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당직 독식한 친박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중진의원연석회의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중진의원연석회의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경배 기자] 자유한국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최근 벌어진 친박(친박근혜계)의 주요 당직 싹쓸이를 바라보면서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황교안 대표가 당내 요직을 ‘친박’으로 채우고 있다는 논란에 직접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어졌다”고 강조했지만, 비박계의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독식한 친박계

국회 상임위ᆞ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당 의원 9명 중 ‘친박(친박근혜)’ 또는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최근 사법개혁특별위원장에 임명된 유기준 의원을 합해 4명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비박계가 다수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당내 주요 요직에 모두 친박계가 기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당 원내지도부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을 임명했다. 그러나 임명 과정에서 현직 위원장이었던 ‘복당파’ 황영철 의원이 공개적으로 “원내지도부가 친박계를 앉히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사개특위도 법조인 출신 중진의원이 거론되며 애초 권선동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최종 임명된 것은 친박계인 유 의원이었다. 그러나 이들 비박계 의원들은 경쟁에서 모두 친박계 의원들에게 밀렸다.

당내 주요 당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무총장을 비롯해 선출직을 제외한 당내 주요 중앙당직자 45명 중 ‘친박’ 또는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23명으로 알려졌다. 숫자상으로 보면 친박과 비박이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임명된 당직자 대부분이 친박계로 분류되면서 당내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신임 사무총장도 당내에서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중진’이 맡아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강했지만,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교체 시도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총선 공천룰도 비박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이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에서 집중 물갈이 대상이 친박계가 아니라 비박계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로 총선 공천률 때문이다. 최근 한국당 신정치특별위원회에서 내년 총선 때 정치 신인에게 최대 50%의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가 의도적으로 비박계를 공천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이 비박계 사이에 팽배하다. 이와 관련 영남권의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은 비박계가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또 수도권 비박계 초선 의원은 “공천룰이 비박계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고무줄 룰’이 될 수도 있다”며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당 사실만 부각되면서 복당파가 전멸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결국 문제는 황 대표가 인사를 통해 당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라며 “당 대표 취임 직후만 하더라도 당직자를 임명하며 ‘친박’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같이 심하지는 않았다. 총선이 다가오며 ‘공천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당내 우려가 표면 위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지리멸렬한 비박계…“다시 탈당할 수도 없고”

이처럼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박계의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황 대표의 임기는 내년 총선 이후까지로 내년 4월 공천의 칼자루를 황 대표가 쥐고 있다. 이미 탈당 전력이 있는 비박계의 입장에서는 다시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기가 쉽지 않다.

당에 남아있었던 비박계 역시 마찬가지.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는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둘러싸고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더구나 바른미래당의 한 축인 국민의당 출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비박계 입장에서는 총선승리를 담보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이제 와서 탈당하고 바른미래당으로 간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다.

그렇다고 황 대표에 대한 대항마를 찾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비박계의 구심점으로는 홍준표 전 대표와 복당파의 중심이었던 김무성 의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꼽힌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비박계 내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린다. 여기에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말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비박계 다수의 뜻과 다른 후보를 내세워 패배함으로써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장 자기 앞이 급하다. 내년 총선에서 부활하기 위해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표밭을 가느라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광진을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이다.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당내 세가 미약하다.

이러한 비박계의 분위기를 의식 황교안 대표는 연일 당내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황 대표는 논란이 계속되자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박 논란은) 우리 당의 당직 현황을 잘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당은 계파가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또 “미래를 향해 가는 당에 과거 얘기를 공연히 덧씌우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흐름을 봐달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비박계의 의구심은 여전히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비박계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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