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기갑 전 의원-1회

고 노회찬 의원과 오랜 지기였던 강기갑 전 의원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노 의원의 비보가 전해질 시기에 강 전 의원의과의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강 전 의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슬퍼할 때였다. 기자 역시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조건 들이대야 한다는’ 기자상은 우리시대의 적폐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받아들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기에 ‘태생 농민’ 강기갑이라는 명분은 인터뷰 진행에 촉진제가 되었다.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담소라면 마다 않는 강기갑 전 의원이기에.

 

▲ 강기갑 전 의원


강 전 의원은 농민운동가 출신이다. 17, 18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노동당과 연계된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 직후 경남 사천의 농장으로 돌아갔다. 요즘은 오로지 농사일에 매진하고 있다. 정치적 질문조차 농업적 답변으로 귀결될 정도다. 우문현답일 수 있다. 그것은 그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말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무래도 제가 농부이다 보니, 농업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된다. 제겐 여타 사회적 문제 모두 다 농업 문제로 귀결된다. 농업이 곧 사회고, 사회가 곧 농업인 입장이다. 우리나라 건강지수가 OECD 최하위권이다. 암 발생률, 아동 비만, 치매 등 숱한 문제가 있다. 그게 다 식탁의 문제다.”

농업 분야 문제점 해결 방안으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농법의 시작을 알렸다. 자신의 농장에서 10년 동안 자가 증식한 식초에서 살아남은 유산균이 바로 그것. 일반 미생물과는 차별화 되는 이 유산균은 인간과 가축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반 미생물들은 장내에 들어가면 위산 때문에 많이 죽는데 이 균은 산에 강하다. 이 균은 사람이나 가축에게 유익한 유산균이다. 장내에서 문제없이 소화가 잘 되니 자연 치유력이 증강된다. 축산에 적용하면 냄새가 안 난다. 이 유산균이 각 장기로 들어가 에너지화하면, 장에서 남은 것들은 냄새 안 나는 섬유질로만 배출되기 때문이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비보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았던 터다.

“당신은 오직 내가 평생을 약자를 위해 정치해야 하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책임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명까지 버린 것 아니었겠는가. 농사일을 하고 있을 때 그런 비보를 접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정의당에 전화를 해 몇 차례 확인한 뒤에야 비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땡볕에서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분이 삭지 않겠나 싶었는데, 이내 주저앉게 되더라.”

당적이 없는 강 전 의원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의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자영업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 올리려는 정의당의 정책은 여전히 존중한다”며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방향과 목표를 갖고 몸부림치는 정당이기에 어쩔 때는 안타깝고 어쩔 때는 가엽기도 하다. 어쩔 때는 무슨 힘을 빌어서라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동지를 잃은 농사꾼 강기갑 전 의원의 복잡한 속내를 들어봤다.

 

- 올 여름 폭염으로 다들 고생이 많았다. 농사일은 잘 되고 있는지.

▲ 올해 작황이 조금 안 좋았다. 저는 그것보다 축산을 여러 가지로 하는데, 이 폭염 때문에 사람보다 짐승들이 더 힘들어했다. 우리 농장의 경우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방사방목에 생태축산을 하니까, 짐승들이 알아서 그늘에서 쉰다. 일반 농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굉장히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 소득 부분은 어떤가. 십 수 년 전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도 그러했고, 국회에서 나와서도 빚이 많다고 들었다.

▲ 아직까진 빚을 갚을 정도로 큰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러모로 희망을 갖고 있다.

 

- 매실원액에서 추출한 식초를 이용, 획기적인 농법을 적용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 숙성된 식초 덕에 빛을 보고 있다. 그것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농법의 시작을 알렸다. 특허등록까지 했다. 축산, 과수, 채소 등 분야에서 좋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지역 학교 급식과도 연계돼 있다. 앞으로 이 분야를 확고히 개척해 소득을 창출할 계획이다. EM생명과학연구원에서 10년 넘게 발효된 제 식초를 분석해보니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이미 특허등록 했고 이것을 배양해 그 균들로 축산과 과수농사를 하고 있다. 자가 증식해 10년 된 식초에서 살아남은 균이다 보니 일반 미생물과는 다르다. 일반 미생물들은 장내에 들어가면 위산 때문에 많이 죽는데, 이 균은 산에 강하다. 이 균은 사람이나 가축에게도 유익한 좋은 유산균이다. 장내에서 문제없이 소화가 잘 되니 자연 치유력이 증강된다. 축산에 적용하면 냄새가 안 난다. 이 유산균이 각 장기로 들어가 에너지화하면, 장에서 남은 것들은 냄새 안 나는 섬유질로만 배출되기 때문이다.

 

- 축산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할 것 같은데.

▲ 축산이 지금 이대로라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시골에서 축산을 규제한다. 대안은 이런 마이크로바이옴 농법이다. AI와 같은 질병, 계란 파동, 환경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니 농민들에게도 적극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가 요즘 국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축산을 지속가능한 자연친화적 농법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야말로 순환농법의 생태축산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축산물도 질적으로 맛이 있고 아주 좋은 유기축산물이 된다. 그래야 축산이 살아남을 수 있다. 당적은 없지만 대한민국 농업이 질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입장에서 진보보수를 떠나 여러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 이 농법, 반려견 등 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효할 것 같은데.

