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비운 국회, 정부 정조준

말 많았던 특수활동비 논란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국회는 최근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회는 '특활비 폐지'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정부 예산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특활비 폐지가 현실적이냐는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야당이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 등의 특활비까지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 오르고 있다. 특활비 운명의 미래를 예상해봤다.

 

 

특수활동비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특활비 제도 개선 문제가 언급됐다. 수술을 마친 국회가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간 셈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최근 국회에서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며 "곧 예산안 심사가 있을텐데, 국회 뿐 아니라 청와대 및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정부부처에서 사용하는 특활비 문제도 불요불급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께서 먼저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특활비 내역을 잘 살펴보도록 챙겨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권력기관 특활비 폐지를 언급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가 선제적으로 한 특활비 관련 조치는 전 정부 부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를 포함해 검찰, 경찰, 국정원 전부 다 거기에 준해서 특활비를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9월 정기국회에서도 정부 부처 특활비가 최대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 심사를 통해 정부 부처 특활비 조정작업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기준 행정부의 특활비는 8000억 원 대로, 이 가운데 국정원 특활비는 4600여억 원에 달한다. 국정원은 또 국방부와 경찰청 등의 정보예산 1800여억 원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도 갖고 있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활비 축소’ 불가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대통령 비서실·경호처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야당은 특활비 문제를 언급하며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국정원을 포함한 다른 부처의 특활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당 관계자는 “국정원 등 다른 기관의 특활비도 가급적 영수증을 첨부하는 업무추진비로 돌려 투명화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특활비는 그 이유를 국회에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특활비를 삭감할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교섭단체와 상임위원회의 운영지원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 특수활동비 본연의 목적과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모든 집행을 즉각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국회에 배정된 특활비 예산은 총 62억 원 규모로, 아직 사용을 하지 않은 하반기 예산 31억 원을 기준으로 약 6억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반납될 전망이다.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돈만 남겼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회 특활비 예산은 10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필요최소한의 경비'로 국회의장단의 외교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을 들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런 경우에는 납작 엎드려 국민 뜻을 따르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활비 집행내역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도 국회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특활비 집행과 관련한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유 사무총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사무처의 판단이다”며 “늦어도 연말까지는 공개할 테니 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국회의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보공개제도는 있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되는 제도”라며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다면 정보공개가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에 앞서 각 당 원내대표들은 교섭단체 몫으로 지급받던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 몫의 특활비를 추가로 폐지하기로 했다.

사용처 증빙이 필요 없는 특활비를 대부분 폐지하는 대신 업무추진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불투명한 사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특활비 축소 움직임이 국정원과 검찰 등 다른 조직으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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