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1회

2011년 9월 이명박 정치검찰은 선거사법사상 최초로 ‘사후매수죄(事後買收罪)’(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기소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대법은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형량만 봐도 떠들썩했던 후보매수죄가 아니라는 걸 알수있다.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

당시 법원도 1심과 2심, 3심에서 후보직을 돈으로 매수한 행위가 없었음을 밝혀주었다. 하지만 이명박 수구정권은 진보교육감인 그가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진보 진영의 교육계 최고 수장에게 어떻게든 올가미를 씌워야 했던 MB정권은 기어이 곽노현을 ’사후매수‘라는 죄목으로 엮었다. 결국 1년형을 받았고, 10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시켰다.

"사후매수죄는 한국과 일본에만 남아 있는 법이다. 한국은 70년 간, 일본도 60년 간 이런 법을 적용한 예가 없었다. 유일하게 나에게만 적용시켰다. 후보매수 의혹이 해소되자 사후매수죄로 기소하고 처벌했는데 사전약속이 없는 사후매수죄란 게 어떻게 성립할 수 있겠나. 날 쫓아낼 목적으로 세상이 비웃을 법리해석을 한 거다."

2013년 가석방 출소 후 ‘징검다리 교육감’ 자서전을 출간해 교육감에서 물러날 때까지 자신이 꿈꿨던 정책과 행정에 대한 회한과 좌절, 보람 등을 기록했다.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교육 100년 대계에 대한 해답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왜곡된 세상을 넘어 새롭고 혁신적인 다음 100년을 꿈꾸며 사랑과 포용의 마음으로 험한 세상의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만났다. 그로부터 교육문제와 사학비리, 국회개혁, 청소년 인권법, 18세 참정권문제 등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요즘 근황은 어떤가.

▲ 요즘은 ‘징검다리 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미래세대와 교육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강연도 하고 글도 쓴다. 지금도 공직을 못 맡을 뿐 공익은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다. 교육정책뿐 아니라 촛불개헌과 국회개혁 등 우리시대의 공동선과 공익을 위한 노력을 놓지 않고 지냈다.

 

- 공교육이 퇴락하고 자본화 됐다.

▲ 지금의 교육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교육시스템으로는 미래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공통된 의견이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영문 이니셜 약자) 캐슬이란 게 ‘지상의 성(城)’도 ‘하늘의 성’도 아닌 비뚤어진 욕망의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교훈을 보여주지 않았나. 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많은 정책쟁점들이 있겠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 길게 내다보며 지금의 차이를 극복하고 좁혀가야 한다. 교육의 100년 후 모습이야 상상도 못 하겠지만 최소한 20년 후의 바람직한 교육에 대해서는 전교조나 교총, 진보학부모와 보수학부모들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지금이 교육개혁의 적기 아닐까.

▲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 교사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가르친다.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 장학관, 교장 등은 학교에서 배움이 잘 이뤄지도록 감독하고 지원하는 세력들이다. 일단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들이 중심이 돼 교육부와 교육감,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안해서 대한민국 교육대계 100년을 위한 국민 대토론이 방방곡곡에서 이뤄지게 하면 좋겠다. 지금 각 시도 교육청에 진보교육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조건이 좋다. 촛불시민혁명을 거쳐서 일반시민들의 민주시민의식과 참여의식도 고양돼 있다. 10년, 20년 후 교육비전을 세우고 그에 맞춰 법과 제도, 문화와 의식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면 당장의 정책현안에 대해서도 투쟁과 분열, 반목이 상당부분 약화될 수 있다.

 

- 사학재단들의 교육적폐 뿌리가 광범위하고 깊다. 학벌지상주의를 악용한 국가체제가 공고화 된 상황에서 ‘다윗과 골리앗’과 비견되는 신구(新舊) 교체 싸움이 시작됐다.

▲ 이런 말이 있다. 조그만 사학법인하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한민국 기득권세력 전체와 싸웠더라. 초중교법인이건 대학법인이건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교육과 학교라는 공공재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건 종교와 성전(聖殿)를 놓고 장사하는 것만큼 나쁘다. 수십 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들은 정치, 행정, 사법, 언론 영역의 엘리트들과 온갖 연고와 혼맥(婚脈)을 형성하며 나름 견고한 성을 구축했다. 국민들은 탐욕적인 이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촛불정부가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학법인이 본연의 교육기관으로 환골탈태하도록 사학비리를 근절시킨다면 국민들이 엄청 박수칠 것이다.

