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안녕하신가요, 청춘!’-무용수 홍수연

실업자 100만 시대란다. 특히나 청년실업률은 날이 갈수록 최고치를 찍는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하며 취업될 날만을 꿈꾼다. 그들이 원하는 건 더 이상 ‘꿈꾸던’ 직장이 아닌 ‘받아주는’ 직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춘들도 많다. 그들은 어떻게 실업자 100만 시대에 일자리를 찾았는지, 또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꿈꾸던 일인지 등등이 궁금해졌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또 이 시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리즈로 기획해봤다.

 

 

이번엔 전라북도 소재 한 무용단에서 단원으로 일하고 있는 홍수연(25세. 여. 가명)양을 만났다. 원래 서울이 집이지만 그녀는 직장 때문에 전북 전주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다. 우선 그녀의 하루 일과부터 간단하게 들여다보자.

그녀가 출근 버스를 타는 시간은 오전 11시. 다른 무용단원들과 함께다. 그녀의 출근지는 군산 새만금에 있는 아리울상설공연장. 공연장에 도착하면 몸을 풀고 공연준비에 들어간다.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해 1시간 반 동안 진행된다. 공연이 끝나면 다시 전주로 돌아온다. 방송댄스 수업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성인반까지 수업을 마치고 나서 자취방으로 돌아온다.

홍 양은 어릴 적부터 무용수의 꿈을 꿨다. 부모님 앞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음악방송을 틀어달라고 졸랐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님은 사립중학교 무용반에 들어가게 했다. ‘무용’이란 단어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무용반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한국무용을 배우는 거였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게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그 뒤 체육대회 때 무대에 올라 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하는 등 소질을 인정받았다. 부모님께서는 그런 그녀를 보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결국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고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하지만 이 길이 확고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급격히 집안 사정이 안 좋아졌다. 고3 입시생으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때였다. 부모님은 디자이너에게 오더를 받아 옷을 만드는 일을 하고 계셨다. 가끔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다가 마주하게 된 디자이너 언니들이 참 멋지게 보여 직업을 바꿔볼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부모님은 당연히 NO. 아직은 그녀를 지원해줄 수 있다며 무용에 대한 꿈을 놓지 말라고 격려해주셨다. 아마 그때 자칫 다른 길로 들어섰으면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무대에서의 짜릿함도 그렇고.

하지만 무용인 홍 양이 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고등학교 때는 통학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라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입학하면 몸매관리는 기본이다. 워낙 잘 먹고 살이 잘 찌는 게 집안의 내력. 입학 전엔 치킨, 족발, 보쌈 등 뭐든 먹고 싶다고만 하면 바로 사주시던 부모님. 그렇다보니 일주일에 3∼4번씩의 야식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개인레슨을 해주던 선생님의 전화 한통을 받은 후 부모님의 야식에 대한 너그러움은 뚝 끊겼다. 그녀 역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뒤 운동에만 매진했다. 하루에 줄넘기 3000개씩을 해내며 독하게 살을 뺐다.

대학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입시, 취업준비를 하며 다이어트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스스로 알아서 해야 됐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무엇보다 건강과 체형이다.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식단관리는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또 수업까지 진행하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식단과 운동 등 자기관리는 몸에 배어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운동이다. 슬럼프가 왔을 때도 운동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잡생각이 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모두 운동을 하며 이겨냈다. 운동을 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때론 집 앞에 있는 천변에서 10km 이상씩 뛰기도 했다. 이어폰으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뛴다. 뛰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후련해진다. 변해가는 몸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도 조언 한마디.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이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를 위해 나아가면 된다. 대학교에 가고 나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춤추던 당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힘든 고비는 무슨 일을 해도 올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을 넘기면 결국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아직까지는’ 무용인으로서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그녀. 보여주고 박수 받으며 관객들이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도, 자존감도 생긴단다. ‘아직까지’가 ‘끝까지’가 될 것 같은 강력한 느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게 행복이라는 홍 양.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그저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보다 취업이 최우선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대학교 때는 평생 직업을 위해 달린다. 하지만 면접에선 학력 때문에, 스펙 때문에 떨어지기 일쑤다. 기업에 들어가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공무원이 최고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난 젊은 청춘들이 어떤 일이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다들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끊임없이 나아가라고 했다. “남이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젊지 않은가. 그 펄펄 끓는 젊음의 열정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해보길. 설사 후회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그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될 테니까. 청춘들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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