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UMP SCHOOL’-JOB인터뷰] 벤츠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과장 허준 멘토②

<1회에서 이어집니다>

놀라운 열정과 행동력을 가진 허준 멘토님(왼쪽)과 나윤재 멘토님(오른쪽)
허준 멘토님(아래 왼쪽)과 나윤재 멘토님(아래 오른쪽)

-언론사 경험이 마케팅 분야 업무와 어떤 연관성이 있었나요?

▲ 스킬적으로는 연관이 있지 않았습니다. 기자를 했으니까 PT를 하거나, 사람과 마주치는 일들은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어요. 기사는 ‘글’이 중요해요. 눈에 확 들어오는 ‘워딩’이 있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홍보 분야의 컨텐츠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홍보는 ‘비주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는 논리성도 필요하지만 직관적으로 눈에 박히는가에 대한 여부가 더 중요하고, 이에 따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뷰티 쪽을 다룬다면, 한 컷 안에 센츄럴함, 아름다움 등의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담아야 하죠. 그렇게 하려면 모든 뷰티 계정, SNS, 잡지 등을 확인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성별, 나이대별로 좋아하는 분야도 파악해보고,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차별점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제가 근무 중인 벤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벤츠는 ‘클래식, 웅장함’같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벤츠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는 ‘멋’의 어떤 종류, 슈트 느낌을 표방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마케팅 생태계에서 세부적인 전략은 무수하게 바뀌는 법이나, 기본적으로 로고폰트, 글자 간격, 컬러 이런 것도 다 정해져 있고요. 벤츠의 브랜딩 컬러 같은 경우는, 검은색, 흰색, 은색이어서 쉽지 않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작업할 땐 괜찮은데, 오프라인으로 제작물을 뽑아놓으면 PURE 블랙이 잘 안 나오거든요. 색상을 뽑아내는 데에서 고충을 겪는 많은 브랜드 중에 하나입니다. 가끔은 수차례 반복되는 작업 중에 잉크 때문에 옷을 버리기도 합니다.(웃음)

 

-이공계도 마케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디지털 마케팅 분야가 있습니다. 마케팅도 엑셀이 없으면 안 돼요. PPT 만큼 더 쓰는 것이 엑셀이거든요. 세팅해 놓은 툴에서 RAW DATA를 뽑으면, INSIGHT를 도출해내는 작업을 합니다. 영감을 얻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 과정을 잘하는 것은 이공계를 나왔다고 해서 잘하고, 문과를 전공했다고 해서 잘하는 분야가 아닌 것 같네요. 감, 센스가 매우 중요해요.

아예 프로그램적인 분야를 다루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IT 테크놀로지 기반의 좀 더 기술적인 측면으로 치우쳐진 작업을 하죠. 문과여도 파이썬과 같은 기본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군에 들어오면 다 배우고 익숙해지기 때문에 이런 분야를 준비하느라 취업이 늦어질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네요

 

-책을 많이 읽으면 될까요? 멘토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대학 때 사회학을 전공하다보니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고집일 수도 있겠으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현실이 아니란 것을 아니까,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고요. 요즘엔 종이로 된 책을 볼 시간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뭔가를 읽기 시작하면 그저 몇 시간씩 읽습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가 궁금하다면 어벤져스라는 단어 검색을 시작으로 나무위키, 전문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와 관련된 여러 키워드를 모조리 섭렵하는 거죠. 현직에서는 깊진 않아도 얇은 지식을 두루 아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 마케팅 비주얼을 보는 시각을 위한 거라면 꾸준히 잡지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스모폴리탄을 추천합니다. 잡지 구독자는 휙휙 페이지를 넘겨버리지만 이 짧은 찰나에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채기 위해 에디터가 준비하는 편집이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거든요. 패션의 첨단을 달리는 매체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센스가 쌓일 겁니다.

 

-취업 시에 나이가 중요한가요? 또한 중간에 대기업이 아닌 경력을 쌓고 갈 수도 있나요?

▲나이가 중요하긴 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한국 사회는 위계질서가 있는 사회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신입이 들어오면 불편해하는 경향이 다소 남아있어요. 그렇지만 1~2년 늦춰지는 것은 괜찮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사실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뻔뻔하게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작은 회사나 대행사를 먼저 입사한 후에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아직은 드뭅니다. 하지만 스스로 RISK-TAKING을 한다고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형성해낼 수는 있겠죠. 제 자신을 되돌아볼 때, 삶이란 것이 계획적으로 움직이진 않았습니다. 항상 능동적인 자세로 해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로에 정착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멘토님은 어떻게 정착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 커리어가 정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성의 차이일 뿐 아직도 꿈꾸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모습이 있고 그걸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죠. 뭔가 정착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방향과 과정 속에서 있는 중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여러분처럼 자주 이력서를 쓰고, 다시 고쳐도 써보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나요?

▲제가 살면서 모든 일이 쉽게만 풀린 케이스는 아닙니다. 쉽게 얻은 것은 잃는 것도 쉬운 법이죠. 또 쉽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감사함이나 소중함이 작아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그런지 제 친구들은 연봉이 높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편하게 회사에 들어가 30대 초반에 억대 연봉을 넘어간 친구도 이미 몇 명 있고요. 지금보다 젊을 때는 그 친구들에 비하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는 것이 초라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성취한 것과 그로부터 얻은 것들을 돌아보면 자랑스럽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 피곤하고 싫은 숙제들이 고민이라면, 그걸 다 해내면 더 나은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네요.

또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육하원칙이 가장 중요해요. 그중에서도 ‘왜’라는 질문이 제일 중요합니다. 취업을 생각하거나, 진로를 결정할 때도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해요. 보통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요. 예를 들자면, ‘조직이 너무 싫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를 원한다.’ 이런 케이스는 못 견딜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해요. 돈에 대한 욕심을 줄이거나, 다른 분야에서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죠. 자기 자신을 먼저 잘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