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의 색깔과 똑같은 짙은 녹색의 녹조현상이 경남의 낙동강 옆 한 논에서 목격됐다. 충격적이다. 지난 8월 22일 촬영. ⓒ 임희자

지난 8월 22일 경남의 한 논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이 목격됐다. 낙동강 물을 받아 농사지은 한 농가의 논이 진한 녹조라떼로 뒤덮인 것이다. 그동안 낙동강에서 목격되어 온 것과 똑같은 모습의 진한 녹조라떼가 이제 논으로까지 옮겨간 충격적인 광경이 목격됐다.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을 내뿜는 남조류가 논으로까지 넘어 들어가 대량으로 증식하는 기막힌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강에 이어 논까지 창궐한 녹조라떼, 이것이 위험한 것은 바로 조류독소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한 조류학자인 구마모토보건대 다카하시 토루 교수는 지난 2016년 방한해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를 조사하면서 자신의 연구에서 이미 녹조가 핀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됐기 때문에 낙동강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의 조류독소 오염을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맹독성 조류에 오염된 것도 불안한 사실인데, 논에까지 짙은 녹조가 피면서 이제 영남의 주민들은 농작물 안전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처음 목격해 알린 경남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당시의 심정을 알려왔다.

"식수원인 낙동강에 맹독성 조류가 창궐하는 것도 몸서리쳐질 일인데, 논에까지 녹조가 창궐한 현장을 목격하니 너무 충격을 받았다. 먹는 물은 고도정수처리라도 할 수 있지만, 논에 침투한 조류독소는 그대로 농작물에 축적되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다. 이건 재앙이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개방을 통해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부 농민들의 농업용수 타령에 놀아나 정부가 수문개방을 미룰 일이 아니다. 이러다 다 죽을 판이다."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임희자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는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 특단의 조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 낙동강의 수질이 5~6등급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KBS뉴스 보도. ⓒ KBS 뉴스데스크 캡처

수질 최악 전락, 이것이 1300만의 식수원

대한하천학회는 지난 8월 5일 낙동강에서 취수한 강물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지난 17일 KBS 뉴스보도를 통해 발표했다. 낙동강 5개 지점에서 뜬 강물을 호소 기준의 수질등급 지표인 COD를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대구는 5등급, 부산경남은 각각 6등급(최하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은 거대한 콘크리트 보에 막혀 사실상 8개의 거대한 호소가 되었고, 6미터 깊이로 강을 파 직강화시킨 낙동강은 강의 자연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 강의 자정능력과 흐름을 상실한 낙동강에선 매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면서 죽음의 강으로 전락해왔다.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강바닥은 산소조차 고갈되면서 생명이 살 수 없는 강이 돼버렸다.

4대강사업이 준공한 2012년 이후 매년 반복된 녹조 현상과 더불어 강바닥은 썩은 펄로 뒤덮였고 그 속에는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같은 수질 최악의 지표생물만 득시글거릴 뿐 그 어떤 생명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죽은 강이 되어왔다.

이번 대한하천학회의 조사로 실체적인 진실까지 규명됐다. 5~6등급 수질의 강물은 공업용수로도 농업용수로도 쓸 수가 없는데, 먹는 물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지금의 낙동강 물은 1300만 명의 식수로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17일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심각한 상태에 이른 낙동강에 대해 "낙동강 조류 대발생은 재난이다.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낙동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주장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라는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 전혀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지금 낙동강은 실로 조류대란 사태로 말미암은 식수대란 사태에 접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 맹독을 품은 남조류 세포의 모습. 간이측정기로 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에르기노사의 모습. 이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품고 있다.

조류 대발생 단계, 수돗물이 위험하다

올해는 낙동강에서 사상 최악의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8월 6일 낙동강의 제일 아래쪽 창녕합안보에서 무려 70만셀이 넘는 71만5993cells/㎖의 남조류 수가 측정된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100만셀을 조류 대발생 단계로 분류하고 있지만, 70만 셀이나 100만 셀은 사실상 구분의 의미가 없는 수치놀음에 불과할 뿐이다. 1밀리그램이란 것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와 같은 공간이다. 그 좁은 공간에 70만개 이상의 남조류 개체가 들어있다는 것이고, 그런 수준으로 낙동강 전체가 사실상 녹조밭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지금 식수원 낙동강에서 청산가리 100배에 이른다는 맹독을 몸에 지닌 남조류가 1밀리리터당 70만개 이상이 득시글거린다는 이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은 지금의 낙동강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해준다. 남조류의 독성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 간에 치명적인 이 독소는 물고기나 가축, 야생동물은 물론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브라질에서는 신장투석 환자 50여 명이 남조류가 창궐한 강물을 치료에 사용하다가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1300만의 식수원에서 창궐하고 있는 이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 나라 환경당국의 대처는 너무나 한가하다. 환경당국은 지난 7년 동안 매번 똑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깊은 곳에서 취수를 하고, 고도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먹는 물로는 문제가 없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이어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서도 목소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 창원시민들의 수돗물 원수가 되는 본포취수장 앞도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이 물을 정수해서 창원시민들이 수돗물로 마시고 있다. ⓒ 임희자

 

깊은 곳에서 양수한 농업용수를 그대로 받아 물을 댄 논에서 창궐한 녹조라떼는 환경당국의 주장을 비웃고 있다. 논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수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이 하는 일에 100% 안전이란 있을 수 없다. 실제로 독립적인 과학자들은 아무리 고도정수처리를 하더라도 100% 안전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한다. 조류학자들은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90~99% 선까지는 걸러질 수 있지만 걸러지지 않은 단 1%일지라도 조류농도가 올라가면 기준치를 넘어가는 조류독소가 수돗물에서 얼마든지 검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2016년 방한했던 다카하시 토루 교수와 신슈대 박호동 교수가 함께 조사 분석한 낙동강 원수의 남조류에서 무려 먹는 물 기준치의 456배에 이르는 조류독소가 검출됐다. 이 믿기지 않은 수치의 조류독소를 고도 정수 처리했을 시 걸러지지 않는 그 단 1%의 양은 4.56ppb(먹는물 기준치 1ppb)로, 먹는 물 기준치의 4배가 넘는 독소가 수돗물에서 검출될 가능성을 설명해준다.

