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1910년 강제병합 불법 인정… 한‧일청구협정 무효일 수밖에”
“우리 헌법, 1910년 강제병합 불법 인정… 한‧일청구협정 무효일 수밖에”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8.11.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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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1회

한반도 정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이지만 과거와 달리 비교적 순항 중이다.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한국에선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 대북 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한‧미 양국에 화해와 극복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요원하던 ‘북핵 폐기’가 실체적으로 다가올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희망은 절망에서 피어났다. 한 때 트럼프와 김정은의 행보를 두고 세계인들은 ‘크레이지’라고 비아냥거렸다. 미국과 북한 양국에서 언젠가 핵을 터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기우였다. 미쳤든 미치지 않았든, 누가 보기에 ‘미쳐 보였던 두 사람’이 만나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희망적 상황이다. ‘비정상회담’이 정상회담으로 승격된 격이다. 애초 북핵 문제 나아가 북한 문제는 논리적이거나 정상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한국외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은 “결국 양쪽 다 미쳐야 해결되는 게 북핵 문제”라고 말한다.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를 미친 사람이라 한다. 김정은도 한 때 그런 소리를 들었다. 반농담식으로 말하자면 양쪽 다 미쳐야 해결될 수 있는 게 북핵 문제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선 지금까지 오바마보단 트럼프가 북‧미관계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트럼프 입장에선 임기 중 북‧미관계 정상화 업적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법학자의 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북 제재와 대북 정책 등은 국제법과 무관하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나아가 북한 내부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북한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분석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평화협정’이라는 용어보다 ‘평화체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비교적 느슨해 보이는 ‘체제’는 이데올로그와 무관해 보이는 트럼프 마인드와도 맞닿아있다.

“북한이 처한 여러 상황이 어렵다. 한국전쟁 이후 늘 그러해왔고 북한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속 시원히 풀린 적 없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자신들의 핵심 과제로 여긴다. 여기서 북한의 가장 큰 약점으로 드러난 게 인권 말살 문제였다. 그 다음이 정치범 수배 등이다. 핵무기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다. 과거 미국 정부는 논리적으로 접근했다. 트럼프의 경우 기업가 마인드로 접근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북‧미관계의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이 컸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종 평가는 이르지만 변화를 갖고 온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국제법과 관련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문제 등에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관심을 쏟고 있다. 일제 강점기 억울하게 끌려간 징용 대상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강제노동을 겪고 해방 이후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 터. 지지부진했던 이 문제는 지난달 30일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거세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자체가 무효화 되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본 아베 총리는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예상했던 결과이며, 정권교체가 되면서 사법부가 바로 서게 됐다”며 대법 판결에 대해선 “헌법 핵심가치와 우리 국민 정서, 미풍양속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내린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달 우리 대법원에서 일본 강제징용과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 예상했던 결과다. 과거 정부의 적폐가 바로 잡힌 것이다. 한‧일 양 사법부 입장도 같다. 걱정이 있다면 과연 우리 외교부가 이 판결을 존중해줄지 여전히 의문이다. 일본 외교부도 여전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지키는 게 원칙이라고 여긴다. 과거 우리정부 태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이 처음엔 우리 대법 판결을 수용해서 배상한다고 해놓고,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고 재상고를 한 것이다.

 

- 아베총리는 이번 대법 판결을 두고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한국에 대한 5억불 지불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규정했다. 이런 입장을 한‧일 양국이 2005년까지 계속 유지해왔다. 그런데 양국의 외교 문서를 공개하자 위안부, 원폭, 한인 교포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강제징용 문제의 경우 청구권협정 8개 항목 가운데 미불 임금이라고 판단하고 우리 정부가 청구권협정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이번 대법 판결도 그것의 연장이다. 강제징용은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65년 청구권협정을 고집하고 있다. 65년 협정문서 가장 마지막엔 분쟁행위 교환각서가 있다. 각서의 작동은 정치외교적 방법과 중재에 의한 방법에 따른다. 여기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 그런데 국제재판소는 강제관할권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정부가 동의를 해야 재판이 성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국 정부를 자꾸 협박한다. 2차 세계대전과 관련 2012년 한·일 관계와 유사한 상황에서 독일이 프랑스를 상대로 국제재판소에서 승소했던 사례를 상기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 경우와는 다르다. 독일의 경우는 ‘절차적 주권’ 쟁점 때문에 승소한 것이다. 우리는 ‘실체적’인 면에서 재판에 가도 문제가 없다. 현재 아베 정부는 65년 청구권협정도 협정이지만, 또 하나는 한국정부와 오랫동안 그 원칙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국제법 운운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는 국제재판소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대법 판결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대법 판결에선 일본의 행위가 우리 헌법 핵심가치에 위반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헌법은 1910년 강제병합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65년 협정은 한․일 강제병합을 합법으로 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헌법 핵심가치와 우리 국민 정서, 미풍양속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법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국제법상 일본이 패소한다.

 

- 모든 판결은 ‘정치적 판결’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판결도 우리 정권이 교체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반인륜범죄나 전쟁범죄 등은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며 대다수가 상식적인 판결을 요구한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 가치를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공적 가치를 지향함으로서 특정한 정권 내에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다. 친일파와 같은 부류가 정권의 중심에 서 있다면 왜곡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집단은 한․일 양국에 다 있다. 우리의 경우 남북관계와 관련된 색깔론으로 사법체계가 무너지기도 했다. 박정희 유신 당시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런 잘못된 역사의 과정에선 올바른 가치를 지향을 하는 이들이 역사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사적 이익만 생각하는 이들이 역사의 중심에 서다보니 우리 정치-경제-사회가 유린당했었다. 사법정의도 무너졌는데, 양승태 같은 인물들이 조직이기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외교부와 흥정하기에 이르렀다. 외교부 중심부의 사람들은 일본과의 적절한 관계를 바라게 되어 있다. 다수 국민들 생각과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쉽게 얘기해서 사법부에서 원하는 게 상고법원과 해외 공관에 판사 숫자 늘리려는 것이다. 과거 한․일협정 이후 편하게 지내는 가운데 사법부와 외교부가 서로 바라는 게 합일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자고 하니 자신들 일거리도 많아지고, 과거 일본과 친했던 외교부 사람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게 사법부에 판결을 미뤄달라고 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이지 어떤 역사의식도 없다. 어느 정부든 이런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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