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와 로열티 손질 않고 최저임금 강행, 자영업자들에 엄청난 압박”
“임대료와 로열티 손질 않고 최저임금 강행, 자영업자들에 엄청난 압박”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12.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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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 지금 세계는 5%가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속 이야기 같은데.

▲ 미국과 같은 선진자본국가들의 ‘정상 자본주의’가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양산했고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 신자유주의가 유입되면서 노동탄압과 양극화가 심해졌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노동자의 피와 땀을 앗아갔다. 문재인 촛불정부가 이런 모순을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 체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러 경제개혁 입법을 추진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떠밀린 상태다. 거대한 힘이 이것을 제약하고 있고, 정상화로 회복시키는 것에 자유한국당이나 재벌, 임대업자 등 기득권층의 저항이 너무 강하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 한쪽 말만 들어서도 안 된다. 양쪽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한다.

 

-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실패라고 봐야 할까.

▲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의 반발로 경제장관이 바뀌었고 청와대 중진들도 떠나면서 경제개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소득주도성장은 양극화가 심한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소비생활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소득을 통해 양극화를 줄이고 시장구매력을 높이려 했던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은 긍정적으로 본다. 오류가 있다면, 최저임금 문제에서 자영업자의 고민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돈 많은 자본가 계층이 아니다. 대부분 생계형이다. 열심히 일해도 가져가는 이윤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이들의 이윤을 크게 제약했던 핵심요인은 임대료다.

 

- 자영업자에게 임대료 문제 보통 심각한 게 아닌데.

▲ 맞다. 임대료 문제는 이들에게 풀지 못할 최대 고민거리다. 대기업의 특권과 같은 ‘프랜차이즈’ 로열티를 뜯어가는 갑질 횡포도 그렇다. 임대료와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풀린다. 여태까지 이것이 자영업자의 수익을 갉아먹어왔다. 그런 것을 모르는 정부가 임대료와 로열티를 손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강행했다. 노동자와 피고용인의 임금상승 문제가 자영업자에게 견딜 수 없는 압박이 되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자영업자는 임대료 내다 망할 지경이다. 그런 현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길을 다니다 보면 6개월이 멀다하고 가게들이 폐업하고 다른 업종이 들어오는 것을 목격한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문을 닫는다. 단골이 잡히고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건물주는 장사가 될 만하면 임대료 올려달라고 난리친다. 지금 같은 불황에 6개월 만에 이윤을 남기기는 어렵다. 적어도 1~2년 시간을 줘야 한다.

 

- 결국 대기업과 기득권층만 살린 격이 된 것 아닌가.

▲ 정부도 임대료 문제를 깊게 생각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부동산투기로 집값이 폭등하자, 뒤늦게 소득세 강화라는 뒷북정책을 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소득세율이 오히려 더 낮아진 채 통과됐다. 최상층의 300% 세율을 200%로 내렸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결과가 된 원인은 한국의 지배층들이 부동산으로 떼돈을 번 계층과 부동산업자들이라는데 있다. 임대료를 낮추는 것에 강한 저항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세율 강화나 임대료 폭등을 막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 최저임금을 올리다 보니 자영업자들만 압살당했다. 임대료 오르고 최저임금 올리니 죽을 맛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기득권층은 배를 불렸다. 결국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문제도 본질이 흐지부지해지고 정말 중요한 문제는 가려졌다. 자영업자를 핑계로 대기업의 부담을 줄여준 것 밖에 없다. 다시 양극화로 되돌려진 것이다.

 

- 정규직의 일자리는 늘은 건가.

▲ 그렇지 않다. 지금 기업들의 목표는 비정규직의 일반화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노동인력을 대체해 버렸다. 특히 금융업계가 심한데, 지난해에 시티은행이 오프라인 직원 80%를 대량 감원했다. 아마존도 줄였다. ‘정상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규직 증가는 자본가들도 견디지 못한다. 왜냐면 다른 거대자본과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정규직은 이들에게 정말 힘든 일일 수 있고, 비정규직을 더 많이 늘려야 하는 애로점도 있다. 한국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일자리 압박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정부가 일자리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별로 가망 없는 일이다. 설령 정규직을 늘린다 해도 나아질 소지는 없다. 공무원 뽑는 것 빼고, 정규직 같은 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 기껏해야 공공근로사업 밖에 없다.

