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초록 대지, 싱그럽고 푸른 바다…자연이 꿈틀댄다
진초록 대지, 싱그럽고 푸른 바다…자연이 꿈틀댄다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06.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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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싱그러운 바다와 산, 부안의 여름 속으로
▲ 줄포에서 본 변산

여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6월은 녹음이 한층 짙어지는 달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북 부안은 이맘때쯤 가면 가장 좋은데 꿈틀대는 자연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진초록이 깔린 대지는 싱그럽고 푸르디푸른 바다는 보면 볼수록 시원하고 정겹다.

먼저 읍내에 있는 석정문학관(부안읍 선은리)부터 둘러본다. 부안이 낳은 신석정(1907~1974)은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일찍부터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많이 썼으며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서정주, 박목월, 이병기. 조지훈 같은 문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 신석정 선생의 옛집
▲ 수성당

 

2층으로 된 문학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문학교실 등으로 구분돼 있다. 석정의 소개 자료와 대표시집, 유고시집, 수필집, 전집, 묵서필, 고가구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 상설전시실과 석정의 시대별 시와 함께 가족과 지인 사진, 스승과 선후배 동료와의 친필 서한 등이 전시된 기획전시실이 볼만하다. 입장료 무료. 문학관 맞은편에는 석정 선생의 대표작인 ‘촛불’과 ‘슬픈 목가’ 등이 탄생한 옛집(청구원)이 복원돼 있다. 문학관에서 10여 분 거리에 선생의 묘소(행안면 역리)가 있다.

 

▲ 적벽강 단애
▲ 부안댐

 

읍내에서 부안의 서쪽 방면인 새만금방조제 쪽으로 가다 만난 바람모퉁이. 푸른 서해와 널따란 갯벌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바람모퉁이는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바람이 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바람모퉁이에서 해안길을 따라 조금 가면 부안댐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96년 완공된 부안댐은 외변산이 둘러싸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다. 물문화관, 잔디광장, 산책길, 주차장, 매점, 전망대 등 편의시설도 수준급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외변산과 그 아래로 물이 가득 담긴 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돌아 나와 해안길을 따라 계속 가면 해수욕장이 있는 고사포에 이르게 된다. 고사포해변 앞에 떠 있는 하섬은 매달 음력 1일과 보름 썰물 때면 2㎞에 걸친 바닷물이 갈라져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 고사포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여행객들
▲ 하섬 앞 개펄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

 

하섬은 새우(鰕) 모양을 한 작은 섬으로 바다에 떠있는 연꽃 같다고 해서 연꽃 ‘하(遐)’자를 쓰기도 한다. 고사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적벽강은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곳으로 일명 사자바위로 불린다. 붉은 색을 띠는 바위 절벽이 수성당이 있는 용두산을 돌아 2㎞가량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위도와 칠산바다는 한 폭의 그림으로 우리 앞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해넘이 또한 장관이다. 좀 번잡한 채석강에 비해 한결 호젓하게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수성당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파도 철썩이는 바다와 갯바위를 마주하게 되는데, 문득 발에 밟히는 몽글몽글한 갯돌의 감촉이 더없이 좋다.

 

▲ 격포항

자연이 만든 걸작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채석강(採石江). 변산 안내지도 한 끄트머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곳은 해안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고서적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은 채석강을 더욱 빛나게 한다. 햇살과 노을, 해무(海霧)와 파도가 빚어내는 사중주는 자연의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언제나 채석강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때가 안 맞으면 그 일부만 볼 수 있으니 자연의 심술이라고 해야 할까?

 

▲ 채석강은 변산여행 1번지다.

 

채석강과 붙어 있는 격포항에 들어가 본다. 격포진이 있던 옛 수군의 근거지로 일직선으로 뻗은 방파제와 그 옆으로 닭이봉의 기암절벽이 볼만하다. 수십 척의 어선이 물살에 동동거리는 풍경하며 방파제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인근의 30번 해안도로에서 그 앞의 솔섬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사진작가들은 이곳의 일몰이 채석강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물이 빠지면 길이 70m 정도의 솔섬에 걸어갔다 오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 격포항 수산물시장
▲ 궁항

 

격포항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타면 궁항에 닿게 된다. 궁항 근방에 있는 전라좌수영 세트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계단식 촬영지로 동헌, 군관청, 수루 등등 총 21동의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낙조도 근사하다.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등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는 수십 편에 이른다. 요트 동호인들의 요람인 궁항요트장도 인근에 있다. 국가 대표급 선수들도 여기서 훈련하는데 각종 요트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수채화같은 모항
▲ 아담해서 좋은 모항해변

 

여기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줄포 방면으로 가면 작고 소박한 어촌 마을, 모항이 나타난다. 어선 십여 척이 정박해 있는 모항 앞 바다는 천혜의 갯벌지대. 검붉은 개흙이 주황빛 햇살에 반짝이는 저녁 무렵, 모항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마을 뒷산에는 천연기념물인 호랑가시나무 군락과 100년을 넘긴 팽나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모항해수욕장은 작고 아담한 해안선에 둘러싸여 있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모항해변 뒤편 해나루가족호텔 옆으로 난 나무 데크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푸른 솔밭과 산책로 너머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 풍경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 내소사 전나무숲길

