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Clean’ 에너지, 세계 흐름 합당한 비용 선행돼야"
"‘Safety-Clean’ 에너지, 세계 흐름 합당한 비용 선행돼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6.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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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 재생에너지로 가보자. 새만금이 태양광 메카로 부상했다. 방조제와 간척사업 문제도 문제지만 경제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 새만금 간척사업은 그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갯벌이 가진 가치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과 낙후된 전라북도를 위해 간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지금은 방조제 공사가 완료됐고 계속 매립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새만금 간척지는 매우 너른 땅이다. 기업 유치나 농지조성은 좁아서 못할 상황이 아니다. 광활한 면적을 어떻게 사용해야 국가와 전라북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태양광의 메카로 만들자는 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우리나라의 국토 조건에서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부지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논란도 있지만 10~20년 후에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

 

- 탈 원전 중단 여론도 높다.

▲ 탈 원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현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탈 원전 하면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당장 폐쇄하자는 것으로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약 60년 후인 2080년경까지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탈 원전이 아니라 ‘점진적인 에너지 전환’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나라에서 원전과 석탄의 비중은 너무 과도한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전환은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장기간에 걸쳐 줄여나가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자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천연가스 발전소가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탈 원전과 관련해서는 가짜뉴스가 많다.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 갈수록 원전 안전에 대한 ‘공포’(Phobia)가 크다.

▲ 그동안 원전건설과 운영과정에서 많은 부실이 발견됐다. 시험성적서 위조라든가 부실공사, 운영미숙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지난 5월 10일 발생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열 출력 급증은 최악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처럼 ‘멜트 다운’(melt down)까지 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사건이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지만 현실은 늘 그 반대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실수까지 겹치면 걷잡을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도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계산을 잘못한 데다, 원자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제어봉 조작에 미숙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규모의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적 비상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관건이다.

▲ 지금 가동 중인 원전은 안전 규제와 감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으로 보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로 보나 원전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비용이 발생할 경우 그 대가를 감당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지 않을 경우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지게 된다.

 

- 화석연료 문명이 여전하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등 다시 화석연료 시대가 도래 한 느낌이다.

▲ 기후변화나 대기오염의 문제가 없다면, 화석연료가 얼마나 매장돼 있고 앞으로 쓸 양이 얼마나 되느냐 등의 문제만 남았을 것이다. 파리 기후협정에 따르면 인류는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21세기 후반기에는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화석연료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석탄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는 국제투자기관들의 선언이 이어지고 BP와 같은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지 않았나.

▲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회의론’의 관점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에서 “기후변화는 현실이 아니다” 또는 “기후변화를 인정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계 변동의 결과일 뿐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약 3%에 불과하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나머지 97% 과학자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탈퇴가 효력이 발생한 건 아니다. 효력을 가지려면 파리협정이 발효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야 한다. 미국은 중앙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주 정부들이 어떤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많은 연방 주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모범적인 주들이 많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 세계 국가들의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인상이다.

▲ 탈퇴 선언이 있고 나서 미국은 국제 기후변화 협상 무대에서 입지가 매우 약화됐다. 그 빈자리를 채운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과거에는 국제외교 무대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였다면, 지금은 다극 체제로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 협상만 하더라도 미국 이외에 중국이나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등 여러 국가 블록들이 생기면서 어느 일방이 좌지우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최소한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시키는 간접적 역할을 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 세계가 중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얘기인가.

▲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일시적으로 메우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가진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라든가 정치, 외교, 군사 부문에서의 리더십은 여전히 중요하다. 세계 시민들은 빈곤퇴치, 기후변화, 세계평화 등 지구촌 공동의 과제 해결에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기후변화 정책이 일자리 창출 호재라 보는데.

▲ 기후변화는 무엇보다도 생존의 문제다. 전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은 IS 같은 테러집단의 준동이나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기후변화다. 우리도 국회에 기후변화포럼이 있고, 소수이긴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의원들도 있다.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경제를 혁신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잘 살피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 혁신에도 도움이 되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몇 몇 모범국가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정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기문 위원장이 “미세먼지 문제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세먼지나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환경문제는 원래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과거와 미래의 대립만이 있을 뿐이다. 환경문제는 파국이냐 생존이냐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 배출 원이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를 잘 해결하면 기후변화 대응도 잘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잘하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도 빨라진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국가환경회의가 제안할 것이다.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문제로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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