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 역대 정권마다 ‘교육’ 문제는 예민하게 다뤄왔다. 현정부의 교육혁신은 어떻다고 보는가.

▲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의 교육부 관료들, 그리고 현재의 촛불정부도 특별하게 변한 것은 없다. 특히 신자유적 교육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그런 측면을 강하게 부정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교육개혁은 이미 파기된 상태다. 과거로 회귀하는 교육정책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이번에 나온 대학입시공론화위원회 문제만 하더라도 전 과목 수능 즉, 전 과목 절대평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이것도 무위로 돌아갔다. 원점에서 다시 공론회귀로 돌아섰고, 공약했던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정책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관료적인 질서와 상명하복, 부정부패 등도 문제다. 과거 정권에서 독버섯처럼 커왔던 역기능적인 관료질서를 청산하지 못했다. 교사는 교사대로 자살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치열한 입시경쟁체제 속에서 소중한 삶을 저당 잡혀 미래의 꿈을 잃은 지 오래다.

 

- 법외노조 결정 당시 대법원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 법외노조 탄압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함께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가 보태진 총체적 국정농단의 산물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언급한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인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권이 벌인 기획공작정치의 산물이었고 증거자료도 뚜렷하다. 현 정부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박근혜 전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적폐계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왜 문재인 정부가 아직도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화끈하게 풀지 못 하는가’를 물어온다. 그분들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상식적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전교조, 박근혜 정권의 특별관리 대상이었다는데.

▲ 노동개혁위원회 문서를 보면,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외압과 관련한 실체는 드러나 있지 않다. 적폐청산위원회가 지난 정권에서의 잘못된 과정들을 세밀하게 밝혔다면 국민들에게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실체적 외압과 관련한 진실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관계자들 증언에 따른 실체는 감춰져 있다. 정치적 외압의 실체는 당시 청와대가 노동부에 전교조 문제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적시하게 했다는 점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가 노동부 관계자와 은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치적으로 압력을 가해 문제를 악화시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본다.

 

- 청와대가 배후라는 말인데.

▲ 확실하게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 주변의 측근실세들이 아닐까 싶다. 청와대 안팎에 있는 권력의 핵심 관계자들이라 본다. 박근혜 정권 당시 김기춘 왕실장이 말한 것처럼 ‘장고 끝에 얻은 프로세스를 통한 성과’의 범주 속에 정치적 외압 사실들이 들어 있지 않나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최근에 드러난 대법원 재판거래 사법농단이나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수많은 행정개입들이 곧 정치적 외압이 아닌가.

 

- 신자유주의 교육체계도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 교육부가 개혁노력을 한다고 했고, 실제로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었지만 거의 형식적이다. 존재감이 없는 유령기구나 마찬가지다. 그 안에는 어떠한 교육동력이 없다. 현장교사도 없다. 일부 학자들로 구성돼있을 뿐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교육개혁 의제조차도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회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전교조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단 1%도 없다. 교총도 마찬가지다. 현장의 초중등 교육에 전교조가 배제된 상태에서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뜬구름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직권취소건의 경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지 않은가.

▲ 대법원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들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본다. 특히 이번 노동개혁위의 권고만 보더라도 저간에 정치적, 사법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근거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쳤다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좌고우면 할 것 없이 전교조의 법적 정당성에 기반한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기와 상관없이 대법원 판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판단의 여지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하루 빨리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 올해 안에 판결이 이뤄질 수 있을까.

▲ 저희도 기대를 하고 있지만, 지금 대법원이 사법농단 실체로 드러난 양승태 ‘재판거래 의혹’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시국이 어수선하기 때문에 대법관들이 올바른 결심을 할 수 있을지 정치적 방향을 가늠하기가 사실 어렵다. 저희로서는 대법이 조속히 판결을 하는 것이 미래 국가교육을 위해 정의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 현 정부가 전교조를 좀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 현 정부가 전교조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불의에 저항한 죄 밖에 없다. 저희들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반대한 것도 참교육 정신에 입각해서 세상에 외쳤던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협소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교조는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분명히 따끔하게 이야기 할 것이다. 그것은 어느 정권이건 상관없이 전교조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다. 만약에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두려워서 전교조를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일이다.

 

- 현 정권을 창출하는데 전교조도 적극 나서지 않았나.

▲ 전교조 조합원들은 촛불광장에서 참다운 세상을 꿈꿨고, 교육개혁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많이 보냈다. 대통령에 대한 투표율을 모두 분석해 보지 않았지만, 저희 조합원들의 십중팔구는 문 대통령에 대해 온전한 지지를 표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교조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정치적 역량의 한계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희가 부르짖었던 것은 오로지 참교육과 정의로운 사회,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현장이다.

 

- 그런데 왜 그럴까. 현 정부는 유독 전교조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듯한데.

▲ 전교조는 현장교육의 주체세력이다. 정부가 전교조를 ‘패싱’하고 독자적으로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국정철학을 보면 교육개혁을 하고 있지 않은 증거가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 문제를 지금처럼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 교육개혁이 좌충우돌 지지부진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서 교육개혁 동력원으로서 파트너십을 회복해야 한다. 전교조가 만약에 법적지위를 회복하게 되면 (교육부와) 보다 건강한 생산적 관계이자 협조자가 될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자세로 현장교육 개혁을 좀 더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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