한다고 해서 제가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저도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잘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빠들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적인 기사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행위를 일삼는 문빠를 진정한 문빠로 정의내릴 수 있지 않나 싶다.

박사모는 서울역에 모여서 구호를 외치는 수준이다. 서울역을 지나가지 않으면 박사모와 마주할 일이 별로 없다. 반면 문빠가 조금 더 우리에게 더 와 닿는 게 뭐냐면, 인터넷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문빠들을 인터넷에서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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