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웨덴 ISDP 이상수 박사

지난 13일부터 2박 3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스웨덴 국빈 방문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이 수교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 더 뜻깊었다. 과거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방문했지만 국빈으로 초청된 것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은 특별한 위상과 가치를 지니는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웨덴 ISDP 이상수 박사
스웨덴 ISDP 이상수 박사

10년 만에 조국의 대통령을 맞는 스웨덴 한인 교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 주최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중에는 문 대통령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적폐로 둘러싸인 조국,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에 싸여있던 조국을 노심초사 근심하던 끝에 이뤄진 정권교체의 대통령이었기에 더욱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다.

스웨덴 사람들 중에서는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을 한반도 평화 조성을 다시 촉진 시키는 계기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았다. 스웨덴 정부가 남북은 물론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 조성에 분명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들 때문이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nstitute for Security & Development Policy. ISDP) 상임연구원 겸 코리아센터 센터장인 이상수 박사는 이번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에 대해 한반도의 비핵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북한의 인권 개선 등의 측면에서 한국의 노력에 대한 스웨덴의 평화 촉진제 역할을 기대하며 “획기적인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문제에 대해 한국은 스웨덴과 지속적인 협력과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특히 비핵화 논의에 대해 “스웨덴은 과거 60년대에 자신들의 핵 포기 사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북한에게도 그들의 경험을 예로 들어 비핵화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문 대통령도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스웨덴과 한국이 장 중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 = 청와대)
스웨덴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남한 내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스웨덴 방문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스웨덴은 EU의 북한정책에 기조를 맞춰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인도주의 지원도 적극 실행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북한 정권의 핵 보유 의지에는 제재로, 인민들의 인권을 위해서는 관대한 지원을 하고 있고 이는 한국이 최근 국내적으로도 논쟁이 일고 있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도주의 지원은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며 어떠한 정치적 대가도 제외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봤다. 스웨덴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자, 협상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인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 등의 북한 내 영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미국인 웜 비어가 북한에서 석방됐던 것도 스웨덴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은 것임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북한 내 억류된 미국 국적의 한국인들의 석방 문제도 스웨덴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스웨덴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의 공식 환영 행사에서 국왕과 마차에 동승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청와대)
스웨덴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의 공식 환영 행사에서 국왕과 마차에 동승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 박사는 한국과 스웨덴의 관계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한다면 스웨덴은 한국의 입장을 더 확실하게 대북 인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스웨덴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한과 북한은 물론 판문점까지 대표부를 파견한 나라라는 것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갖는 의미는 두 배, 세 배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스웨덴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뒤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특히 한반도 지역에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 제3자로서 북미 간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현 상황에서 북미 정상간 회담을 성사시키기에는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스웨덴 정부는 장기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치밀하게 뒤에서 중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뒀을 때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앞으로 스웨덴을 통해 남북미 3자회담을 요청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스웨덴을 1.5트랙 회의, 민간교류, 메신저 등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 외에도 이상수 박사는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은 탈원전, 신에너지 개발, 핵폐기물 안전 정책에서도 상호간 지지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고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한국 내 보수 세력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있어서 스웨덴 모델은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는 문 대통령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스테판 뢰벤 총리(사진 왼쪽 두번째)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스테판 뢰벤 총리(사진 왼쪽 두번째)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 박사는 “스웨덴의 탈원전 정책은 그간 이루어진 민주주의 합의 과정으로 다른 나라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스웨덴도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많은 논쟁과 반대가 있어 탈원전의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지만, 국민들의 지지 속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면 세계 최고 환경과 에너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모델이 한국 내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설득력을 배가 시킬 것”으로 봤다.

이 밖에도 신생에너지와 핵폐기물 처리, 노사 갈등 등 사회적인 분열과 아동, 양성 평등, 이민과 난민의 문제, 특히 복지 정책 등의 분야에서 이 박사는 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 순방은 외교 관계의 향상을 넘어서 한국 내 좋은 모범과 계기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 방문에 대한 이상수 박사의 평가는 우호적이고 점수는 후하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이상수 박사만의 생각이 아니다. 스웨덴 내 한인 교포나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스웨덴 사람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문 대통령이 교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등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이제는 유럽의 변방 국가가 아닌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스웨덴이라는 점에서 어지간한 아쉬움은 보다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기대로 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톡홀름=이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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