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민아의 영화이야기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2019. (포스터 제공 = (주)NEW)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2019. (포스터 제공 = (주)NEW)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장애는 개성이고 정체성이란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임에도 우리는 장애인을 대하거나 떠올릴 때면, 일순 긴장되고 조심스러워진다. 그건 장애인 이웃과 장애인 친구를 가진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내 주위에서 장애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들끼리 살아가고, 이들을 돕거나 지원하는 소수 비장애인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돌봄센터가 운영되는 방식이 흔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는 환경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비장애인인 필자가 장애인을 말하는 것 또한 대상화의 잘못일 것 같아 조심스럽다. 어쩔 줄 몰라서 말을 꺼내기 어려울 때,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대안을 만들어 갈지 보여 주는 영화가 개봉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존 인물과 사건에서 출발했다.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는 광주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가족을 이루며 살았다. 최승규 씨는 머리를, 박종렬 씨는 몸이 되어,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추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인간승리의 이야기다. 그러나 둘의 승리가 승리로만 점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터. 이 감동적인 사연을 육상효 감독은 서사로 만들어서 웃음과 따뜻한 인간애를 선사한다.

어쩌면 부족함이 많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서로를 애정으로 보살피며 불가능한 꿈을 꾸다가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 내는 훈훈하고 뻔한 이야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런 뻔하디뻔한 종류의 휴머니즘 영화가 아니다.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동구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형 세하(신하균 분), 뛰어난 수영실력을 갖췄지만 형 세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다. 가톨릭 신부(권해효 분)가 운영하는 장애인 돌봄센터 ‘책임의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어느 날, 신부가 죽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게 되고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영특한 세하는 ‘책임의 집’을 지키기 위해 구청 수영장 알바생 미현(이솜 분)을 수영코치로 영입하고 동구를 대회에 출전시킨다. 대회 날 동구는 동구대로 실수를 하고, 그를 알아본 어떤 사람이 행동에 나서면서 세하와 동구의 동거는 위태로워진다.

‘약한 사람이 서로 도와야 더 강해진다’라는 주제 아래, 영화는 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로 엮어서 흥미를 얹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각종 사건의 전개 속에서 ‘장애인이 장애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장애인이 비장애인 친구를, 비장애인이 장애인 친구를 가진다’, ‘장애가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식의 여러 작은 주제들과 교훈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실제 인물인 최승규 씨가 영화를 보고 “비장애인을 나쁘게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는 소감은 특별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주)NEW)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주)NEW)

이 코미디 영화는 과하거나 뻔뻔하지 않고, 조롱하거나 울리지 않는다. 유쾌하고, 인간적이고, 킥킥거리는 웃음과 한 방울 눈물 뒤에 남은 따뜻함이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한다. 조롱 섞인 기분 나쁜 웃음이 아니고, 눈물을 짜내는 신파와 먼 거리를 두면서 영리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누구나 다 이유가 있고, 훨씬 많은 이들이 선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가벼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말아톤', '언터처블: 1%의 우정', '그것만이 내 세상'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다루는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이들이 세상을 완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함을 보여 준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허술하고 소박해도 풍성하다. 영화 속 신부님의 지론처럼 사람에게는 “세상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고, “약함이 서로 더해져 강해진다”는 것을 생활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세상에 혈연가족과 비장애인들이 개입하면서, 이들 스스로가 만든 상호보완적인 보철의 힘은 그냥 짐짝이 되어 버린다. 장애를 부족한 것,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세하와 동구는 돌봐야 할 부담스러운 짐이다. 하지만 자존감과 품위를 지닌 인간으로서 이들은 스스로를 짐짝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 영화의 큰 미덕은 순진하지 않은 점과 악하지 않은 점이다. 장애인을 동정적이거나 가련하게 그리지 않는다. 세하는 적당히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방법을 아는 처세술에 능한 사회인이고, 다섯 살 지능의 동구는 잘하는 게 정말 많아서 사회에서 제 몫을 한다.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은 야속하고 나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마음을 열고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장인물들 모두 부족하고 문제 있는 인간들이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결국엔 연대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든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입담만으로 유머와 교훈을 만들어 내는 신하균의 연기뿐만 아니라, 이번에 예능 능력자이기에 앞서 얼굴 근육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연기자임을 입증한 이광수의 열연이 놀랍다. 싱그럽고 건강한 이솜은 이 시대 청춘의 얼굴로 기억될 것이다. 가족의 달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가족영화다. 특별한 형제의 특별한 이야기가 우리 세상을 특별히 환하게 만들 것이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님은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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