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유언 우선인 게 북한 사회, ‘북핵’ 포기 할 수도”
“선대 유언 우선인 게 북한 사회, ‘북핵’ 포기 할 수도”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9.08.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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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강정구 교수-2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어느 정권에서든 친북-종북 논란은 늘 있었다. 송두율 교수의 경우 귀국하지 못한 채 여전히 독일에 머물고 있다. 일부 세력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종북 세력’이라고 비난한다. 우리사회의 ‘레드 컴플렉스’,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 미 군정기간 미국의 전적인 후원아래 친일민족반역자 무리와 이승만 세력 등이 야합해 당시에 승승장구하던 진보진영과 항일운동세력들을 거세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빨갱이몰이’이다. 1946년 여름 미 군정청 여론조사에서 사회주의 지지가 70%를 넘었고 공산주의도 7%였다. 반면 자본주의 지지는 겨우 14%였다. 이러한 인민들의 지지를 받던 세력들을 타도하기 위해 미군정은 한편에선 물리력으로 탄압하고, 다른 한편에선 친일파세력과 전적으로 야합해 진보세력을 ‘빨갱이’로 조작했고, 권력을 빼앗았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레드 콤프렉스’ 기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각 분야의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세력들은 그야말로 친일친미 세력이고, 빨갱이몰이 조작 세력으로 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번 3.1절 경축사에서 이런 맥락을 잘 짚었다고 본다. 어쨌거나 이러한 한국 기득권 세력과 전혀 다른 인식과 권력 바탕(보통사람들)을 가진 세력이 노무현과 문재인 신흥세력이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까지 빨갱이몰이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이들 기득권 세력에게는 미운 사람이나 흠집을 낼 필요가 있는 집단은 다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렇게 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고 확대 재생산해왔다. 이제 시대가 달라져 빨갱이몰이는 너무 노골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인식이 농후해지니까 종북몰이로 변질시켰다. 사실 종북은 숫자가 지극히 적다. 문제는 종미(從美)다. 우리 사회 고위권력층의 많은 부류는 대부분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자이다. 2003년 용산기지 이전 대미협상단 대표로 선임된 외교부와 국방부 10여명 고위관리들은 미국과 협상도 하기 전에 협상원칙을 ‘돈은 얼마든지 간에 한국이 부담한다’, ‘대통령과 국가안보요인들은 반미주의자이므로 이들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등으로 확정했다. 이들 고위관리가 한국대표인가 미국대표인가. 이들에 국한된 게 아니고 우리 사회 고위권력층은 대부분 이런 부류의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이다. 종북세력은 힘이 없지만 이들 종미세력은 한국사회를 좌지우지 하니 그 영향력은 비교할 바가 못된다. 촛불항쟁으로 인해 이들 세력의 힘이 좀 약화되긴 했지만, 그 뿌리가 강고해 여전히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포진하고 있다. 촛불혁명과 같은 사건과 탈냉전평화통일시대의 진전이야말로 ‘레드 콤플랙스’와 종미세력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다.

 

- 남북 문제, 통일 문제를 논하면 타인에 의도에 따라서는 자신도 모르게 친북-종북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그렇다고 남북 문제를 터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민사회든 정치권이든 건강한 정책 토론이 아쉬운 상황이다.

