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위클리서울=김경배] 국가 간 외교는 상호호혜의 원칙에 입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현대국가는 지구촌화되어 주변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 일방의 이익인 아닌 공동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의 근간이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의 구원을 잊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면서 상호협력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 지금은 무역분쟁으로 인해 다소 관계가 삐뚤어졌지만 과거 핑퐁외교를 통한 중국과 미국의 수교도 국가 간 이익과 미래의 번영을 위한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악연이 남아있던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국교수립도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기실 작금의 베트남과의 관계는 상호호혜와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다른 어떠한 나라보다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구원을 잊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러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침략적 야욕에서 발생한 고초를 겪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가해자는 쉽게 과거를 잊을지 모르나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트라우마로 남아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는 지나간 과거를 덮고 동반자적 관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였다. 기실 한일관계는 순망치한의 관계이다. 지리적 위치를 차치하더라도 정치·경제적으로 너무나 많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동반자적 관계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한일관계는 이러한 동반자적 관계가 사실상 무너졌다. 지난 7월 4일부터 시작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의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은 우리나라 사법당국의 강제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사법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이 바뀔 때까지’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경제제재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임과 동시에 국민주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어 우리나라를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안보상의 관점에서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실시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운용 재검토”라고 밝혔다. 즉 우리나라를 안보상 관점에서 믿지 못하니 수출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이다. 

‘백색국가’ 제외와 관련 일본의 그동안의 행동은 명백한 한국의 무시였다. 한국 국회의원이 찾아가 면담을 요청해도, 외교부 담당자와 외교장관 만남에서도, WTO에서도 일본은 대화를 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런 일본이 과연 우리나라의 우방이라 할 수 있을까?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사이가 더 이상 우호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적대국가라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위클리서울/ 출처=청와대
ⓒ위클리서울/ 출처=청와대

그러함에도 한국사회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대화를 주장한다. 아니 우리가 언제 대화를 하지 말자고 했던가. 대화의 메시지를 그렇게 전했음에도 이를 철저히 무시한 것은 일본이 아니었던가. 때린 사람은 더 때리고자 하는데 왜 맞는 사람이 대화하자고 매달리며 사정해야 하는가.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기 때 을사오적과 정미칠적, 그리고 경술국적을 기억하고 있다. 조선을 통째로 일본에 바친 그들의 당시 주장은 무엇이었는가. 이들은 후에 일제에 의해 후작과 백작, 자작에 봉해졌다. 조선을 위한다는 그들은 조선을 바친 공로로 부귀영화를 누린 셈이다.

이제 한일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지금은 내부총질을 할 때가 아니라 한 목소리로 일본에 맞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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