▲ 안 그래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배설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니 그들에겐 더욱 좋은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나 고양이 사료에 이것을 이식하려면 돈이 엄청 든다. 최소한 5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들었다. 저는 아직 자본이 없어 여기에 투자할 능력이 없다. 투자자가 생기면 모를까(웃음). 현재 이런 사료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매실원액에서 발견한 것 외에도 냄새 안 나는 친환경 사료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사료가 나오는 것은 환영이고, 다만 제가 요즘 사용하고 있는 유산균과 비교해서 더욱 연구에 매진하고 싶을 따름이다.

 

- 이 같은 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들, 언제쯤 대중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2월부터 7월까지 5회에 걸쳐 국회에서 포럼을 열었다.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가졌다. 코페루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우리 농업을 이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지은 농사는 식탁을 살린다. 이런 농산물로 식사를 하게 되면 우리 몸이 좋아진다. 이른 시간 내 대다수 국민들 식탁에 오르길 희망한다.

 

- 국회에 있을 때나 나와 있을 때나 늘 농업 문제에 골몰해왔다. 요즘 들어 농민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데, 어떤 부분을 지적하고 싶나.

▲ 세상엔 많은 물질들이 있다. 그런데 적으면 귀한 줄 알고, 많으면 귀한 줄 모른다. 사실 흔한 것들이 귀한 것이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었나. 공기는 얼마나 귀한가. 공기의 경우 숨 못 쉬면 죽는, 절대자원이다. 물도 그렇고 태양도 그렇다. 공기, 물, 태양이 절대자원이이라면, 식량은 사람과 하늘이 만드는 필수자원일 것이다. 생존적으로 보면 식량은 필수를 넘어 절대자원에 해당한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이게 너무 흔하니까 대접을 못 받는다. 많은 식량, 이게 우리 한국에서 많이 나와서 흔한가? 아니다. 78%를 수입에 의존하는데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역대 어느 정권도 마찬가지다. 주권 지키듯 안보 지키듯 이런 식량과 연계된 농업을 바라보고 지켜야 한다. 많은 선진국들 중 식량이 없어서 고통을 겪은 국가들은 식량 자급력을 명시하고 법으로 보완해서 정책화시켜놓았다. 그래서 농업강대국이 되었다. 한국은 공산품 팔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농업의 경우 한번 망하면 공산품처럼 찍어내기 힘들다. 복구가 힘들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이 봉쇄되고 부족해서 쓰라린 고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헌법에 식량자가운용을 최우선적으로 명시해서 식량자급력 100%를 넘겼다. 스위스와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은 지금 중국과 식량전쟁을 하면서 15조를 직접 농민들에게 지원한다. 지금 강대국 치고 농업강대국 아닌 국가가 없다. 한편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GMO에는 다이옥신의 125배나 되는 독성이 포함돼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 건강지수가 OECD 최하위권일 수 밖에 없다. 암 발생률, 아동 비만, 치매 등 숱한 문제가 있다. 그게 다 식탁의 문제다.

 

-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전과 달리 좋다. 농업 관련 남북이 서로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언하자면.

▲ 우리는 평야지대가 많아 곡물이 많다. 북한은 산악이라 밭이 많고, 감자나 콩과 같은 밭 작물이 많이 나온다. 과거엔 이걸 다 나누었던 민족이었다. 북한은 옥수수, 콩이 주 작물이다. 우리는 쌀이 많이 남는다. 이런 게 교류를 통해 나눠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측은 농업 생산성이 불리하니까 우리 농업 성장 부분을 공유하면 북의 쌀 문제도 당장 해결할 수 있다. 또 북의 경우 석유 같은 게 제대로 수입이 안 되는 처지였으니 농사를 제대로 못 지었다. 지금 대세는 친환경 농법이다. 그러니 앞서 언급한 미생물 농법으로 서로 교류하면 북의 농업 환경도 3년 안에 복구된다. 북한의 좋은 땅에 친환경 농법이 이식되면, 양적으로 부족한 건 나누고 교환해야 한다. 5대 광물자원들도 우리가 북과 직거래하면 10조도 안 되게 사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의 농업부분에 엄청난 변혁을 가지고 올 수 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농업 정책 이외 여타 사회 문제들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지.

▲ 아무래도 제가 농부이다 보니, 농업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된다. 제겐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다 농업 문제로 귀결된다. 농업이 곧 사회고, 사회가 곧 농업인 것이다. 제가 농업 이외 여타 사회적 문제에 이러쿵저러쿵 할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다시 강조하자면 현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농업에 대한 별다른 철학이 없는 것 같다. 농업에 대한 가치, 생명산업과 동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 문제는 식탁의 문제로 이어진다. 정치하는 사람 모두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데, 기본적 행복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듯하다. 행복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궁극적 행복’이 마지막 단계라면, 그 앞의 기본적 행복은 국민의 건강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기초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 현 정부에게도 섭섭하다. 이런 맥락에서 농업에 대한 별다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축산 문제도 보통이 아닌데, 근본적 해결점이 안 보인다. 농업을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보는 것 같다. ‘발등의 불’이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농업은 지금 불덩어리가 아니라 당장 쇠나 장화도 태울 정도로 뜨겁다.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 건강지수가 최하위인데, 그걸 다 알고 있지만 그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보는 것 같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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