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1회

어느 사회나 의로운 ‘아웃사이더’ 즉, 무적자(無籍者)는 적이 많다. 기득권 ‘인사이더’ 유적자(有籍者)는 온갖 권세를 누린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기득권자들은 숱한 특혜와 호사를 받아 온 집단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관료, 언론 등 불의한 ‘인사이더’가 도처에 만연된 땅에서 ‘아웃사이더’는 서야 할 입지마저 좁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어두운 시대에 의언(義言), 의행(義行), 의기(義氣)를 찾아보기 어렵다.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

‘중이 절 싫으면 떠나라’는 말이 있다. 종단에서 모함을 받아 쫓겨나 종적(宗籍)을 박탈당한 ‘무적자’ 명진스님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그에게 ‘종단’은 거추장스런 허울일 뿐이다. 그의 발걸음은 아웃사이더가 할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8년 11월 ‘평화의 길’(www.pathpeace.org)을 발족해 ‘걸어서 끝까지 가는 거야’를 주창한 명진스님은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개척하면 된다. 그렇게 걸어서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개성도 가고, 금강산도 가고, 백두산을 가야 한다”고 전한다. 창립 당시 각 사회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지원을 많이 했다. 그러나 불교 종단 계의 언론들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스님은 “남북협력사업과 나눔, 국제연대, 수행실천사업 4대사업을 하고 있고, 그중에 남북협력사업이 중점사업”이라며 “지금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지만 교류의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다. 개성공단도 곧 재개 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관계개선의 실타래를 빨리 풀어야 할 때다. UN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가야 한다. 이산가족문제만 해도 판문점상봉만 하지 말고,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들을 고향 땅을 직접 방문하게 하는 방안도 좋지 않을까. 북한도 흔쾌히 수용하리라 본다. 대부분 고령인 이들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어릴 적 살던 고향산천을 마지막으로 찾는 장면을 언론을 통해 보여주면 세계 톱 뉴스감이다. 한반도 분단의 고통과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미국도 세계 여론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지금 어렵지만,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고 말하는 명진스님을 장충동 태극당에서 만났다. 그로부터 ‘평화의 길’ 활동 상황과 남북-북미관계, 안보문제, 국제정세, 정치사회문제 등 현안들을 들어봤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지난해 ‘평화의 길’이 출범했다. 근황이 어떤가.

▲ 처음 출범 당시 많은 지원이 따랐지만, 솔직히 지금은 운영이 그리 녹록치 않다. 다른 단체들처럼 자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돕는 직원들이 몇 사람 있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급여를 주기도 빠듯하다. 이전에는 여러 스님들이 알게 모르게 도와주셨는데, 제가 종단에서 제적되고 난 다음부터 소식도 끊기고 지원도 미미한 상태다. 그렇다고 제도권 안으로 억지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나 혼자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그럭저럭 괜찮다. 덜 먹고 안 쓰고 아껴 쓰면 되므로 큰 걱정은 없다.

 

- 차제에 종단을 바꿀 의향은 없는지.

▲ 원불교에서도 오라고 ‘러브 콜’ 한 적도 있었다. 기독교 측에서도 오라고 한다. 그래도 그럴 생각은 없다. 능력껏 해보다가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들어가겠다는 마음도 없고, 또 그렇게 할 내 성격도 아니다.

 

- ‘걸어서 끝까지 가는 거야’를 명제로 출발했는데.

▲ 평화의 길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중심이 된 민간단체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저희 같은 민간단체가 하고 있다. ‘걸어서 하늘 끝까지’라는 드라마도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개성공단도 가고 걸어서 금강산도 가고 걸어서 백두산까지 가고자 한다. 걸어서 묘향산과 개마고원도 못 갈 일 없다. 외국에 여행하듯이 하자는 거다. 길이 없으면 개척해서라도 어디든 걸어 가보자는 취지다. 내 나라 내 땅 아닌가. 정부도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문정인 특보께서 ‘걸어서 평양까지’를 주문했고, 박원순 시장도 ‘서울과 평양이 평화의 길이 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평화의 길을 열어갔으면 한다.

 

- 남북관계 판문점선언 1년이 지났다. 남북한 ‘평화의 길’ 여전히 멀다. 현재 북미관계가 냉각기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어떻게 전망하나.

