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한국과의 정상 외교사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한국과의 정상 외교사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6.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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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한국 전쟁 중 미군 부대를 전전하며 구두닦이로 연명하던 소년은 강원도 속초에서 폭격을 받아 산송장이 된다. 소년은 스웨덴-노르웨이 의료부대의 한 의사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졌고, 의사를 따라 1954년 노르웨이로 간다. 노르웨이의 한국인 난민 1호, 첫 이민자인 ‘노르웨이 라면왕 미스터 리’ 이철호 씨 이야기다.

소녀는 부산에 있던 스웨덴-노르웨이 의료부대에서 간호 보조사로 일했다. 야전병원만큼 처참한 부상병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부상으로 후송된 병사들은 별다를 바 없이 처참했다. 특히 아사 직전에 실려 온 전쟁고아들을 보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 스웨덴에서 온 간호사는 소녀에게 새로운 세상에서 공부할 것을 권한다. 소녀는 스웨덴에와서 공부를 했고, 평생을 병자와 아이들을 돌보며 스톡홀름에 살고 있다.

 

사진=이석원
사진=이석원

한국과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는 한국 전쟁을 통해 서로를 알기 시작했다. 입양의 역사도 그 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 있던 스웨덴-노르웨이 의료부대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한국의 어린이들을 입양해 스웨덴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키기도 했고, 그들은 또 스웨덴 이민과 입양의 역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과 스웨덴, 한국과 노르웨이는 1959년 3월에 수교했다. 올해 두 나라의 외교 관계는 환갑을 맞았다.

우리나라와 수교 60주년을 맞은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다. 수교 이후 우리나라 국가 원수가 두 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교 60주년이라고 하지만 한국과 스웨덴의 정상급 외교는 빈번하지 않았다. 수교 이전 국가 원수급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구스타브 6세 전 국왕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인 1926년. 당시 왕세자 신분이었던 구스타브 6세는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경북 경주에서 신라 고분 하나를 발굴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왔다.

고고학을 전공했던 구스타브 6세는 당시 경주 노서리에 있던 129호 고분 발굴에 동참했고, 거기서 찬란한 신라 금관 하나를 직접 발굴했다. 그 후 고분의 이름은 ‘서봉총(瑞鳳塚)’으로 명명됐는데, 이 또한 스웨덴의 한자어인 ‘서전(瑞典)’의 앞 글자와 봉황 문양이 있던 구스타브 6세 발굴 금관을 합쳐서 지은 것이다.

 

서울공항(사진=청와대)
서울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좀 일찍 인연을 맺은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국권을 상실한 시대의 일이다. 구스타브 6세가 한반도 땅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조선’이라는 나라보다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방문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수교 후 한국과 스웨덴의 정상 외교는 많지 않다. 2000년 12월 스웨덴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1989년과 1994년 이미 두 차례 스웨덴을 방문했지만, 당시는 평민당 총재와 아태평화재단 이사장 자격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방문한 것도 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자격이 더 큰 의미였기에 본격적인 정상 외교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009년 7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 외교로는 처음 스웨덴을 공식 방문했다. 그 해는 한국과 스웨덴이 수교 50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했다.

오히려 스웨덴 국왕의 한국 방문은 여러 차례 이뤄졌다.

1973년 왕위에 오른 현 국왕 칼 16세 구스타브는 1987년 9월을 시작으로, 1988년 9월과 1991년 8월, 1994년 11월까지 7년 새 4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모두 비공식 방문이다.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 참관, 1991년에는 세계 잼버리 대회 참관 등의 이유로.

2008년에 다시 비공식으로 한국을 찾은 칼 16세는 2012년 국빈으로 한국에 온다. 2009년 MB의 스웨덴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그리고 지난 해 2월 칼 16세는 또 다시 한국을 비공식 방문한다. ‘스웨덴 관중석의 멋진 서양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칼 16세의 장녀 빅토리아 왕세녀도 남편 다니엘 대공과 함께 2015년 한국을 방문했다.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는 당시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아버지에 이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과 수교한 노르웨이도 정상 외교는 스웨덴과 거의 비슷하다.

헬싱키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헬싱키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2000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노르웨이를 방문한 것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이다. 그 다음 해인 2001년 12월 DJ가 노벨상 10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노르웨이를 방문했고, 2012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공식 방문 했다.

노르웨이 국왕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해 10월 하랄 5세가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 또한 비공식 개인 자격이었다. 노르웨이의 총리는 5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대통령들과 만나기는 했다.

스웨덴 노르웨이보다는 늦은 1973년에 수교한 핀란드는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로 국빈 방문을 하지만, 핀란드의 경우 2006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아셈(ASEM) 때문이었다. 다자간 정상회의였던 것이다.

핀란드에도 여성 대통령이 있었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전 대통령은 2000년 10월과 200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집권했던 할로넨 전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났다.

핀란드의 여성 대통령이 한국의 여성 대통령과 만날 일은 없었다. 할로넨 튀임 이후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성됐기 때문이다. 양국 간 여성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기회는 없었다. 대신 할로넨의 뒤를 이은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 2012년 3월 취임하자마자 한국을 방문해 마찬가지로 취임한지 며칠 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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