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급속히 변하는데, 우린 박정희 정권 때의 에너지정책 아직도 유지”
“세계는 급속히 변하는데, 우린 박정희 정권 때의 에너지정책 아직도 유지”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3.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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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 각국이 재생에너지에 올인 중이다.

▲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평화에너지다. 세계 어느 곳이든 태양이 비추고 바람이 부는 곳, 어떤 곳에서든 전기에너지생산이 가능한 민주적 에너지자원이다. 얘기했듯 중국은 재생에너지발전 설비용량에 있어서 세계 최고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독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용량도 중국이 1위다. 2위 미국, 3위 독일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프랑스가 보급에 주력하는 중이다. 인구 1인당 설비용량은 독일이 가장 많고, 다음이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모두 12개 나라다. 이들 국가가 수력을 제외한 전 세계 재생에너지설비의 84%를 차지했다. 현재 유엔 가입 194개국 중 138개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우리는 어떤가.

▲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3.1%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분류기준에 따르면 1%에 불과하다. 한국정부의 통계는 국제기준이 없다. 있다면 관료적 ‘한국식 기준’이 통용될 뿐이다. 화석연료를 정제할 때 배출되는 부생가스와 자동차 폐유 등까지 신재생에너지 활용통계로 잡는다. 세계 흐름과 너무나 동떨어진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보급이 미미한 이유도 답답하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일반에너지 소비가 줄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비례해서 증가하는 이상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60~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독점한 전력과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공급정책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민간영역불허’와 ‘정부의 직접관리’, ‘저렴한 에너지공급’이라는 구호뿐인 낡은 정책개념들이 관료들에게 깊게 각인되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석탄발전과 핵 발전에 대한 면세혜택이 부여됐고, 발전용 석탄수입도 면세다. 화석연료 수입을 담당하는 항만과 하역시설 건설, 운영에도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지금 세계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변하고 있지만, 정부 관료들과 정책기조는 변한 게 없다. 지금도 에너지정책 최우선 순위가 산업용 ‘에너지 안정적 공급’이라는 틀에 꽉 박혀 있다. 정작 필요한 에너지수요관리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남의 일이다. 민간은 배제되고 모든 것을 정부가 독점해온 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 미세먼지만큼 심각한 게 먹거리 문제다. 특히 유전자변형작물(GMO)를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

▲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함께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국내 수입이 승인된 식용 GMO는 콩과 옥수수, 면화, 카놀라, 감자, 알팔파, 사탕무 등 7개 작물이다. 수입 콩의 78%와 옥수수의 50%가 GMO다. 수입 콩의 99%가 콩기름으로 가공되고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은 간장과 된장으로 재가공 된다. 뿐만 아니라 콩깻묵에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걸러 분리된 대두단백은 라면 스프 등 수많은 가공식품에 쓰인다. 여기에 GMO 수입가공식품과 아스파탐, 프락토올리고당, 성장촉진제 등 첨가물수입도 120만 톤이 넘는다. 1인당 GMO 소비량은 연간 45kg이고, 쌀 소비량도 65kg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이는 종주국 미국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GMO는 이미 식탁을 점령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4%에 불과해 수입량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 가공식품이 특히 문제인데.

▲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있는 GM 콩과 옥수수 가공식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GMO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 콩으로 만든 식용유로 튀긴 식품류 모두 해당된다. 핫도그나 튀김, 치킨, 돈가스 등은 물론이고 두부, 콩나물, 두유 등도 안심할 수 없다. GM 옥수수로 가공한 통조림이나 팝콘, 시리얼 등 식품과 물엿, 올리고당도 위험하다. 특히 단맛을 내는 액체시럽의 대부분은 GM 옥수수가 원료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주스, 맥주, 빵 등에 첨가되는 액상과당과 소주, 막걸리 등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의 원료도 대부분 GM 옥수수다. 합성비타민에 들어가는 포도당도 GM 옥수수에서 추출한 첨가물일 가능성이 높다. 알게 모르게 ‘착한기름’으로 떠오른 유채기름 카놀라유의 원료인 카놀라의 50~60%를 캐나다에서 들여온다. 그런데 캐나다산 카놀라유의 80% 이상이 GMO다. 카놀라유와 함께 면화로 만든 면실유는 샐러드드레싱이나 과자, 마가린, 마요네즈, 땅콩버터, 참치통조림 기름 등에 사용된다. 감자가 원료인 감자튀김이나 녹말가루, 당면 등과 함께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케첩, 스파게티 소스 등도 모두 GMO 식품일 가능성이 높다. 동물사료에 쓰는 배합사료 원료도 수입산이 대부분이다. 소고기 등 육류제품의 경우 GMO 성분이 잔류되어 있을 수 있다.

