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대안으로 원전 증설 얘기하는 것 앞뒤 맞지 않아”
“석탄발전 대안으로 원전 증설 얘기하는 것 앞뒤 맞지 않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3.22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건 아닌가.

▲ 탈 원전하겠다던 대통령은 사우디로 가서 원전수주를 말했고, 정부나 청와대 참모진들이 올려준 대본대로 움직일 뿐 에너지정책은 실종됐다. 그러니 야당이 비아냥거리고 비꼬는 거다. 과거 정권이 원전을 꾸준히 늘려왔었음에도 다시 원전 4기를 늘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오히려 더 늘었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을 공약했다. 획기적인 탈 원전-탈 석탄 에너지전환 선언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집권초기에 탈 원전에 공을 들였지만, 지금은 원전 5기 중 2기를 가동할건지 말건지 표류하면서 공론화로 선회됐다. 계획 중인 나머지 6기를 취소했음에도 다시 하겠다는 거다. 한국당이 원자력업계와 합세해 원전증설을 밀어붙이려 하는 와중에 여당의 송영길 의원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를 말하면서 ‘원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운을 뗀 상태다.

 

- 원전업체들, 정치권이 비호하는 건 아닌가.

▲ 현재 문재인 정부의 원전정책과 관련해서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전을 통해 기업을 살리고 지원하는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다. 정치권이 하나의 ‘패키지 지원’으로 묶어 추진하는 것은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물론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대기업들도 할 말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원전과 석탄발전 확대정책을 믿고 대규모로 투자를 계속해왔는데 현 정부의 탈 원전정책으로 모든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 구제방안은 없는가.

▲ 이익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국책변경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보상이 따라야 한다. 독일만 해도 처음부터 원전가동 년 수를 제한하거나 중단조치를 할 때,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서 기업 보상부터 한다.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긴 것이 기업에 대한 보상을 얼마나 할 것인가 였다. 우리는 독일처럼 보상할 법적 근거마저 없다. 그러면 정부가 애초부터 석탄발전 감축과 핵폐기물-원전사고 방지를 위해 원전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을 사전에 고지했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일자리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끌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과거 산업인 원전과 석탄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는 보상을 협의해야 한다. 먼저 정치인들이 협의법안을 만드는 게 순서다.

 

- 이른바 ‘원전세력’ 재등장이 우려되는데.

▲ 원전은 1기당 3~4조원이 들어간다. 절반은 설비공급업체 몫이고 절반은 건설사 몫이다. 설비업체는 두산중공업이 독점한다. 물론 하청업체를 두고 하는 일이지만. 원전건설은 주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해왔고, 다른 중소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통해 이뤄진다. 대기업들은 원전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한 개 사업만 해도 단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여러 개를 쪼개서 하면 그만큼 행정비용이나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원전의 경우 한 개라 해도 매머드급 사업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재생에너지 정책도 권력의 입맛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

▲ 몇몇 정치인들이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빈곤국이라 말하지만, 한국은 잠재력이 아주 많다. 에너지수입 세계 4위국으로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는 순수한 국산에너지이기 때문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재생에너지를 계속 공격하고, 부족하다는 등의 논리를 대며 여전히 석탄과 원전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원전대체 발전이 재생에너지다. 원전은 언제 멈출지 알 수가 없는데다, 불안정하고 출력조절이 어렵다. 재생에너지도 기후에 따른 가변성이 높아 출력조절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원전이 늘어나면 석탄과 가스발전도 같이 늘어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원전증가와 함께 석탄발전소도 같이 늘어난 것에서 증명된다. 석탄의 대안제로 원전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전력망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도 왜곡된 거다.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살펴 미래지향적으로 알려야 한다. 특정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려는 정치인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인 냥 호도되는 등 가짜뉴스가 많다.

 

- 문재인 정부의 탈핵선언, 빛이 바랜 느낌이다.