▲ 친북-종북 프레임 자체를 거절해야 한다. 이런 류의 질문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종미-종일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 강 교수는 ‘남북 문제 연구에 있어서는 때론 극단적인 논리를 개진해나갈 때 비로소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해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현재 한국사회의 포용성 수준에서는 극단적인 논리로 한반도 문제나 현대사를 보아야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현대사나 한반도 문제가 냉전성역 장막에 가둬져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 지배하고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일독립투쟁을 하던 선열들을 소탕하기 위해 설립된 일본제국주의의 간도특설대에 근무했던 친일파민족반역자인 백선엽을 한국군의 대부이고 심지어 원수로까지 승격시키려 했던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냉전성역 때문에 밝혀지지 못하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백선엽을 친일민족반역자라고 하면 일반인에게는 극단적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러나 냉전성역을 허물고 정상적으로 보는 저의 눈에는 전혀 극단적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이다. 제 학문이 객관적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어쩌면 학문연구 결과가 객관성이 약한 것처럼 보이고 마치 학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주 연구분야가 현대사, 통일, 북한이고 이 분야의 연구주제는 대부분 냉전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되었기에 때문이다. 이것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마치 학문이 아닌 것 같고 객관성이 덜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한국전쟁이고, 한국전쟁은 많은 사람들을 비정상화 했다고 판단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보기에 정상적인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웃음).

 

- 강 교수를 NL(National Liberty) 이른바 민족해방 계열의 학자로 규정하는 시각도 있다. 어떤 입장이며, 현재와 와서 이 계열의 방향과 그간의 연구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 NL계열의 학자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동시에 북에서도 매우 거북하게 생각하고 있는 학자 역시 강정구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특히 비판적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에게 어느 누구나 어느 집단이라도 성역은 허용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 학문의 진수라고 하는 데 그것은 바로 ‘Marxism against Marx’라는 데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마르크스 본인에게 조차 들여대어 성역을 허물고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냉전성역허물기라는 차원에서 NL계열이 좋아할 연구를 많이 해 오고 또 연구를 넘어 알리고 실천에 반영하려고 애써 왔다. 누구도 감히 건드리기 힘든 주제를 연구대상으로 삼았고 또 파헤쳤다고 본다. 단지 심층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제 역할은 물꼬를 터는 데 있고 후학들이 심층적으로 파헤쳐 더욱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강 교수의 이론적 입장과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전반적으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 잘 모르겠다. 섣불리 이야기 했다 괜히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극우 세력들의 놀음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웃음).

 

- 미국의 대선 정국은 한반도 정세와 무관치 않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큰 틀에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 워싱턴의 비주류 이단아인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기에 싱가포르정상회담이 열리고 판문점 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물론 이를 견인한 구조적 조건은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미국 본토가 직접적인 위협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대통령의 평화지향적인 전략과 정책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3박자가 서로 화합할 수 있었다. 미국 대선 이전에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큰 틀 합의는 이뤄지고 재선 기간에 이의 이행이 거의 이뤄질 전망이다. 분단 75여년 만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것이고 바로 통일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정상 군사분계선 악수와 만남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군사분계선에서 ⓒ위클리서울/한국공동공동취재사진기자단

- 얼마전 열린 ‘남북미 판문점 회동’,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주류는 북미 판깨기에 성공했다고 보고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판문점 회담이란 기상천외의 발상으로 이를 돌파해 새로운 모색을 성공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교환, 문재인 대통령의 숨겨진 중재 등이 작동해서 가능했다. 이로써 다시 한반도 탈냉전 평화다지기가 본 궤도에 들어섰다. 75년 만에 맞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북한,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비핵화를 계속 역설해 왔고, 자기의 아들딸들에게 핵위협을 물러주고 싶지 않다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실토할 정도다. 비핵화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드팀없는 유언이다. 물론 평화체제 구축이 함께 이뤄지는 조건 하에서다. 선대 유언은 무엇보다 우선인 것이 이북 사회다. 또 시진핑의 방북은 15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2006년 북의 핵실험 이후 처음이다. 북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확인이 있었기에 중국 정상의 방문이 가능해졌다.

 

- 트럼프의 경우도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 대북 지원 등 약속을 지킬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 당연하다. 판문점 회담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할 의향도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국사회 주류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힘까지 가지지 못해 불발로 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에 대한 직접적 경제지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그럴 능력도 없고 의사도 없다. 단지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이 지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정도일 것이다. 북 또한 미국의 직접적인 경제지원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남한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본을 함부로 끌어들이는 게 체제위협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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