 

- GM 연어가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데.

▲ 농산물에 이어 GMO가 동물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합작해 세운 ‘아쿠아 바운티’(Acua Bounty) 생명공학기업이 GM 슈퍼연어의 개발, 사육에 성공했다. 일반 연어보다 성장속도가 두 배나 빠른데다 크기도 3~4배 더 크다.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GM 동물 최초로 슈퍼연어 식용을 승인했고, 2년 후인 2017년 11월부터 시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FDA는 슈퍼연어의 ‘위험한 진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단서조항을 보면 ‘캐나다와 파나마에 있는 두 곳의 양식장에서만 반드시 사육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 내에서 양식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식품안전국(EFSA)도 ‘만일 이 연어가 바다로 빠져나와 알을 낳게 되면 해양생태계 교란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GM 식용연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 이 연어가 바다로 빠져나갈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 GM 슈퍼연어는 불임확률도 99.8%다. 한마디로 완전치 못한 어종이다. 만일 양식업자의 실수로 슈퍼연어가 해양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의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미국 퍼듀 대학교 연구소가 실험을 했다. 자연해양생태계에 미칠 모의실험 결과는 참혹했다. GM 슈퍼연어 한 마리가 10년이 지나면 다른 연어들을 모두 멸종시키는 결과가 도출됐다. GM 생물로 인한 ‘자연종 멸종’은 이미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 GMO로 인해 불임 등 불치병이 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제시되고 있는데.

▲ 한국이 GMO를 수입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지금의 20~30대는 GMO 수입식품을 섭취한 세대들이다. 현재는 대기오염과 함께 GMO로 인해 온갖 질병에 노출돼 있다. 수입되는 대부분의 GMO 콩과 옥수수 재배에 사용하는 맹독성 제초제 글리포세이트가 원인일 수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남녀 생식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5쌍 중 1쌍이 불임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형아 출산도 16년 동안 50%나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대장암 1위, 당뇨병 사망 1위, 유방암 증가 1위, 치매증가 1위, 자폐증 1위에 성조숙증 여아가 7년 사이에 27배 증가하는 등 경악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글리포세이트 사용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안전성 실험조차 한 적이 없다.

 

- GMO 특허권 분쟁도 심각하다.

▲ 세계종자시장의 59%를 미국 몬산토(Monsanta)와 듀퐁(Dupont), 스위스 신젠타(Syngenta) 3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몬산토가 26%, 듀퐁 21%, 신젠타 8%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모두 씨앗 특허권을 갖고 있어서 농부들이 씨를 사용할 때 법적제약이 따른다. 본래 이런 씨앗들은 세계 각지의 농민들이 수백 년 동안 보존해오면서 농사를 지어온 종자들이다. 그런데 탐욕스런 다국적 거대식량기업들이 전 세계에 흩어진 다양한 종자씨앗들을 약탈하듯 싹쓸이 한 다음 살짝 종자를 개량한 품종을 법적으로 유효한 유전자특허를 매겨 GMO 특허권을 따냈다.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각국의 농민들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보유한 자연씨앗을 쓰게 되면 특허법 위반에 해당된다. 전 세계 GMO 특허의 90%를 보유한 몬산토의 1년 매출은 한국의 1년 예산인 400조원과 맞먹는다. 특히 지난 2008~2009년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로 식량위기와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역대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 국민건강이 첩경인 식품환경이 무너지고 미세먼지 등 기상재앙이 일상화 됐다.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환경(Environment)과 에너지(Energy), 경제(Economy), '3E'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환경담당 부서만으로는 힘들다. 통합된 환경부서가 설치돼야 한다. 기후변화시대를 극복하고 온실가스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다. 미세먼지 문제는 기존의 대기환경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원인과 데이터베이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하려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역시 적극성을 갖고 지역 실정에 맞게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정책수립과 참여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특히 서울, 인천 등 인구밀집지역의 미세먼지 배출원 파악이 관건이다. 이곳에 산재한 중소규모의 배출시설과 음식점, 주유소, 자동차, 건설기계, 도로재 비산먼지, 선박, 항공기 등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실질적인 자료 확보와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급선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연료정책이나 배출원인물질 관리, 적극적인 시민참여, 관련기술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철저한 점검과 정책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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