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위클리서울=김경배] 인간의 행동은 이성과 감성에 지배받는다. 어떠한 행태에 접할 때 인간은 때때로 감성적으로 행동하거나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는 얘기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놓인 양극성, 즉 이성과 감성을 조화시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파킨슨병 권위자인 캐나다 신경학자 도널드 브라이언 칸은 감성과 이성의 차이에 대해 감성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성은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감성은 어찌 보면 본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임에도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은 바로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철한 사리판단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이를 감정적으로 대처하여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감성적인 행동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흥(興)과 얼의 민족이라 한다. 이웃들과 서로 어울리고 춤과 노래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면서 나보다는 우리를 중요시해왔다.

두레 품앗이 계 길쌈 등을 통해 노동을 같이 나누고 어려운 일에는 마을 전체나 일부가 힘을 합쳐서 서로 돕는 아름다운 미덕을 가져왔다. 이러한 전통은 인간애의 표현으로 다소 감성적인 부분과 상호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다소 약화된 감은 있지만 아직까지 이성과 감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감성은 주로 동적 행동을 규율한다. 그러다 보니 행위가 객관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성정치는 그래서 위험하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의 산물인데 감성적인 대처는 상호 간에 불신만 야기할뿐더러 건설적인 합의를 방해하며 악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감성적인 판단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처함이 마땅하다.

현재 여야 간의 대치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따른 한일간 갈등에 대한 문제이다. 
 
극일(克日)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일본의 대한정책에 대해 정부는 날 선 비판보다는 냉정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일본에 대해 감성적인 대응보다 이성적인 판단하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안 가기 운동이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정부가 나서서 한 것이 아닌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였다. 

최근 정부나 여권의 일본에 대한 대응은 초기의 비판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다소 융통성을 갖고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감성적인 대응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이 야권의 대응이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 선 칼을 갈으면서 정작 한창 싸움 중인 일본에게는 특별한 메시지조차 없다. 과거 우리 민족은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신분과 계급을 떠나 하나로 뭉쳐 국난을 극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감성적인 비판에만 매몰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정보기술시대에는 감성적인 판단보다 이성적인 판단과 대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현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최선봉에는 2000년 전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흔히 반일 의식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세 과시나 동적 운동 대신 냉철한 이성적인 판단 아래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이나 일본 안 가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역동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밀레니얼 세대는 가장 감성적인 세대로 분류되지만 행동에 있어서는 가장 이성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념이나 여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 공존하고 서로 호흡하는 것을 즐긴다. 

우리 기성세대는 자신의 이상과 신념이 맞지 않으면 친일파나 빨갱이라고 서로를 매도하고 증오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러한 행동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감성보다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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