 

- 대기업의 부도덕한 경영행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 한 예로 자동차산업은 고용부담이 가장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임금도 매우 높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도 상당히 크다. 한국의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임금 비교가 안 된다. 그렇게 된 이유는 대기업이 생산유연화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시켜 부당이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재 등을 물류창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하청업체는 대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대기업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구매비용과 보관비용 등을 모두 떠넘겨 부당이익을 챙겼다. 지금과 같은 이상한 ‘정상 자본주의’ 체제에서 중소기업들이 버텨내기란 너무 힘들다.

 

- 기득권화 된 노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 비근한 예로 현대자동차 일반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게 관용적이고 좋게 생각한다. 반면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적대적이다. 이런 노조는 문제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 문제만 해도 노사 간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대기업노조는 이미 배부른 귀족노조가 됐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는 것 외에 관심이 없다. 자본주의도 그렇지만 원래 노동단체도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처음에 한국의 노조는 박정희시대를 거치면서 민주화운동 등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1987년 이후 노조의 힘이 비대해졌다. 대기업노조가 운동권의 중심세력이 됐다. 고임금 노조에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돼버렸다. 자신들의 이익만 지키겠다는 발상자체가 이미 진보는 아니다. 대기업노조가 중심이 된 민주노총도 이익단체일 뿐이다. 대기업 이익에 끌려가는 노조를 더 이상 진보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노조원 자녀 취업비리 사건도 있었다.

▲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야 할 노조가 자신의 회사에 아들을 입사시키려는 행태도 있었다. 기아자동차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하자, 노조간부가 자기 아들을 정규직에 넣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파업을 돕지도 않는 대기업 귀족노조를 진보단체라 부르면 안 된다. 이들은 이미 보수화 되었고 반사회적 운동권으로 변질됐다. 이 점은 냉정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민주노총도 이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말이 대기업 정규 노조단체일 뿐, 양쪽사이에서 대기업 눈치만 보고 있고, 결국 거대한 자본의 힘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그런 노동단체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기업노조는 이미 진보이념에서 멀어졌고 오로지 자신의 자리만 탐하고 있다.

 

- 우리사회 법치가 무너졌다. 사법부가 대형로펌과 재판거래를 하는 등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마저 흔들리고 있다.

▲ 최근 있었던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을 보고 국민들은 한탄하고 있다. 이들이 한 짓을 보면 수사를 안 할 수가 없고, 구속을 안 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다. 일반인 같았으면 벌써 구속돼서 형량도 세게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같은 부류의 법관들이 구속영장 발부업무를 하다 보니 과거에 몸담았던 대법관 구속이 아주 부담스럽고 자기 부정하는 것 같으니까 모두 기각시켰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에 사법부가 한 일은 정권의 시녀역할이었다. 용산참사만 해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취지로 검찰조서도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공개하라고 해도 공개하지 않고 재판을 강행해 실형을 때렸다. 박정희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그 주변에 딸린 사람들, 그리고 보수언론에 딸랑대면서 재판으로 자기부정을 자행해 왔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앞장섰다. 대통령과 재판거래를 통해 사법농단을 일으켰다. 자신들이 마치 민주주의 화신인양 착각을 한다. 언론들이 나서서 사법부를 감싸주다 보니 이상한 환상에 빠져 있다. 판결할 때도 자신들은 양쪽 의견을 잘 수렴하고 있고 언제나 공정한 판결을 한다는 착각 속에 바보짓만 하고 있다.

 

- 법조인들, 이번엔 정신 차릴까.

▲ 지금 교육법이나 유치원법이나 사학법이나 모두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법이란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법에 상당히 가깝다. 한국의 법은 국민의 전반 또는 중간층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특권층을 위한 법이다. 대법관은 그런 법조차 지키지 않았는데도 법관들은 공정한 판결을 했다는 착각에 빠져 버린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공정하다는 ‘착각의 꿈’이 깨지도록 스스로 무너져야 한다. 사법부 붕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차라리 온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 사법부 스스로가 여실하게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법에 대한 신뢰가 이번 기회에 아주 무너져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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