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1회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노동자에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주라. 병을 앓거든 간호할 보증을 주며, 늙거든 생계를 보증하라’고 했다. 1881년에 이를 정책으로 단행했으니 138년 전이다. 보수파였음에도 노동자 양로금과 건강, 의료, 보험 등 유럽은 물론 세계 최초로 사회복지의 기반을 완성했다. 2019년 대한민국은 어떤가. 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리고, 국민들이 늙고 병들고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로 극한의 어려움에 처해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자본가들은 비정규직 ‘노예장사’로 부를 축적했지만, 1100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커트라인’ 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한국사회 전체가 걱정과 불안 속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 너무 치욕적이고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파인텍 고공농성 투쟁에 동참하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에 대한 송경동 시인의 말이다.

“고 김용균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문제가 일단락되고 장례가 치러졌지만, 13년 째 투쟁중인 콜텍 사례 등에서 보듯 가진 자들의 횡포가 얼마나 잔악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1100만 비정규직 문제도 우리사회가 조속히 풀어야할 과제다. 여차하면 중산층의 붕괴 사태와 직면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만든 비정규직 문제를 촛불정부에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벌개혁, 노동개혁, 사회양극화 해결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노동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은 현재 ILO 협약 189개 중 29개만 비준한데다 8대 핵심협약 중 4개만을 비준한 노동후진국이다.

“올해는 한국노동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조만간 있을 양대 노총의 총파업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송경동 시인을 영등포 신길동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만났다.

그는 파인텍 노동자 단식투쟁 당시 25일 간 동조단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과 인간과 삶’ 속에서 몸으로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를 시로 토해낸다. 항상 어려운 처지에 처한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세월. 신병(神病)을 앓는 무녀(巫女)처럼 시혼(詩魂)을 앓고 있는 시인으로부터 지난했던 우리사회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양극화,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시인이면서 노동현장에 뛰어든 계기가 있는가.

▲ 본래 문학을 좋아했다. 청년시절부터 시를 써왔고, 시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통해 인생을 깨닫기도 하고, 농부는 농사를 통해 삶과 자연을 알아간다. 모든 것이 인간의 삶과 사회공동체와 결부된다. 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과 세상과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번민을 많이 했는데, 특히 평범하고 힘없는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사회적 소외와 고통이 없는 사회를 고민해 왔다. 그러면서 소수 자본가들의 엄청난 탐욕이 사라지지 않고는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노동문제를 들여다보게 됐다. 말로만 해서 안 되니까 행동으로 옮기게 됐고,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현장을 쫓아다니다 보니 시인보다는 노동운동가처럼 비쳐졌다.

 

- ‘노동시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다닌다.

▲ 기본적으로 나는 시인이다. 한 사람의 시인이자 시민으로서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평등과 안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쫓아가고 고민한다. 노동운동을 하다고 해서 꼭 노동시만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에 대한 시다. 삶 자체가 노동 아닌가. 어차피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때로는 힘겹고 핍박받는 삶에 대한 시구절도 들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게 무엇일까… 나의 시는 인간과 삶의 철학이 들어 있다. 그동안 시집을 세권 냈고,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오랜 기간 꾸준히 많이 팔리는 책)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본다.

 

-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추진했던 ‘희망버스’ 관련 재판이 얼마 전에야 끝났다. 소감을 말한다면.

▲ 이명박 정권 당시 제가 추진했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문제로 기소됐다가 국가손해배상 소송이 얼마 전 끝나면서 700만 원 벌금형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난리를 쳤다. 왜 그것 밖에 청구하지 않느냐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어둡다. 2017년 촛불항쟁 당시 조금은 다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했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이 미워서 촛불을 들고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이전의 과거 정권들을 거치면서 쌓여 있던 사회적 불만들이 터진 것이다. 극심한 사회양극화와 11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독한 사회에서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짓밟힌 것에 대한 전체적인 분노가 터졌다. 이런 분노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고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 파인텍 동조 단식농성을 25일간 했는데.

▲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몸은 단식으로 녹초가 됐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후, 요즘에는 몸을 다시 만들고 있다. 향후 행보를 놓고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한다. 13년차 콜텍의 마지막 투쟁에 함께 도울 일을 모색 중이다. 영면에 들어간 고 김용균 비정규직 청년의 뜻을 기리는 뜻에서 계속해서 공동투쟁을 하려한다. 저도 한때는 여천석유화학단지 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했었다. 고 김용균 씨 문제는 나에게 남다른 일이 아니다.

 

- 일단락 됐지만 당시 투쟁현장 어떻게 보았나.

▲ 지난 2010년, 6년 넘게 했던 기륭전자 노동자복직투쟁에 이어 파인텍 투쟁에도 참여했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너무 안타깝다.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 무려 425일 동안 고립된 고공에서 굴뚝농성을 해야만 하는 이런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가. 사주에게 일자리 하나 고용보장 해달라고 400여일을 결사 농성해야 하는 참혹한 사회다. 파인텍 투쟁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 처지가 어떠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무책임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사주에게 수많은 시민사회가 결집해 책임을 물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송경동 시인은…

1967 전남 벌교 출생
2001 실천문학 등단
제16회 고산문학대상
제29회 신동엽 창작상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시집 :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제31회 만해문학상 대상작) / 꿈잠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산문 : 꿈꾸는 자 잡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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