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최병성 환경운동가 (목사)-1회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한 유해성 물질로 만든 ‘쓰레기 시멘트’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경악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런 시멘트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에서 수입한 폐타이어와 폐고무, 온갖 화학물질로 이뤄진 시멘트가 생산되고 있지만, 환경규제나 안전기준도 없는 상태다. 정부는 시멘트 카르텔의 이익을 위해 쓰레기 시멘트 제조를 허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환경운동가 (목사)
최병성 환경운동가 (목사)

“대자연이 나의 목회지다. 푸른 하늘과 숲, 풀 한포기, 새 한 마리를 바라볼 때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들과 대화하며 위로도 받는다.”

본래 가톨릭 가문에서 성장한 최병성 목사는 좀 더 깊은 영성수련을 위해 포천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도생활을 했다. 수도원을 나온 후에 1999년 강원도 영월의 오지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다. 쓰레기 시멘트 제조가 시작된 원년이 1999년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수도생활을 겸해 책을 쓸 요량으로 갔는데, 그곳이 내 운명을 바꾸는 곳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회고한다.

그가 머문 곳은 서강(西江) 부근이었는데 5년이 지난 2004년경 서강 상류지대에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영월군이 몇몇 지역에 건립을 시도했지만 주민반대에 부딪쳤고, 결국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서강지역을 지목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환경영향평가까지 조작해 멀쩡한 산을 반으로 잘라 도로를 뚫으려 했다. 그냥 놔두면 아름다운 서강이 훼손되겠다 싶어 주민들과 함께 2년 동안 반대투쟁을 했다. 결국 우리가 지켜냈다.”

영월에는 시멘트 광산지대가 많아 대기업 시멘트 공장들이 몰려 있다. 최 목사는 여기서 쓰레기 시멘트의 진실을 깨닫고 나서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환경에 문외한인 그가 어떻게 대형 시멘트 기업과 10년 동안 홀로 힘겹게 싸울 수 있었을까.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힘이 약한 개인이고, 상대방은 쌍용, 아세아, 한라 등 거대 재벌회사들이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가 열렸고 어느 날 과학기술정보도서관에 들어갔는데 숨겨진 비밀보고서를 발견했다. 환경부가 34억 원에 발주한 쓰레기용역 보고서였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상세한 내용들이 올라와 있었고 이것을 다운 받아 연구했다.”

최 목사의 다음 목표는 새만금이다. 새만금의 역사와 환경을 누구보다 세밀하게 꿰뚫고 있는 그는 “새만금은 역대 정권들이 무모하게 강행한 바다의 4대강 사업이다. 30년이 지났지만 새만금 주변에 사는 전북도민의 삶은 무너진 지 오래”라고 일갈한다.

최병성 목사를 용인시청 14층 용인시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쓰레기 시멘트 문제와 환경부-산자부의 애매모호한 환경기준, 폐 슬러지 유통경위, 새만금 방조제 폐해 등을 짚어 보았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신학자로서 환경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 개신교 목사지만 좀 더 깊은 삶을 원했다. 그래서 포천 영성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하다가 수도원을 나와 1999년 강원도 영월 오지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조용한 곳에서 수도생활 겸 책을 쓸 요량이었다. 바로 앞에 영월의 서강이 흘렀고 경관도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영월 서강의 한반도지형이 바로 이곳인데 내가 최초로 발견했다. 환경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강에 온지 5년 후인 2004년 8월 무렵, 영월군이 서강 상류지대에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몇몇 지역에 건립을 하려다가 주민반대에 부딪히자 서강 부근으로 방향을 틀었다.

 

- 어떻게 해서 천혜의 자연이 있는 서강 상류지역으로 바뀌게 된 건가.