조류 농도가 올라가면 정수과정에 약품투입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정수약품의 하나인 염소와 물속의 유기물이 결합해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녹조가 짙어질수록 이 수치는 점점 올라간다.

 

▲ 시민들은 보를 개방해 녹조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초등생은 대통령에 편지

낙동강 원수의 안전이 중요한 이유다. 원수가 녹조로 심각히 오염돼 있으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적 판단이다. 1300만 국민의 식수원에 맹독성 조류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이나 지속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는가.

2015년 미국 톨레도시에서는 시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리호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자 즉시 수돗물 음용을 중단하라는 조치를 내리고 시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하는 상식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환경당국은 지난 7년 동안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할 뿐 근본적인 조치는 전혀 취하고 있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연일 시퍼런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의 모습을 각종 매체를 통해 혹은 두 눈으로 현장에서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불안감은 자치단체장들로 하여금 낙동강 수문개방을 촉구하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예년과 달리 최근 창원과 양산, 부산과 경남도의 단체장들과 도지사는 일제히 정부당국에 낙동강 보의 수문을 개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동강 보를 열어주세요"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경남 창원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주부는 청원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저는 경남 창원에서 낙동강 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낙동강 수질이 6등급이라는 KBS뉴스보도가 나왔어요. 3등급까지만 먹는 물로 쓸 수 있고, 4등급부터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해도 공업용수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 저 물로 아이들이 먹고 씻고 다 해요. … 생수를 먹을 수도 있죠. 그러나 어린이집, 학교급식은요? 출근한 남편들 식당은요? 다 수돗물을 써요. … 낙동강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요. … 제발 낙동강 보를 열어주세요."

 

▲ 양수장의 양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난 현풍양수장. 수문을 열더라도 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 자체가 내려가 양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이는 이 구조를 개선하면 얼마든지 극복가능한 일이다.

 

한 초등학생은 문재인 대통령 할아버지께 간절한 염원을 담은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편지글에서 이 어린이는 다음과 같이 대통령 할아버지께 부탁했다.

"제가 낙동강 사진을 봤을 때 놀랐어요. 이렇게 더러운 물이 우리가 먹는 물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렇게 더러운 물이 우리의 식수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에요. 물고기도 살 수 없는 물이래요. 엄마 말로는 낙동강 보를 열면 낙동강이 살아난대요. 낙동강 좀 살려주세요."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는 여전히 수문개방에 미온적이다. 농민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농민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양수 문제로 강물을 끌어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4대강 보로 풍부한 강물을 마음껏 써왔는데 그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면 누가 그것을 용인할까?

강물을 쓸 수 없게 된 상황은 보의 수문을 열더라도 강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을 6미터 깊이로 파낸 무리한 준설공사로 인해 강바닥 자체가 너무 내려가서 양수장의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이는 구조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특별 예산을 배정해서라도 이 구조부터 개선해야 했다. 양수장의 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 양수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농민들이 보 개방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이런 시급한 구조개선 사업들을 뒤로 미룬 결과가 오늘날의 현실이다.

농민들도 맹독성 조류가 논에까지 침투한 이런 상황에서 농업용수 타령만 하고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애지중지 기르는 나락이 조류독소로 물들어가고 있다는 이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쌀이 아니라 '독'을 국민들에게 내어놓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 지난 8월 21일 열린 낙동강 수계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모여 낙동강 포럼을 열고, 수돗물 안전성을 얻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낙동강 보를 개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낙동강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태풍, 홍수, 지진 등과 더불어 '조류(藻類) 대발생'을 포함하고 있다. 법령에서도 조류 대발생을 국가재난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국가재난 사태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낙동강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시급히 결단해야 한다.

"대책의 첫 순서는 낙동강 보의 개방이다. 강의 자연성을 하루빨리 되찾아 주어야 한다. 이것만이 지금 대란 수준으로 창궐하고 있는 낙동강 녹조를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낙동강네크워크 위원장이자, 대한하천학회 부회장인 박재현 교수의 말이다. 박교수의 말대로 빨리 보를 열어 강을 흐르게 해 강의 자정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심각한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이다.

밀리리터당 70만셀이 넘는 남조류 세포수에 양수장을 통해 그 물을 끌어다 쓴 논에까지 녹조라떼가 창궐한 현실은 가히 국가재난사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미적미적 거릴 때가 아닌 상황이다.

"우리가 촛불을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근혜정부 최대의 적폐 중의 하나가 4대강사업이다. 4대강사업을 강행한 국토부의 관료가 그대로 환경부에 들어가 4대강 재자연화 업무를 맡고 있다. 4대강 심판은커녕 4대강 재자연화가 될 리가 없는 이유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때 올 것 같다."

4대강 부역자 인명사전을 만든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이철재 부위원장의 탄식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