▲ 낙관하고 있다. 조만간 열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어떤 내용을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트럼프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전히 제거하면 도와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건 고슴도치에게 있는 털 다 뽑으라는 얘기다. 그다음에 밟아 버리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과거부터 미국은 리비아나 이란과 약속했다가 번번이 어긴 전례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 그런 식으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재벌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월’가의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반면 힐러리는 ‘월’가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 트럼프는 힐러리에게 “당신은 ‘월’가 돈을 얻어 썼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을 받겠지만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했듯이 지금 자신이 뜻한 대로 하고 싶은 거다. 그러나 월가의 유대계 군산복합체들은 트럼프의 행보를 싫어한다. 아시아에 무기를 팔 시장이 필요한데, 남북공동 화해시대로 자꾸 가게 되면, 시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 트럼프, 무얼 원한다고 생각하나.

▲ 트럼프는 좀 독특한 인물이다. 확실히 무언가에 욕심이 있다. ‘돈과 노벨상’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이용해 집권 중에 어떻게 하든 평화공존시대를 만들고 싶은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건 노벨상 감이다. 평양에 트럼프 타워를 세우고 지속적인 미국기업 투자를 하기 원한다. 전쟁은 곧 돈이다. 돈 때문에 일어난다. 힘 센 놈이 돈을 차지한다. 동네마다 악동 같은 놈이 한 놈씩 있기 마련이다. 가끔 가다 미운 놈 불러서 ‘너 한번 맞아볼래?’ 힘 센 놈이 윽박질 할 수도 있다. 쿠바와 이란도 그렇게 당했다. 동네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됐는데 북한만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있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동네북이 없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있어줘야 힘을 과시한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경제봉쇄’로 몰고 가면서 국제사회에 ‘저놈과 놀지 마’하며 왕따를 놓는다. 그럼에도 북한은 수십 년간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견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다.

 

- 미국과 북한, ‘동상이몽’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트럼프로서는 돈도 벌고 명예를 얻고 싶다. 그러나 미국 지식층은 트럼프를 천박한 인물로 취급한다. 그런데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자신의 영광이고 미국 내 위상이 달라진다. 그런 욕심이 있다. 김정은과 계속 대화를 가지려는 이유도 이것이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노딜’(No Deal)로 끝났지만, 처음부터 100% 합의될 것으로 믿고 베트남에 왔다. 그런데 회담장에 저승사자 ‘볼튼’이 등장하면서 판이 깨졌다. 결렬배경도 당시 미국 내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다. 트럼프가 그대로 회담장에 가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중론이 팽배했다. 결국 합의를 깨고 귀국해 버렸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욕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깰 생각은 없다. 그런 면에서 낙관적으로 본다. 수십 년 적대관계가 어느 날 만나 단번에 화해가 되기 어렵다.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가려면 얼마나 많은 고개와 봉우리를 올라가야 하는가. 그런 과정에 있다.

 

- 트럼프의 북한압박, ‘표밭다지기’ 같은데.

▲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북한과 아무런 이익 없이 만날 이유가 없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차후 남북관계를 적시에 풀어 극적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지금 풀면 영양가가 떨어지니까. 선거를 앞두고 제재를 확 풀면 김이 빠진다. 그러면서 평양에 미국자본이 들어가게 만들려는 계산이 숨겨 있다고 본다. 북한은 우라늄, 희토류, 금 등 지하자원 매장량이 엄청난데 이에 대한 채굴권 문제도 걸려 있다. 향후 미국제재로 남쪽에 못 팔아먹은 부분을 북한이 충당할 수도 있다. 그런 것 등을 포함해서 김 위원장과 뭍 밑 작업이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 한반도 상황, 여전히 예측불허다.

▲ 지금 북미관계에서 보듯이 트럼프가 남북관계를 화끈하게 풀든가, 안 되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느낌을 받았다. 안할 말이지만, 미국은 어딘가에서 한번 큰 전쟁을 바라는 모양새다. 미국은 전쟁으로 국가가 유지되는 특수한 나라다.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에서 전쟁특수를 누렸다. 전쟁이 미국을 먹여 살렸다. 그런 시기에 유럽 등 세계 경제가 지금 어렵다. 역설적으로 큰 전쟁이 한 번 터져야 세계경제가 순환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런 전쟁이 일어날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 한반도다. 다만, 미국은 북한 핵이 부담된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이 또 위험한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게 두렵다. 추적 레이다도 어디로 갈지 감을 못 잡는다. 중도에 펑하고 터질지 누가 아는가. 북한은 또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 미국이 섣불리 군사적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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