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기적이 울렸다. 오랜 숙원이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양측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남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2002년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 2007년 경의선·동해선 철도 열차 시범 운행을 한 뒤 경의선 도라산역∼판문역에서 화물열차를 운행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1년도 안 돼 철길은 끊겼다. 그 후 10년 동안 철마는 달리지 못했다. 전쟁 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재개된 남북철도 연결이 새로운 이정표를 찍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 철도 연결이 신호탄을 올렸다.

이번 착공식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빠진 상황에서 진행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착공사에서 “분단으로 대립하는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며 “담대한 의지로 우리 함께 가자”고 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도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면서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고 화답했다.

첫걸음을 뗐지만 실제 공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대북 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돼야 연결 및 현대화 공사가 가능하다. 대북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북한의 철로가 노후화돼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상황이라 소요되는 공사 시간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비용은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80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연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30년간 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은 추산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남북 철도 연결은 평화와 안보 차원에서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남북 도약 기대”

이번 착공식은 남북을 비롯 주변 국가들에게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

남측은 남북철도연결이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한반도의 경제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북측도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동북아·유라시아의 공동 번영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러시아·몽골 등 동북아시아 주변국들도 남북의 철도연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남과 북이 힘을 합친다면 세계무대에서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아시안 하이웨이를 통해 운송기간을 단축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편익은 남과 북이 함께 향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부상도 “오늘 착공식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동북아 유라시아 공동 번영, 더 나아가서 전세계 공동번영을 적극 추동하는 새로운 동력 이 출연하는 역사적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야말로 통일의 경적소리ㆍ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질 그 날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추궈훙 주한중국대사는 "이번 착공식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을 이루는 것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북관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믿으며, 남북간 철도가 되도록 빨리 연결돼서 중국으로까지 철도가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양구그 소드바타르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도 "앞으로 협력 사업에 적극 참가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엔 남북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미국이 협력해 철도로 남북을 잇고 동북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공동체를 통해 다자평화안보체제의 기틀을 닦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이 착공식을 시점으로 남북 철도 도로가 원만하게 현대화까지 마무리된다면 우리가 꿈꿨던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 기차를 타고 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심스럽지만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낸 남북철도 연결 사업이 2019년 새해에도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