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자기 뽑아준 재외국민은 국민 아닌가?”
“20대 국회, 자기 뽑아준 재외국민은 국민 아닌가?”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04.1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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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애당초 재외국민 투표를 합법적으로 실시하면서 국민투표라는 국민 참정권의 최고 가치를 배제했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헌재가 이를 위헌으로 판결하고 법률을 개정하라고 하는데, 국회가 2년 3개월이 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는 재외국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닌가? 자기들 국회의원 될 때 우리도 당당히 그들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재외국민들에게 배은망덕한 국회의원들이 되지 마라.”

6월이 됐든, 9월이 됐든, 올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민투표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재외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정을 차단한 국민투표법이 위헌 판결을 받고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들이다.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때마다 구청장·시장·읍장·면장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재외국민으로서 같은 법 제6조에 따른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국민투표법 제14조 1항)

니 조항은 지난 2014년 7월 2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은 위헌이다. 이 법 조항은 대한민국 헌법 제24조 선거권과 25조 공무담임권, 그리고 72조와 130조 2항의 국민투표권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참정권을 제한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를 향해 “이 법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는 말을 듣지 않았다. 법률 개정 시한을 2년 3개월 이상 넘겼는데도 아직도 딴소리만 하고 있다. 개헌의 시기를 놓고 당리당략을 따져가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투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투표를 목전에 두고 재외국민들의 국민투표권 발목을 잡던 법률의 개정이 차일피일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 대해 유럽의 한인들이 공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이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스페인 지회장인 이병민 씨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인 국민투표권은 재외국민에게도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글로벌시대에 몸은 비록 외국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는 삶이 재외동포들의 삶이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함양시키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라는 정부의 지침은 강조하면서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페인의 한인 교포 L 씨는 “재외국민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국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며 “재외국민 국민투표를 제한하고 있는 국민투표법은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6년부터 위헌 상태다. 헌법에 어긋난 법률을 고치는 일은 국회의 마땅한 의무인데도 자유한국당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있는 반헌법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판을 제기했다.

 

▲ 스웨덴 국회의사당

 

지난 해 7월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한국 대기업의 주재원인 강인섭 씨도 “국민투표를 할 일이 없어서 법 개정을 미뤘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헌재가 (국회) 자기들 편의대로 아무 때나 개정해도 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명확히 개정 시한을 제시했는데도 ‘더 급한 것부터 하느라’ 여태껏 개정을 미뤘다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직무유기이고 국민 기만”이라고 국회의 행태를 비판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변미정 씨는 “대한민국 국회는 일을 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세계 유일의 의회”라고 규정하며 “개정해야 하는 법률은 125개조로 구성된 국민투표법 중 단 한 개의 항일뿐인데, 그것 개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저렇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법 개정 발목 잡고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 아니냐”며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마찬가지로 날아들고 있다.

스웨덴에서 12년 째 살면서도 한국 국적을 위해 스웨덴 시민권을 따지 않고 있는 정현숙 씨는 “2년 3개월 딴 짓 하다가 대통령이 개헌해야 한다고 하니 이제서 야당 탓만 하고 있는 민주당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라며 “개헌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 민주당이 늘 해오던 얘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그동안 민주당은 뭘 하고 있던 거냐”고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광수 씨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여당 탓하고, 여당이 되니까 야당 탓만 하는 게 민주당이 집권하는 방식인가”라고 문제 제기하면서 “민주당이 야당시절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법의 개정을 시도했다면 지금 대통령이 이 법 개정 때문에 야당에 쩔쩔 매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 자기 부메랑에 맞은 꼴”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경우 개헌의 시기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그에 앞서 위헌이 된 채 법적 효력을 상실한 국민투표법의 개정에 대해서는 “시급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국민투표라는 것을 해볼 기회를 앞둔 젊은 세대들은 더욱 그렇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복원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채희연 씨는 “중고등학교 때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고, 가장 가치가 있는 투표는 국민투표’라고 배웠다”면서 “6월이든 9월이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하게 될 텐데,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아 국민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국제 정치를 공부하고 있는 손영민 씨는 “지난 3월부로 처음 투표권이 생겼고, 지금 상태로는 개헌 국민투표가 나의 첫 투표권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의 첫 투표권 행사를 자기들의 직무 태만으로 막는다면 절대 한국 정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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