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한 해 마무리하기 좋은 태안 여행

태안(泰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평안함이 깃든 고장이다. 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사철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파도소리 들리는 조붓한 해안길과 크고 작은 십 여 개의 해변, 온갖 희귀한 식물들이 자라는 식물원, 기름진 개펄, 일출과 일몰, 솔숲을 거느린 해변 캠핑장, 사구(모래 언덕) 등 볼거리의 천국이다.

일단 태안땅에 첫발을 딛게 되면 섬 남쪽 끝인 영목항으로 달려가자. 이곳에서 해안길을 따라 섬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경치를 감상하면 된다. 충남 보령땅과 뱃길이 닿는 영목항에 서면 저 앞으로 섬들이 몇 개 보이는데 가슴이 탁 트인다. 머잖아 영목항과 보령을 잇는 해저터널과 연육교가 놓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1독특한 풍광으로 사진작가들의 관심을 받는 운여해변
독특한 풍광으로 사진작가들의 관심을 받는 운여해변

 

▶지명이 예쁜 아름다운 해변

태안은 해수욕장(해변)이 유난히 많다. 지명도 무척이나 독특하다. 바람아래, 장돌, 장삼, 운여, 샛별, 꽃지, 두여, 몽산포, 청포대, 기지포, 백사장 등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신비한 기운이 몰려오는 듯한데, 이들 해변은 풍광도 아름다워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영목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운여(雲礖)해변은 최근 들어 뜨기 시작했다. 해변에 일렬로 늘어선 해송이 사진작가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출사지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운여는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만들어 내는 포말이 마치 구름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때에 따라 겨울바다의 서정이 가슴을 후빈다. 이어 나타나는 장삼포 해변은 다른 이름으로 대숙밭이라 불리는데 대숙은 고동(조개 이름)의 일종으로 대숙 껍질이 밭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곳 역시 시시각각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여해변
두여해변
백사장항과 해양 인도교
백사장항과 해양 인도교

 

태안반도의 해변 중 꽃지는 단연 눈길을 끈다. 잘 단장된 해변공원은 아기자기해서 산책 코스로 좋고, 두 개(할미바위, 할아비바위)의 바위 사이로 지는 수평선의 낙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근에 미끈한 소나무(일명 안면송)들이 맑은 기운을 내뿜는 안면자연휴양림이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수령 100년 내외의 안면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혈통 좋은 소나무들로 알려져 있다. 2Km에 달하는 소나무숲 산책로는 솔 향을 맡으며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안면자연휴양림에서 나와 77번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안면암 입구. 조붓한 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바다와 마주한 암자가 나오는데 암자 앞은 푸른 천수만을 둔 천혜의 개펄 지대다. 두 개의 작은 새끼섬(여우섬과 조구널)을 연결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담한 장돌해변
아담한 장돌해변
안면자연휴양림에 가면 안면송을 볼 수 있다
안면자연휴양림에 가면 안면송을 볼 수 있다.

 

안면암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황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황도는 서산땅 천수만과 이어져 있다. 그냥 보면 평범한 어촌마을이지만 이곳에 와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황도 앞 개펄은 온통 바다 생물들의 놀이터. 바지락, 굴, 낙지 등등. 조개껍데기가 단단하고 속살이 찬 바지락은 최고로 쳐준다. 늦은 저녁에 황도에 도착했다면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보길 권한다. 이른 아침, 황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여행의 참맛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황도에서 나오면 길은 안면대교로 이어진다. 안면대교를 건너기 전, 백사장해변과 항구에 들러본다. 백사장해변은 사막을 연상케 할 정도로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해변과 붙어 있는 백사장항은 활기 넘치는 태안의 대표적인 항구로, 예전엔 위쪽의 판목나루터와 아래쪽 백사장 나루터를 연결하는 나룻배로 건너다녔으나 1970년 안면도를 잇는 다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최근 들어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해양 인도교가 놓이면서 또 다른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안흥항 아침 풍경, 갓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고있다
안흥항 아침 풍경, 갓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고있다
어선들이 정박한 안흥외항
어선들이 정박한 안흥외항

