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환제로 질 나쁜 의원 10명 시범소환하면 태도 달라질 것”
“국민소환제로 질 나쁜 의원 10명 시범소환하면 태도 달라질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2.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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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 / 전 서울시 교육감

- 사법부도 문제다.

▲ 대법원에 올라간 지 벌써 3년도 더 지났다. 3년이면 판결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법외노조화로 말미암아 교육계현장에 너무 많은 갈등과 혼선, 차질이 빚어졌다. 전교조가 이 문제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돼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조치에 대한 판결이 쓸데없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지휘할 책무가 있다.

 

- 대법원이 ‘법외노조 무효판결’ 내릴까.

▲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문제가 부당하고 위헌적이라는 법적확신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 1심과 2심이 각각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사실상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라는 취지로 ‘더 따져보라’며 2심으로 파기 환송했다. 그때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분이 김명수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이분이 다시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법적 확신이 그만큼 강하고 용기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전교조법외노조사건처리를 놓고 최악의 재판거래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 간에 이뤄졌음이 드러난 상황이다. 무엇을 망설이랴.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 시민단체 '국회를바꾸는사람들'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최악인데.

▲ 국회의 무능, 특권, 비리에 대해 국민들이 넌더리를 낸지 오래지만 더 심해지고 있다. 3주전엔 60대 열혈시민 한분이 적폐국회 청산을 요구하며 국회중앙 잔디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상징적이다. 현재 국회는 법원과 언론, 시민단체는 물론 국정원, 검찰, 경찰, 군대보다도 국민의 불신을 더 받는 신뢰도 최하위기관이다. 법원과 국정원이 1년 내내 적폐청산대상으로 오르내린 상황에서도 이렇게 얼굴 못 들 결과가 나왔다. 진짜 심각하다. 그렇다면 국회와 여야의 지도자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자구책을 내놓아야 정상이다. 최근에도 ‘5.18 망언’을 일삼은 국회의원들이 나왔다. 국회가 과연 중징계를 할지 의문이다. 국회불신을 해소하려면 정치권이 무서운 결기로 국회개혁패키지를 내놔야하는데 우리국회와 여야정당은 좀 더 혼나야 정신 차릴 것 같다. 개헌사항이건 입법사항이건 모두 국회가 정하기 때문에 일단 국회의 권한이나 의원의 이익과 관련되면 무조건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민생과 복지지표에서 OECD 바닥권을 기면서도 유독 국회의원의 보수와 보좌관수에선 OECD 최상위권이다. 국회가 양심과 양식 없이 계속 세비와 보좌관수를 늘린 결과다. 의원세비와 보좌관수를 OECD 삶의 질 하위권국가의 평균수준으로 감축하라는 것이 ‘국회를바꾸는사람들’의 최소요구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절반으로 줄이면 좋겠다.

 

- 국회는 거꾸로 특권유지와 의원정수 확대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 아직까지는 국회의원세비와 보좌관축소 문제조차 국회내부에서 공식의제로 떠오르지 못했다. 반면 국민들은 의원세비와 보좌관수 감축, 회기 중 불체포특권 제한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또한 필요한 때 국회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국민소환권, 국민발안권, 국민투표권 등 주권자권리를 요구한다.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여야가 그와 같은 개혁패키지를 합의할 때 의원정수 확대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건 국회의원더러 자기밥그릇을 줄이라는 살신성인의 요구라서 제2의 촛불 같은 국민압력이 조직되지 않는 이상 여야 모두가 받는 시늉만하고 끝낼 가능성이 100%다.

 

- 국회의원 국민소환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국회를바꾸는사람들’은 국회의원 국민소환권 개헌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민한테 국회의원 국민소환권이 있었다면 20대 국회의원들이 과연 5.18 망언을 해대고 세월호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사학 등 집안사업 지키려고 관련 상임위를 지원할 수 있겠나. 국민한테 국회의원 국민소환권만 있어도 자유한국당이 지난 2년 넘게 그래왔듯이 촛불개혁입법을 거들떠도 안 보고 자당의원들의 5.18망언을 감쌀 수 있겠는가. 국민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아주 질이 나쁜 의원 10명만 시범적으로 골라 소환하면 당장 여야와 국회의원의 자세가 180도 달라질 걸로 본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제 목을 겨눌 수도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에 쉽게 찬성할 리 없고 국회의 개헌독점권과 입법독점권이 국회의원의 뒷배를 든든히 봐주고 있다는 데 있다. 최소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국회의원의 직무수행 환경과 조건을 정할 때에는 입법사항이건 개헌사항이건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독립전문가위원회나 시민의회, 공론조사단 등이 정하게 하면 어떨까.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직접민주주의적 비상탈출구를 마련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셀프대리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게 ‘국회를바꾸는사람들’의 주제가 중 하나다.

