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명한 가을 하늘, 나비들의 외침 울려퍼지다
저 청명한 가을 하늘, 나비들의 외침 울려퍼지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9.13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1352차 정기 수요집회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 비가 내리는 가운데 90을 넘긴 한 할머니가 흰색 우비를 입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다. 할머니의 손에는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는 피켓이 들려있다.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였다.

 

#왜 아직도 화해치유재단일까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안하무인적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합의에 대한 논란과 함께 10억 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달 6일부터 서울 중구의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재단의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행동’을 벌여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 역을 열연 중인 배우 김의성씨도 외교부 청사 앞 1인 시위에 동참, 관심을 모았다. 김씨는 7일 페이스북에 관련기사를 링크시킨 뒤 “매국행위 물타기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개봉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허 스토리>도 한 몫을 했다.

 

 

#일본대사관에 울려퍼지는 학생들 외침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던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 수요힙회 현장에선 학생들의 외침이 눈이 시리게 푸르른 하늘에 울려퍼졌다. 집회 현장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이 가을하늘처럼 맑은 눈을 가진 어린 학생들이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 1352차 정기 수요집회는 처음으로 중학생들이 주관했다. 중등대안 불이학교 3학년생들이었다. 중등대안 불이학교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중고통합 5년제 대안학교다.

사회를 맡은 이윤서, 윤지성 학생의 또랑또랑한 목소리. ‘바위처럼’에 맞춘 율동과 함께 집회가 시작됐다. 이어진 학생과 김선우 학생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들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겪으신 일들을 자세하게 알게 됐다”며 “일본의 사죄를 꼭 받아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요집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들은 그동안 모은 돈을 나비기금으로 전달했다.

 

 

“지난 8월 30일에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일본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제대로 사죄와 배상이 안됐으니 제대로 처리하라고 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피해자원칙이란게 있다며 모든 사건의 피해자를 중심해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2015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질 때 할머니들과 의논도 없이 일방적으로 맺었다며 제대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본 정부의 반응은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위원회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이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한 김의성 배우도 1인 시위에 함께 동참을 했었다.”

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장이 그간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불이학교 학생들의 ‘나는 나비’라는 희망찬 노래 공연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일본 대학생과 외국인 나비들

이날 집회에는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 멀리 일본 대학생들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일본 고베여자대학교, 일본 동경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해준 것이다. 이외에도 인천여자고등학교, 경남외국어고등학교, 용문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들은 마음으로 느끼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27년 째 이어지고 있는 집회다. 암 투병 중에도 김복동 할머니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라며 아침마다 시위현장에 나가신다. 이 청명한 가을, 모든 나비들의 간절한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빌어본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