 

백사장을 지나면 마검포-청포대-몽산포해변이 차례로 나타난다. 몽산포해변은 태안8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40∼50년생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솔숲엔 오토캠핑장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 맞춤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해안길을 한참 달려 다다른 안흥항. 내항과 외항으로 나눠져 있는 안흥항은 해산물 집산지이자 유람선이 떠나는 곳이다. 안흥항에서 잡히는 어종은 꽃게를 비롯해 갑오징어, 갈치, 우럭, 돔, 대하 등 다양하다. 외항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섬 마도는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경치가 아름답고 등대와 방파제가 있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다. 외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서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안흥 8경을 둘러 볼 수 있다. 유람선은 이곳 안흥항을 출발해 죽도-목개도-정족도-가의도-광장각-마도-신진도-안흥항으로 돌아오는데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신두리 사구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신두리 사구

▶사막을 연상시키는 모래언덕

안흥에서 길은 조개 모양으로 빙 둘러서 이어진다. 영화 촬영지로 잘 알려진 갈음이해변을 보고 근흥면 소재지를 지나면 통개, 파도리, 어은돌,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구름포 쪽으로 가게 된다. 예쁜 이름을 가진 파도리와 어은돌은 이웃한 만리포에 비해 덜 알려져 한결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근에 돌을 가공해 만든 해옥(海玉)전시장도 있다. 해옥은 파도리 해변에 널린 자연석 조약돌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반지, 팔찌, 열쇠고리, 장식용 탁자, 조명기구 등 액세서리와 가구류에 두루 쓰인다.

 

신두리사구 산책로
신두리사구 산책로
겨울바다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만리포해변
겨울바다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만리포해변

 

만리포는 ‘똑딱선 기적소리 고운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이란 유행가로 잘 알려진 곳으로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만리포 위쪽의 천리포항은 바로 앞에 2개의 닭섬이 있어 눈길을 끄는데 뭍에 붙어있는 섬을 뭍닭섬이라 하고 바다에 떠 있는 섬을 섬닭섬이라 부른다. 그중 섬닭섬은 썰물 때 뭍과 연결되는 장관을 보여준다.

 

두웅습지의 겨울
두웅습지의 겨울
사철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
사철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에는 1만2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천리포식물원(www.chollipo.org)도 있다.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국제수목학회에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잘 가꿔져 있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온갖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한겨울인데도 푸른 나무들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맑아진다.

 

천리포수목원의 겨울나무
천리포수목원의 겨울나무
파도리해변의 조약돌을 가공해 만든 해옥, 해옥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파도리해변의 조약돌을 가공해 만든 해옥, 해옥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천리포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사막을 연상시키는 모래언덕이 나타난다. 신두리해변 뒤편에 펼쳐진 신두 사구를 일컬음이다. 자잘한 모래 알갱이들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언덕으로 변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바닷바람이라도 불면 모래가 날려 뿌연 잿빛을 연출한다. 신두사구 앞에 펼쳐진 신두해변은 한마디로 광활하다. 바닷물이 쓸고 내려간 모래바닥은 다양한 무늬의 잔주름이 끝없이 나 있고, 발에 와 닿는 모래 감촉이 참으로 좋다. 신두 사구 안쪽 깊숙한 곳에는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된 두웅습지가 있다. 금개구리, 맹꽁이, 포범장지뱀, 무자치, 갯방풍, 갯메꽃, 수련, 애기마름, 부들 같은 보존가치가 뛰어난 양서류와 수서곤충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태안반도 남쪽 끝의 영목항
태안반도 남쪽 끝의 영목항