▲ 군 공무원들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해 서강을 찍은 것이다. 멀쩡한 산을 반으로 절단하고 도로를 뚫으려 했다. 이대로 놔두면 수 만년 된 서강지역이 훼손되겠다 싶어 주민들과 결집해 2년 동안 영월군과 피나는 투쟁을 했고, 결국 지켜냈다. 이 때문에 영월 서강 한반도 지형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지금 이렇게 보존해 놓으니 어떤가. 이곳이 영월 8경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관광객이 급증하자 버스주차장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관광수입이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서강 한반도지형에는 천연습지도 있는데 환경부가 보호습지로 지정한 상태다.

 

- 군청은 개발을 완전히 중단한 건가.

▲ 그렇지 않다. 서강이 발견되기 전부터 산 반대편에 도로를 놓았다. 자연적 가치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고 보존해야 된다고 영월군청 건설과 공무원을 찾아가 호소해도 ‘그까짓 지역 하나가 뭐 길래?’ 하는 시큰둥한 반응뿐이었다. 자연보존 개념도 없고 오로지 개발만이 능사였다. 그럼에도 누차 공무원들에게 간청했지만, 누구 한 사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영월군을 전국의 유명한 자연보호지역으로 어렵사리 이끌어냈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서강 하나를 지켜내니까 강 주변 습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하게 된 서강에서의 환경운동이 최초였던 셈이다.

 

- 시멘트 문제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된 건가.

▲ 내가 영월로 간 것도 하늘의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쓰레기 시멘트 회사와의 싸움에 대비한 훈련장이 영월이었다. 이곳은 시멘트 광산지대가 많다. 실제로 서강마을 옆에는 현대시멘트와 쌍용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굴지의 재벌사들이 몰려 있다. 당시 시멘트공장에 가보면 마당에 폐타이어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폐타이어는 석유화합물이다. 1000℃로 열을 가하면 50%는 석유가 되고, 나머지는 철심 등으로 분리된다. 시멘트회사들은 일본, 이태리, 독일, 영국 등에서 온갖 유해쓰레기를 수입한다. 그때 마침 제가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 중이었는데, 이곳을 찾아온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에게 ‘폐타이어와 시멘트는 위험하지 않나요?’ 물었더니 ‘환경부 권장사안이다’고 하더라.

 

- 시멘트에 어떤 물질이 혼입되는가.

▲ 환경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기가 막혔다. 그때는 그런가 하고 별 다른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영월의 현대시멘트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엄청난 시멘트 가루가 온 마을을 뒤덮자, 주민들이 회사를 상대로 보상시위를 했다. 나중에 주민들의 요청으로 동참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청난 산업폐기물들을 시멘트에 혼합해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면서도 환경부의 사용기준과 안전기준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랐다. 있다면 먼지, 황산화물, 이산화질산 세 가지뿐이다. 이것만 검출되지 않으면 어떤 쓰레기라도 무한정 가져다 쓸 수 있는 게 우리나라의 환경법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쓰레기들이 여기로 들어간다.

 

- 폐쓰레기 밀거래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 국민들은 쓰레기를 버릴 때 종량제 봉투를 쓴다. 기업도 쓰레기를 버릴 때 쓰레기 처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쓰레기를 정식으로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면 돈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톤당 1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하면, 시멘트회사에 2만원만 주면 깔끔하게 처리해간다. 삼성전자만 해도 폐 슬러지(Sludge, 각종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기름 침전물 또는 반고체폐기물)를 처리하는데 톤당 10만~60만원이 든다. 하지만 시멘트공장에선 10만원만 주면 가져간다. 기가 찬 것은 시멘트회사에 쓰레기를 유치하는 영업사원이 아예 따로 있다는 것이다. 공장마다 다니면서 쓰레기 수거가격을 흥정한다. 그것도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가져온다.

<2회로 이어집니다.>

 

최병성 목사는…

2007 환경재단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상
2007 미디어 환경 블로거 기자 대상
2008 교보생명 환경문화상 환경운동 부문 대상
2010 ‘오마이뉴스’ 기자 대상
2011 언론인권 특별공로상
2011-2012 2년 연속 ‘오마이뉴스’ 올해의 기자상
2018 환경재단 목사이자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 기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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