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 방사성 물질 중에서 세슘과 요오드만 측정한다고 하던데.

▲ 방사성 물질 중에서 세슘과 요오드만 골라서 피폭량 측정을 한다. 정확한 측정방식이 아닌데, 정부 관료들과 핵마피아들은 이것이 마치 피폭량의 전부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왔다. 핵 물질이 분열하게 되면 약 200가지의 방사성 물질이 한꺼번에 방출되는데, 이것을 모두 개별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측정하기 쉽고 비교적 양이 많은 세슘과 요오드만 뽑아서 측정하는 것이다. 나머지 방사성 물질들은 세슘을 기준점으로 잡아서 뽑아낸 수치일 뿐이다. 

 

- 세슘보다 위험하다는 ‘스트론튬90’은 어떤 물질인가.

▲ 플루토늄과 함께 ‘기타핵종’으로 불리는 스트론튬90은 후쿠시마 사고당시 세슘의 100분의 1 가량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바다로는 세슘과 비슷한 양이 누출됐다. 스트론튬의 반감기는 28년으로 세슘137의 30년과 비슷한데 생물학적 반감기는 50년이다. 이는 생물학적 반감기가 70일인 세슘보다 250배가량이나 긴 것이다. 한번 몸 안에 축적되면 배출이 안 된다. 주로 뼈에 침착되는데 마치 자신이 칼슘인 양 행세하며 골수암과 백혈병 등을 일으킨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음식을 통한 스트론튬90의 피폭선량계수를 세슘137의 두 배로 보고 있다. 스트론튬은 수산물이나 해양오염 면에서 세슘보다 2~3배 더 위험하다. 스트론튬을 측정하기 위해선 일상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세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많은 원소들이 뒤섞인 시료에서 스트론튬을 순수 분리한 후, 여기서 나오는 베타선을 측정해야 한다. 이런 힘든 과정이 2주일 이상 걸리는데 사실상 측정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일상에서 측정이 쉬운 세슘의 2배로 잡아 평가해야하는데도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이런 방식을 쓰지 않는다.

 

-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 일본 정부가 WTO에 제소한 건에서 우리가 패소했다는데.

▲ 지난 2013년 9월 후쿠시마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고, 그 이외 현에서 들여온 식품에서도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기타핵종’ 검사 조치를 해왔다. ‘기타핵종’은 플루토늄239와 스트론튬90을 말하는데, 이것들이 발견되거나 세슘이 검출되면 반송시키는 등 수입금지와 규제를 동시에 해왔다. 그런데 일본이 2015년 5월 WTO협정 위반으로 한국을 제소했고, 지난해 10월 한국이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명확한 패소결정문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WTO가 최종보고서를 한국과 일본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 정부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도 국회에서 패소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약 패소 확정이라면 정부가 60일내에 상소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상소하겠다고는 했지만 근본적인 패소 원인은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진짜로 상소를 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지금도 해양을 오염시키는 상황에서 만약 일본산 수산물 수입 빗장이 다시 풀리면 우리의 식탁은 방사능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 정부의 대처 방식에는 문제가 없었나.

▲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지금까지도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계속 흘러들어가고 있고 일본 정부도 이를 인정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식탁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일종의 행정조치였다. 그런데 1년 뒤 박근혜 정부는 수입금지 해제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수입을 계속해서 금지하면 WTO에 제소될 수 있다는 정보를 일부러 흘리면서 이것을 해제할지 말지를 결정할 민간전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위원들 대다수가 공무원 출신이었다. 겉만 민간위원회일 뿐 들여다보면 관료위원회였다. 민간감시단체 출신이나 방사능 위험성을 주장하는 위원은 거의 없었다. 급조된 위원들이 일본을 세 차례 방문했는데, 그마저도 형식적인 서류검토 선에서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지조사,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 한국조사단은 후쿠시마 지역 4건, 이웃한 현 3건 등 7차례 검사에 그쳤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표층수와 해저토 검사만 형식적으로 했다. 이곳은 지난 2011~2015년까지 4~5년 동안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유출된 지역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각종 오염물질이 해저토에 쌓일 수밖에 없다. 해저토와 가까운 심층수 오염도 대단히 심각하다. 방사능 유출량 샘플링 조사를 하려면 최소 1kg의 시료가 필요하다. 형식적 샘플검사로는 방사능 유무를 가리기 어렵다. 일본 수산성의 수산물 검사에서도 바다 밑 서식어종인 가자미와 돔의 경우 오염수치가 높게 나왔다. 해저의 오염된 뻘층에 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심해에 사는 심층어종은 바다표면 가까이 사는 어종보다 오염도가 훨씬 높다. 조사단은 2년간의 활동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하자 그마저도 중단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민간위원회를 더 보강하지 않았고, 제소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제소에 유리한 자료들을 더 많이 조사해서 증거 수집을 했어야 하는데도 형식에 그쳤고 여태까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한 건 아닌가.

▲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저토와 심층수를 채집해서 방사능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수 윗부분의 표층수만 떠서 형식적으로 조사했다. 그 검사결과마저 한국 정부는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 눈치를 보느라 7건의 조사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얘기했듯 심층어종은 해표면 어종보다 오염도가 높다. 일본 정부는 당연히 자국 사이트에 올렸다. 이것을 보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해저토 오염 실태도 일본의 여러 기관들이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는 결과를 공개한 게 아예 없다. 그래서 정보공개소송을 했다. 재판부가 식의약처에 공개하라고 했지만, 일본어로 된 것을 번역만 해서 그대로 제출했다. 판사가 이들에게 정부 관료로서 이게 말이 되는가하고 따졌다. 왜 한국 정부 조사결과는 없고 일본 것만 내느냐고 질책하자 변명으로 급급했다. 우리와 달리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강력히 규제해왔던 나라들은 중국과 러시아, 대만 등 24개국에 달한다. 한국만 유일하게 제소된 것은 정부가 무능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 현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 현 정부에서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사실상 과거 정부와 비슷한 상황에서 패소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10월 WTO 패소판결문을 전달받고서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실도 국회가 나서서 알려준 것이다. 어떤 이유로 우리가 패소했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데 현 정부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간다면 다시 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WTO가 최종판결보고서를 보낼 것이다. 정부는 그 즉시 국민에게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이 부분도 미심쩍어 산업자원부 담당관에게 물었는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그저 WTO에서 공개하게 될 거라는 말뿐이다. 패소한 것인가 묻자 부정하지는 않았다.

<3회로 이어집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