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파 1kg에 100원 수입산은 1400원, 이게 말이 되나?”
“국산 대파 1kg에 100원 수입산은 1400원, 이게 말이 되나?”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7.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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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곡물자급률도 급감했다.

▲ 박근혜 정권 때는 그래도 식량자급률을 34%로 잡았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24%로 낮춰 잡았다. 식량주권을 내팽개쳤고, 농정도 완전히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 농업전멸 지경이다. 농민단체들이 정부를 향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계제로’다. 한국농업은 지금 상당히 위급한 국면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5월 마늘과 양파 파동에 앞서 있었던 대파 파동 때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오히려 대파를 수입해서 대량으로 풀어대면서 농민들을 울렸다. 국내산 대파가 1kg에 100원씩 했다. 그런데 수입대파는 1400원이었다. 이런 지경인데도 수입산을 방치하고 있다. 국산 100원-수입산 1400원, 가능한 일인가.

 

-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이 걱정되는데.

▲ 지난 1994년 이후 24년 만에 찾아온 대폭염이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1907년 이후로 다섯 번째 폭염이다. 폭염도 문제지만 비가 안 오면 농가 물 부족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비가 1년의 절반 이상이 7~8월에 집중되는데,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 물 부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농업은 기후와 아주 밀접한 산업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동이 해마다 유동적이어서 지금의 농업은 농민 혼자 개척하고 감당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옛날에는 기후가 온난했고 무더위도 짧았다. 겨울은 삼한사온으로 안정되었는데, 급격한 이상기후가 농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 기후변화에 대응할 만한 영농법은 없을까.

▲ 전농에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가족농을 권장한다. 현재로서는 지금처럼 농업이 산업화되고 규모화 된 시대에서 농민 한 사람이 대규모 영농을 하기 어렵다. 몇몇 가족들이 모여 역할을 분담해서 영농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현대농업은 농민이 일할 시간을 자꾸 빼앗는 시스템이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대략 6000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 데는 가족농이 적합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영농을 할 수 있다. 규모화-기계화 농업이 능사가 아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극심하면 극심할수록 소규모 가족농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리라 본다.

 

- 올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농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통일농업’ 정책에 따른 교류도 빈번해지고 있는데.

▲ 전농의 최고 목표가 ‘통일농업’과 ‘1000 간부 육성’이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통일농업 사업이 평창올림픽 이후 물꼬가 트였다. 지난 6월 20~23일 평양에서 열렸던 6.15민족공동위원회 회의에 남측대표로 3박4일 간 다녀왔다. 북측의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남북 농업교류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남측에서 북한에 농기계지원과 통일쌀 지원의 뜻을 밝혔다. 앞으로도 6.15민족공동위원회는 매년 초마다 정기회의를 갖고 통일농업의 운동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런 뜻에서 오는 8~9월 남측의 전농 간부 300명이 평양에서 통일농업수련회를 갖는다. 가을 끝 무렵인 11월 초에는 남북농민통일대회와 추수한마당, 남북농민대표자회의를 위한 협의를 갖기로 했다. 이것이 성사되면 남북농민 500명이 하나가 되어 평양이든 남한이든 서로 만나서 농업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 농기계를 지원한 걸로 아는데.

▲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을 포기한 경제노선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다수확농법과 우량종자개발, 효율적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농기계 활성화를 강조했다. 축산물과 과일, 버섯생산 확대와 함께 남북농업 농민교류와 협력에 대한 뜻도 밝혔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우리 나름대로 ‘북한 농민들에게 뭐가 가장 필요 하겠나’를 곰곰이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북한농가에 농기계 지원을 결정했다. 과거에는 마구잡이로 비닐과 쌀을 주는 식이였다. 이제는 무작정 주는 것도 서로 간에 부담스럽다. 주는 입장에서도 그냥 주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식량증산을 위해 힘들더라도 북한농민들의 힘을 덜어주는 농기계를 지원하자는 거다. 그렇다고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농업교류를 하자는 조건이다.

 

- 방북 중에 본 북한의 토종종자 상태는.

▲ 북한에는 아직까지 토종종자들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남북한 종자교류가 하루속히 추진돼야 한다. 지금 남한에 있는 토종종자는 대부분 거대 식량종자회사에 의해 멸실돼 버렸다. 북한의 토종종자를 남한에 정착시킨다면, 우리 고유의 진짜 토종 맛을 되찾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온전히 살아있는 종자 씨를 우리 농민이 재배해 국민들에게 토종농산물을 보급한다면 안전한 먹거리로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GMO 농산물도 사라지게 된다.

 

- 맛과 형태는 어땠나.

▲ 북한 방문 마지막 날 만찬을 했다.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토마토와 살구, 수박, 참외 등을 내왔다. 농약을 안쳐서인지 과일들이 단단하면서도 색감이 살아 있고 크기도 크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려서 먹었던 토종종자임을 알았다. 어릴 때 먹던 옛 맛 그대로였다. 당시에 당도가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도 우리 남한 사람들이 너무 당도가 높은 과일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옛 맛을 잃은 것이 안타까웠다. 북한산 과일은 천연의 당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릴 때 먹던 참외와 수박이 떠올랐고 맛도 상당히 달았다. 우리 민족이 먹던 본래의 그 맛이다. 추억과 맛이 서려 있는 우리의 진짜 토종종자 보급을 위해 국민과 함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종자씨앗의 교류가 시급하다. 국내 토종종자들은 종자회사들이 우리의 입맛에 맞게 개량했다. 자두나 살구, 토마토 등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 재배가 어렵다. 맹독성 농약도 문제다. 한때 과수원을 해봤지만 농약 없이는 불가능하다. 옛날 방식대로라면 과수나무를 그대로 놔둬 키워도 과일이 잘 맺혔다. 하나씩 따먹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의 개량종자는 농약을 치지 않으면 잎사귀 하나도 맺지 않는다. 농약 없이 농사가 불가능한 희한한 세상이 돼버렸다. GMO 농산물 퇴출을 위해서도 남북한 민간교류가 시급한 이유다.

 

 

- GMO 문제가 심각하다. GMO 완전표시제, 대통령 공약이었는데.

▲ 농정관료들도 문제지만, 대통령도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했었다. 농민단체들이 연초부터 청와대 앞에서 피켓시위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전혀 없다. 유대계 다국적 식량기업 몬산토가 육성한 관료와 장학생들이 이것을 막고 있다. 대학교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농림축산식품부 내부에도 몬산토 장학생이 암약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통령도 그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최근에 GMO 완전표시제 실현을 위해 20만 명이 서명했고 청와대에 청원 중에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답이 없다. 시민의 힘을 모아 대통령에게 공약이행을 촉구해야 한다. 지난해에 시민단체의 힘에 의해 GM벼가 폐기처분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Non GMO’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 GMO 오염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호남지역뿐만 아니라 경기, 강원, 충청지역 등의 농진청에서 GM벼 시험재배를 했지만 다행히 중단됐다. 농진청과 반GMO 전국행동시민단체가 합의해서 시험재배를 중단했고 샘플까지 폐기처분했다. 시민단체가 힘을 결집해 이뤄낸 결과다. 정부가 한 일은 없다. 오는 2019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도 ‘GMO 없는 학교급식’ 실현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다. 이것이 정부정책으로 깊게 자리 잡아야 한다. 하루 빨리 GMO 완전표시제를 실시하고 학교급식 등에도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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