 

- 촛불정부가 주춤하고 있는데.

▲ 담대하게 해야 한다. 사학적폐를 개혁하려면 사법부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청에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도 사법부에 가서 뒤집힌 경우가 적지 않다. 행정부는 적법절차를 제대로 밟되 법원소송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단성 있게 형사고발과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담은 비리법인에 돌아가게 된다. 학부모와 동문, 시민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게 된다. 두려워하지 말고 정도를 가면 된다. 법의 영역에선 실체적 정의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적법한 절차를 밟으려면 시일도 많이 소요된다. 법원쟁송으로 가게 되면 한두 달이 아니라 보통 1~2년이 걸린다. 마지막 결정을 빛나게 하는 요소로 생각하고 이 정도 지체를 겁내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강력한 반부패 법리를 개발하여 반부패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지금 사법부개혁이 진전되고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더 적극적인 반부패법리를 내놓을 좋은 때다.

 

- 과거 이명박 정권시절 ‘사후매수죄’ 명목으로 부당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정권이 교체된 지금 3.1절 ‘특사’를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 내 얘기를 내 입으로 말하는 게 많이 거북하다. 특사(特赦)란 특정인에게 잔형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복권기간을 앞당겨주는 걸 의미한다. 법원판결대로 하면 되지 특사가 왜 필요한가? 가벌성(加罰性)이 없거나 약한데도 처벌된 경우가 있어서다. 국가폭력에 저항했다 처벌받은 경우, 분위기에 휩쓸려 과잉처벌이 일어난 경우, 외국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경우를 떠올리면 되겠다. 사후매수죄(事後買收罪)로 처벌받은 내 경우는 3번째 범주에 속한다. 이명박 정권 당시에 나를 옥죈 죄목은 이른바 사후매수죄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진짜 ‘듣보잡’ 법이지만, 일본에서도 60년 넘게 사문화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0년 넘게 나한테만 적용됐다. 검찰은 내가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매수했다고 몰아댔다. 나 몰래 해프닝이 있었지만 나는 시킨 적 없고 보고 받은 적 없어 전혀 알지 못했다. 1심, 2심, 3심 모두 그것이 100% 실체적 진실이라고 확인해줬다. 그러면서도 나를 이른바 사후매수죄로 처벌했다. 이런 죄가 과연 말이 되는지, 즉 ‘사후매수’라는 게 과연 개념적으로 가능하고 가벌성이 있는지를 놓고 엄청난 논란이 진행됐고 이명박시절의 보수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의견이 3표나 나왔다.

 

- 무고한 진보인사 탄압이란 얘긴가.

▲ 일반적으로 양심범이란 말이나 글 때문에 처벌 받았거나 지독한 국가폭력,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양심범으로 전환된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이런 경우 관대해야 된다. 나는 후보매수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처음엔 후보매수를 했느냐는 사실관계를 갖고 싸우다 그 부분 혐의가 완전히 해소되자 검찰이 사후매수를 했다며 새로운 처벌의지를 불태웠다. 그래서 싸움이 가벌성 자체로 옮겨간 아주 이례적인 사안이었다. 많은 분들이 가벌성논쟁에 참여해서 나를 옹호했다. 후보매수를 꿈도 안 꿨다는 사실이 100% 실체적 진실로 확인되고 입증된 후부터 내 신분은 이명박 정치검찰과 양승태 정치사법의 희생양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불법심리전까지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한테 정말 지독하게 당했다. 이만하면 법이론으로 보나 법정치로 보나 특사대상 0순위 아닐까.

 

-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도 풀지 않고 있는데.

▲ 전교조를 둘러싸고 이념적, 정치적 비호감 인구가 호감 인구만큼이나 확실하게 형성돼 있어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통진당 해산, 세월호 조사방해와 함께 박근혜 정권이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자행한 3대 국가폭거 중 하나다. 6~7명의 해직교사가 있다는 이유로 5만 여명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노동인권탄압이다. 아직까지도 이걸 적법노조로 원상회복 못 시킨 건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정부의 큰 실책이다. 촛불시민혁명을 거친 상황에서 정부는 과단성 있게 빛의 속도로 법외노조통보를 철회함으로써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보여줬어야 했다. 두고두고 아쉽다. <2회로 이어집니다.>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   
1991~1994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1998~2000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 자문위원장 
1998~1999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2003~2003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5~2007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07 토지 자유 연구소 이사 
2008 국제민주연대 공동대표 
2009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 
2010~2012 제18대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감 
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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