▶태안반도 최북단의 겨울

신두리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간다. 원북면 반계리 마을에 이르니 독립운동가 이종일 생가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이종일 선생은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오세창, 권동진, 최린 등과 함께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애국지사이다. 1858년 11월 이곳 반계리 마을에서 태어난 선생은 일제강점기를 보내면서 국권회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경향 각지의 7개 학교장을 지내면서 교육사업에 전념하였고, 1898년에는 최초의 한글신문인 제국신문을 창간하였다. 복원된 생가는 6칸 겹집의 L자형 목조 초가집으로 건넌방ㆍ대청ㆍ윗방ㆍ안방이 각 1칸씩 있고, 부엌을 2칸 두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사당과 기념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태안반도 북쪽 끝머리의 만대항
태안반도 북쪽 끝머리의 만대항
학이 노닌다는 뜻의 학암포해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학이 노닌다는 뜻의 학암포해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학이 노닌다는 학암포 해변이 지척에 있다. 넓고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참으로 이국적이다. 바다 앞에는 학이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는 학암(鶴岩)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학암포는 원래 분점(盆店)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분점이란 조선 중엽 이곳에서 질그릇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한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고 한다.

태안해변길(해안탐방로)도 걸어볼만하다. 태안반도 최북단의 만대항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이어지는 120㎞의 해변길은 각 지역 특징에 따라서 소원길, 파도길, 바라길, 솔향기길, 샛별길, 솔모랫길, 노을길, 바람길 등 8개 코스가 있다.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
국보로 지정된 마애삼존불 입상
국보로 지정된 마애삼존불 입상

 

태안읍내에 있는 마애삼존불(국보 제307호)은 귀로에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중앙에 보살을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했는데, 좌우의 불상이 크고 가운데 불상이 상대적으로 작은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애삼존불이 있는 백화산(높이 284미터)은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다운 산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태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여행작가, 수필가>
 

여행팁(지역번호 041)

◆가는 길: 서울(동서울, 강남, 남부터미널)-태안간 고속버스 수시 운행. 대전, 인천, 수원, 천안, 성남, 당진, 보령, 예산, 공주에서도 태안행 시외버스 운행. 태안시외버스터미널(674-2009)에서 태안 각 방면으로 가는 군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기차는 장항선 홍성역에서 내려, 홍성-태안간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나와 철새탐조지인 서산 B지구를 통과, 원청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안면대교를 건너 영목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뚫려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해미나들목)을 나와 국도 32번을 타고 서산을 거쳐 태안으로 들어가도 된다. 태안읍에서 32번국도(77번국도는 꽃지 방면)를 타면 만리포-천리포-신두리-학암포-꾸지나무골로 이어진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태안-근흥-안흥항-신진대교-신진항. 태안읍 남문교차로에서 우회전-남면사거리에서 좌회전-원북-이원 방향 603번 지방도로-반계삼거리에서 좌회전 634번-신두리해변-학암포. 여행문의: 태안군청 관광마케팅팀 670-2772, 국립공원관리공단 태안해안사무소 672-7267, 9737

◆숙박: 태안 관내에 모텔, 펜션, 유스호스텔, 콘도, 휴양소 등 숙박시설이 많다. 천리포수목원(672-9982)에 전통가옥인 게스트하우스 10동이 있다. 배롱나무집, 소사나무집 등 방에 따라 15만원부터 예약할 수 있다.

◆맛집: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을 반건조 상태로 말린 뒤 쌀뜨물에 각종 채소와 두부 등을 함께 끓여내는 우럭젓국이 입맛을 당긴다. 안흥항에 있는 안흥하우스(675-1021)와 남면 양잠리의 숲속의 하루(674-6259)는 꽃게탕과 꽃게찜이 별미이고, 백사장항의 복음회관(673-5349)은 자연산 대하와 꽃게 전문점. 몽산포 바다횟집(674-2247)의 우럭회도 먹어볼 만하다. 안면읍 승언리의 꽃지바다횟집(674-5755)은 싱싱한 활어회가 일품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