청신한 내소사 전나무숲길

모항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석포 삼거리에 이르면 내소사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절 들머리, 껑충한 전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미터의 이 전나무숲길은 언제 찾아도 청신하다. 시멘트길에 익숙해진 도시인들에게 흙길이 주는 편안함과 푹신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작은 절집이다. 쇠못 하나 안 쓰고 지었다는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화려하면서도 수수하고, 새가 그리고 날아갔다는 단청과 예쁜 꽃문양 창살은 바라볼수록 은근한 멋을 풍긴다. 절집 뒤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직소폭포를 지나 낙조 포인트인 월명암으로 갈 수 있다.

 

▲ 내소사 대웅전
▲ 내소사 대웅전의 꽃창살문
▲ 곰소염전

 

길은 다시 곰소만을 끼고 왕포를 지나 곰소에 이르고 다시 우동-영전을 거쳐 줄포에 닿는다. 줄포 북쪽에는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천일염전이 펼쳐져 있다. 이곳 염전은 한때 번성하던 줄포항이 없어지고 바다를 막아 곰소항을 새로 만들면서 생긴 것이라 한다. 모항에서 염전 지대가 있는 곰소까지는 15㎞ 거리로, 특히 곰소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쌍계재는 30번 해안길의 백미라 할만하다.

줄포는 개펄습지도 잘 보존돼 있다.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재될 만큼 상태가 우수하다. 곰소는 일찍이 젓갈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지금도 마을 왼쪽 편 곰소항 뒤쪽에 젓갈단지가 있다. 가게마다 갈치속젓,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청어알젓, 황석어젓, 개불젓, 토하젓 등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젓갈들을 내놓고 파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이 살아난다.

 

▲ 줄포 개펄 사이로 흐르는 갯도랑물
▲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의 억새밭길

 

줄포면 우포리에는 바다와 습지가 만들어 놓은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이 펼쳐져 있다. 염분을 없애고 생태연못을 비롯해 갈대숲길, 야생화단지, 잔디광장을 꾸며놓았는데 아이들을 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바닷게와 함초, 해국 등 다양한 염생식물을 볼 수 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줄포에서 가까운 반계서당(보안면 우동리)에도 들러본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반계 유형원이 후학들을 가르치며 은거했던 곳이다. 발 아래로 줄포만이 훤히 내려다보여 풍치가 무척 아름답다. 복원된 학당과 선생이 생전에 쓰던 우물이 남아 있다.

 

▲ 개암사와 울금바위
▲ 반계서당

 

인근에 작고 소박한 절집, 개암사가 있다. 호수를 끼고 들어가는 진입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그윽하다. 능가산 골짜기에 들어선 개암사는 이렇다 할 볼거리는 없지만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절 뒷산의 울금바위는 개암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울금바위까지는 700미터 남짓한 거리에 20분 정도 걸린다. 울금바위 아래에는 신라 고승 원효가 암자를 지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원효굴이 있다.

 

▲ 변산해수욕장

☞여행팁(지역번호 063)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부안나들목-30번국도-부안읍내-하서-바람모퉁이-부안댐-새만금전시관(방조제길 시작점)-고사포-변산해수욕장-적벽강-채석강(격포항)-궁항-모항-내소사-곰소-보안면-반계서당-23번국도-개암사로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를 타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30번 국도-내소사/전나무숲길-736번 지방도-내변산탐방지원센터/직소폭포-30번 국도-격포항. 호남고속도로 태인나들목-부안(30번국도)-고창(23번국도)-개암사. 전주, 익산, 정읍, 군산 등지에서 부안행 직행버스 수시 운행.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줄포, 개암사, 곰소, 격포, 내소사행 군내버스 수시 운행.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6회 부안행 고속버스 운행. 내변산탐방지원센터(584-7807).

♦숙박=채석강 쪽이나 모항, 고사포 부근에 전망 좋은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해나루가족호텔(www.haenaruhotel.co.kr), 베니키아 채석강 스타힐스호텔(www.starhillshotel.com), 채석리조텔오크빌(www.csr063.co.kr), 대명리조트변산(www.daemyungresort.com/bs), 모항비치펜션(010-7631-5545), 하이츠펜션(010-9600-8254), 호숫가애펜션(070-4150-2298) 등

♦맛집=격포항, 모항 주변에 군산식당(583-3234), 계화회관(581-0333), 모항어정식당(582-8894) 등 횟집이 많다. 곰소항 주변에 곰소포구식당(584-5590), 곰소쉼터(584-8007) 등 젓갈정식을 내놓는 식당이 여럿 있다. 개암사 초입의 산채(584-0167), 개암가든(581-0129)은 산나물이 푸짐하게 나온다.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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