▲ 처음부터 탈핵은 선언일 뿐, ‘지향’(指向)이었다. 여기서 지향은 노후한 원전은 폐쇄하고 신규원전을 더 짓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규원전 11개에서 5개가 취소됐고 5개는 가동 중이다. 이번에 한 개가 늘어 사실상 원전이 더 늘어났다. 폐쇄된 원전은 이미 수명이 끝났지만 위법논란 속에 수명연장을 했다. 물론 현 정권이 한 일은 아니지만, 이미 위법성이 밝혀졌기 때문에 취소 결론이 났다. 월성원전만 해도 0.7기가와트로 규모가 작다. 월성원전의 두 배가 넘는 신고리 4, 5호기도 이미 운영허가가 난 상태다. 5개 중에 한 개가 더 추가됐고. 원전설비도 늘어났다. 5, 6호기도 증설 중이다.

 

-거꾸로 원전이 늘어난다는 얘긴데.

▲ ‘탈핵’을 선언했는데 실제론 원전증설로 가고 있다. 단지 원전이 폭주상태를 멈춘 정도다. 빠르지 않지만 서서히 가고 있다.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까지 덮어온 핵폐기물 처리문제다. 20~30년 동안 지역주민의 반대 때문에 표류하다가 겨우 만든 것이 중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이다. 방사성 세기가 아주 낮거나 저단계 또는 중간단계의 저준위 폐기물인 장갑이나 신발, 옷 등만 저장된 상태다. 진짜 문제는 방사성 물질인 ‘사용 후 핵연료’다. 저준위에 비해 100만 배 높다. 주변에 있을 경우 즉사할 수 있다. 이것을 물속에 10년 이상 보관했다 꺼냈더라도 10~20초간 방사능에 노출되면 1개월 내에 사망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방사능 방출량이 엄청나게 높다. 그런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는 상태다.

 

- 자칫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일반 원전사고 보다 ‘사용 후 핵연료’ 보관소 사고가 더 많다. 발전소 안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는 보통 1년 치다. 그런데 보관소에 30년 치가 있다. 길면 40년, 짧으면 20년 치를 한꺼번에 쌓아놓고 있다. 마땅하게 어디에 둘 곳도 없다. 그 양이 엄청나게 많은데다 갈수록 포화상태다. 폐기된 핵연료를 물속에서 10년, 20년, 30년 계속해서 돌려가며 식히고 있다. 보관소는 내진설계가 없어 지진이 발생하는 등으로 냉각장치가 멈추면 핵연료가 엄청난 고열을 내면서 녹아내려 폭발하게 된다.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 핵폐기물 양이 넘쳐나 보관간격을 반으로 줄인 조밀저장을 하고 있다. 만일 사고가 나면 더 많이 더 빨리 엄청나게 열이 높아진다. 냉각불능이면 하루에 생길 게 반나절 만에 터질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발전소마다 비슷하고 또 무방비 상태다. 올해부터 보관소를 지어야 하지만, 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핵 폐기장 만들려는 것 아니냐’, ‘임시로 저장하던 핵물질, 다른 곳으로 가져가라’고 항의할 게 뻔하다. 그나마 발전소 측에서 주는 적은 보상금으로 불안하게 살고 있는데 핵폐기물까지 떠넘기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해저보관은 어떤가.

▲ 원전이 4기 밖에 없는 핀란드가 그렇게 했다. 몇 개 안되는 원전 핵폐기물을 비싼 구리로 감싸서 땅 밑을 뚫어 해저에 저장했다. 단층 하나 없는 깨끗한 암반을 골라 공사를 했다. 스웨덴도 30년 전에 그런 곳을 찾았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나라는 환경영향평가를 법원의 재판부가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 사이트(Site, 부지)가 환경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해서 리젝트(Reject, 거부) 시켰다. 30년 동안 주민을 겨우겨우 설득하고 사이트를 만들어 놨지만, 환경법정에서 거부당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러시아도 보관 중 폭발 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유럽의 환경단체들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3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