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지배했던 한민족, 바다와 역사를 잃었다”
“해양 지배했던 한민족, 바다와 역사를 잃었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1.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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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신기남 전 의원-1회

강이 바다로 가려면 강을 버려야 한다. 강에 머물면 썩게 마련이다. 우리 삶도 때로는 ‘버리는 연습’이 요구된다. 매순간이 버리는 일의 연속이다. 결국 선택과 결단이다. 하지만 시대적, 경제적 상황에 의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가족을 위해 국가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기꺼이 내려놓은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강이 언젠가 바다를 만나듯 결국에는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일도 많다.

 

신기남 전 의원
신기남 전 의원

신기남(68) 전 국회의원이 소설가로 거듭났다. 필명도 '신영'으로 했다. 올해 1월 초에 출간한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40년 성상의 세월을 넘어 평생의 꿈을 이룬 첫 작품이다. ‘본의 아니게도’ 법대를 나와 법조인과 정치인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다.

“본래 문학을 좋아했지만, 모친의 뜻에 따라 법대를 나와 변호사와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20년 정치생활을 접고 평생소원인 소설가의 길을 걷게 돼 지금 너무 행복하다. 2년 전 정계를 떠나자마자 여생을 소설을 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대학 졸업 후, 해군장교가 된 그는 40개월 동안 전투함 생활을 통해 바다를 알게 됐고 바다를 사랑하는 해군이 됐다. 바다는 그의 삶이었고, 숙명이었다. 그래서 일까 그의 소설에는 늘 바다가 나온다.

그의 첫 소설에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와 ‘아드리아 해’(Adriatic Sea)가 나오는데,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두 한국인 남녀가 역사와 철학, 예술, 해양, 지리, 정치 등 인문학적 담론을 나누면서 아름다운 지중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를 그린 인문역사 소설이다.

발칸반도가 소설배경이 된 이유를 물었다. “의정활동을 한창 하던 국회의원 시절에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을 맡으면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등을 돌아보았는데 그때부터 유고내전 전범재판 등 정치와 역사, 문화, 해양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통령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기남 전 의원을 국립중앙도서관 7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로 나가야한다. 청소년들이 해양을 모른다. 앞으로도 해양소설을 많이 쓸 것”이라는 그에게 소설 속에 담겨진 바다와 해양, 역사 문제 등을 들어보았다.

 

저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저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 소설가 ‘신영’으로 거듭난 소감은.

▲ 2년 전에 정치계를 떠났지만, 예전부터 더 늦기 전에 소설가가 돼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결실을 이루는데 2년 세월이 걸렸다. 거의 두문불출하면서 장편소설 두 편을 탈고했다. 한편만 쓰면 인정 못 받을 거 같아 두 편을 썼다. 학창시절에 단편은 많이 써봤지만, 장편은 확실히 다르다. 자료수집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구성도 건축설계 같아서 전후관계를 잘 따져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간다. 2년 만에 두 편을 탈고했고, 이쯤하면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겠다 싶어 출판사를 물색하게 됐다.

 

- 출판계 현실이 어려운데 어떻게 이뤄졌나.

▲ 지인의 도움으로 문학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솔’출판사를 소개받았다. 요즘같이 어려운 출판계 상황에서 문학만 다루는 출판사는 거의 없다. 쉽게 돈 버는 에세이집이나 어학, 처세술, 유아교육, 요리서적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런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외면하는 풍조도 사실 부담이 됐다. 무엇보다 책을 잘 안 읽는다. 특히 소설을 멀리한다. 출판사들이 고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솔 출판사는 문학소설을 고집해왔다. 한때는 박경리의 ‘토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망’을 냈고, 요즘에는 문 대통령도 읽었다는 김성동 선생의 ‘국수’와 김홍정 작가의 ‘금강’ 시리즈 등을 출간했다. 탈고한 작품 두 편을 보여줬다. 통과될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대중작가 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뜻밖에 출간하자는 제의가 왔다. 두 편중에 한 편을 먼저 하자고 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이 낙점됐다.

 

- 작품 심사과정은 어땠는가.

▲ 사실 제일 먼저 탈고한 장편은 ‘목련과 연인’이다. 해양소설인데 30년 간 구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장 많이 가지만, 출판사 측에서 작품성과 시장성 면에서 두 번째 장편인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낙점한 것 같다. 출판사 측에서 출간제의가 왔을 때 뜻밖이었다. 일단은 심사에서 통과된 것 같았다. 내심 반가웠다. 350페이지 책을 내는데 3~4개월 걸렸다. 올 연초에 서점에 배포됐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걱정이 됐다. ‘어찌됐던 독자들의 반향이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가문을 보면 예능인을 많이 배출했는데.

▲ 교사이자 성악을 하셨던 모친이 서울대 법대를 가라고 해서 들어갔지만, 저는 고시파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고교 때는 문학 활동도 많이 했다. 신선희 씨가 누님이다. 우리나라에 연극과 연출, 무대미술을 처음 도입한 분이다. 국립극장 극장장을 지냈고 서울예술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가수인 신기철 씨가 형님이다. 두 동생은 의사와 건축가다. 자녀는 1녀2남인데 모두 직장에 다니고 막내가 뮤지컬 배우다. 공무원이셨던 부친을 따라 어려서 이사를 많이 다녔다. 대전, 춘천 등지로 이사 다녔고, 심지어 제주도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가족과 함께 상경하기도 했다. 부친의 문학적 재질을 혈통적으로 이어받은 것 같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첫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에서도 여성무대미술가 등장한다.

 

- 특이하게 법대와 해군 출신이다. 소설과 조합이 잘 이뤄질까.

▲ 옛날 부모들이 그랬듯이 저도 모친의 뜻에 따라 법대를 들어갔다. 졸업 후 해군에 지원해 전투병인 함정과에서 3년 4개월 동안 장교로 복무했다. 해군생활을 통해 바다와 배를 알게 됐다. 당시 해군함정은 대한민국 연안 해역을 수호하기 위해 바다에 1개월간 나가있어야 했다. 해양강국 미국 해군도 한번 출항하면 6개월 동안 해양을 누빈다. 나는 지금도 영원한 해군으로서 바다를 좋아한다. 두 아들과 조카도 모두 해군장교 출신이다. 해군에서 바다를 알게 됐지만 의정생활을 할 때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아드리아 해, 발칸반도 역사와 정치, 해양, 문화, 종교, 민족 등을 깊이 알게 됐다.

 

- 특이하게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의 배경도 해양과 관련이 많다.

▲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는 ‘지상에서 천국을 만나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했다.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 해의 진주로 꼽히는 고도(古都)로 ‘깊은 숲’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깊은 숲만큼 역사, 철학, 지리, 해양, 예술, 정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곳을 무대로 설정했다. 일반소설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설정이다. 평범하게 글을 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목도 내용도 쓰는 방식도 매우 특이하다. 늦은 나이에 하는데 특이하게 해야지 평범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도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중해의 동편 아드리아 해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사건에 로맨스를 더한 인문학 퓨전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드라마 ‘꽃보다 누나’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은 관광지가 됐다.

<2회로 이어집니다.>

 

신기남 전 의원은…

전북 남원
서울대 법학과 졸업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서울 세계도서관대회 조직위원장
4선 국회의원
제6기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한국-세르비아 의원친선협의회 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창립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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