 

- 내년 4월 새로운 21대 정초국회가 기대되는데.

▲ 정말 그렇다. 헌법에 보면 국민 다음에 국회가 나오고 국회 다음에 대통령이 나온다. 다 이유가 있다. 국회는 국민대표기구라서 국민 다음에 나오고 대통령의 법집행을 감독하는 입법권자라서 대통령보다 먼저 나온다. 현재 우리 인구는 5000만도 넘는다. 5000만 개인들은 생김새만큼이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지위, 학식과 덕성이 다르다. 가치관과 이해관계도 다 다르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더 빨리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이끄는 정당이 사실상 두 개 뿐이라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두 개의 거대정당이 5000만 국민 개개인의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조직적으로 다 대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동화일 뿐 과학이 될 수 없지 않은가.

 

- 양당제 폐해가 너무 크다.

▲ 원내에서 나름대로 큰 목소리를 내는 정당, 즉, 원내교섭단체가 4~5개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계급계층 다양성과 지역 다양성, 연령세대 다양성, 직능 다양성 등 무수한 차이가 나름대로 대표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될 수 있다. 헌법조문에 국민 다음에 국회를 배치한 이유는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되라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선거제도가 잘못되면 이런 대전제가 깨질 수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 역대국회가 다 그렇지만 20대 국회를 국민을 닮은 국회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여성의원은 17%밖에 없는 남성지배 국회다. 국민의 절반이 2,3,40대에 속하지만 2,3,40대 의원이 10%밖에 없는 노장년층지배 국회다. 국민의 45%가 집을 못 가진 서민이지만 1인당 평균재산이 43억7000만 원에 달하는 슈퍼부자국회다. 게다가 국민의 20% 이상이 확실한 진보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 의석이 2%에 지나지 않는 압도적인 중도보수수구 국회다. 한마디로 20대 국회는 여성, 청년, 서민, 진보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남성, 과거, 부자, 보수의 목소리가 판을 친다는 점에서 전혀 국민을 닮지 않은 사이비 국민대표기구다. 내가 보기에 국민은 국민의 정치성향 분포를 빼닮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희망국회를 원한다.

 

- ‘무지개’ 국회, 어떻게 가야 하나.

▲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되려면, 첫째,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되는 정당득표율 비례대표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제도를 완전연동형으로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그래야 진보의 기운이 국회 곳곳에서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다. 둘째, 여성이 절반인 남녀동등대표 국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의 감수성이 국회입법과 조직문화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셋째, 20대, 30대, 40대가 절반을 차지하는 세대균등대표 국회라야 한다. 그래야 한 귀퉁이로 밀려나 홀대받아온 청년의 기상을 국회 구석구석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지금처럼 국회의 90%를 장악한 5,6,70대 과거세대가 본인들도 한 발을 담갔던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나.

 

- 문제는 ‘금수저’ 국회다.

▲ 그렇다. 국민을 닮은 국회의 넷째 조건은 재산하위 50% 국회의원이 절반인 빈부대등대표 국회다. 그렇지만 20대 국회의 국회의원 300명이 공시지가로 신고한 평균재산이 물경 43억7000만 원이다. 만약 시가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균 60억이 넘을 게 틀림없다. 미국 돈으로도 600만 달러를 넘는 거액이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받는 선진국들 중 가장 고액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돈이 많은 부르주아 국회라는 뜻이다.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임을 자임하는 정의당이 고작 6명, 2% 의석을 갖고 있고 나머지 98% 의석을 중도와 보수, 극우가 나눠 갖고 있다. 평균재산 60억 국회에서 무슨 수로 복지를 강화하고 서민경제를 살리며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겠나. 꿈 깨야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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