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된 필리핀, 빈민촌 아동 가난과 굶주림 목격 ‘충격’"
"양극화 된 필리핀, 빈민촌 아동 가난과 굶주림 목격 ‘충격’"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9.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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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인천에 이어 필리핀 민들레국수집도 운영 중이다. 양극화가 극심한 필리핀 빈민지역 아동을 위한 급식과 교육지원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2011년에 처음으로 낸 ‘민들레국수집의 홀씨 하나’라는 책이 좀 팔렸다. 생전 처음 인세를 받았다. 이것을 어떻게 나누어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쓰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필리핀 사랑이다. 직접 가 본 필리핀의 ‘나보타스’와 ‘빠야따스’ 지역은 내게 너무나 충격이었다.

너무 비참한 가난을 보았다. 형제애로 무엇을 나눌까를 깊이 생각했다. 민들레국수집이 필리핀의 가난한 이웃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대로 실천했다. 예수님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실까 생각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다만 민들레국수집 형편만큼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 극심한 양극화가 아이들 꿈을 앗아갈 최악의 상황인 것 같다.

▲ 처음에 이곳 아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어서 작지만 장학금 나눔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옷도 필요하고 먹을 것이 절실함을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는 아이들 가정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빈부차이와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이뤄야만 버텨갈 수 있음도 보았다. 그리고 돈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희망을 품고 그들 스스로 가난을 이겨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많은 것을 깨달았다.

어찌됐던 아이들이 먼저였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다음에 꿈을 키워갈 공부를 가르쳤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필리핀 아이들 스스로 서로가 돕고 함께 살도록 돕도록 했다.

 

- 가정은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다. 그러나 가정이 흔들리는 현실인데.

▲ 부자는 자고나면 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가난한 자는 갈수록 빈곤해지는 현상은 필리핀뿐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 현상이 됐다. 가난한 필리핀의 아이들도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민들레국수집은 이런 아이들을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

조금만 나누면 아이들의 꿈을 이루게 할 수 있다. 가난하지만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미약한 힘이라도 도와주면 큰 힘이 된다는 체험을 했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놀라운 모습도 보았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부모들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이들도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공부에 집중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화목한 가정으로 변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꿈도 커진다.

오손도손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이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이면 성당 근처에 사는 아이들을 돌보면 좋겠다 싶어 성(聖) 가정 성당에 찾아갔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무료급식 지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이상하게도 반응이 냉담했다.

 

 

민들레국수집 전경
민들레국수집 전경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다른 방도는 없었는지.

▲ 할 수 없이 포기하고, 그 대신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팜팡가의 콘셉시온이라는 곳에 민들레국수집 작은 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필리핀은 학생들 여름방학이 4월에 시작하고, 6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이번 학기에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상장들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민들레 장학정책은 아이들의 성적을 보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공동체 화합과 우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기존의 나보타스와 카비테 아이들이 고등학교로 들어간 수만큼 초등학교 1학년들을 뽑았다.

 

- 몇 명이나 뽑았나.

▲ 야심차게 새로 시작한 콘셉시온 민들레 작은 학교는 70명을 뽑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녀들 중 1명을 뽑는다. 새로 시작하게 될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사이의 아이들을 뽑았다. 그래야 아이들이 좀 더 쉽게 공동체를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무척 더운 나라다.

냉장고가 필수지만, 전기료가 만만치 않다. 가난하기 때문에 대부분 냉장고가 없다. 너무 더워서 시장도 이른 새벽에 열린다. 캄캄한 새벽에 시장이 열리면, 그날그날 먹을 요리재료를 사간다. 날이 더워 식재료가 금방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장고가 필요 없다.

 

- 필리핀은 우리와 달리 대학교육이 무료다.

▲ 그렇다.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나라다. 하지만 학비만 무상이다. 기타 교복비나 학용품비, 숙제 물품비, 간식비, 교통비 등은 별도로 돈을 써야 한다. 가난한 부모는 그 비용조차 대주기 어렵다. 부자 집 아이들을 사립학교로 간다.

사립학교는 돈이 많이 든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립학교를 다닌다. 이들은 책이 없어도 학교에 갈 수는 있지만, 간식비(바흔-수업 중간 휴식 시간에 각자가 준비한 간식)가 없으면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

많은 아이들이 아침도 먹지 못한 채로 학교에 간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간식을 먹는데, 자신만 먹지 못하니까 창피스러워 한다. 간식비가 없으면 아예 학교를 가지 않는다. 그런 날이 반복되게 되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 학비도 문제지만 아이들 급식이 문제인데.

▲ 저희 봉사자들이 새벽에 시장을 본 다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든다.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아침을 1식1찬으로 끝낸다. 아이들은 요구르트 하나를 너무나 귀하게 여긴다. 마치 보약 먹듯 아끼고 아껴 먹는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영양제인 도서관도 꼭 필요하다. 아이들은 집에서 책을 읽기가 어렵다. 비싼 전기료도 부담이지만, 불빛도 희미해 독서하기가 어렵다. 돈이 없어 교과서 없는 아이가 태반이다. 동화책은 갖기도 어렵다. 특히 영어 동화책은 너무 비싸다.

재정이 빈약한 일반 초등학교들도 도서관은 꿈도 못 꾼다. 수업도 거의 이부제 수업이다. 민들레국수집은 아이들 먹 거리를 해결하고, 책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세울 방침이다. 마음껏 놀 수 있고 보다 밝은 미래를 열어 놓고 싶었다.

 

 

필리핀의 빈곤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쌀 지원
필리핀의 빈곤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쌀 지원 ⓒ위클리서울/서영남
어려운 가정을 찾아 쌀을 전달하는 서영남 대표(오른쪽)와 부인 베로니카 여사(오른쪽에서 두번째).
어려운 가정을 찾아 쌀을 전달하는 서영남 대표(오른쪽)와 부인 베로니카 여사(오른쪽에서 두번째) ⓒ위클리서울/서영남

- 필리핀에서 사역도중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는데.

▲ ‘청암봉사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천교구 주교님도 거들어 주었다. 필리핀 ‘칼로오칸’ 교구의 성당 부속건물을 무상 임대했다. 공동묘지 부근에 사는 빈민촌 아이들이지만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이어서 말라본의 빈민지역 한 곳과 나보타스 성당 2층에서 아동무료급식을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2014년,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즈음이었다. 2016년 3월, 국내에서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음해성 글이 돌면서 난감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 후 필리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다. 결국 필리핀 말라본과 나보타스 지역의 아동 무료급식마저 중단하게 됐다. 많은 재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건물도 모두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비품들은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아이들 장학금만 남긴 채 2017년 1월말에 철수했다.

 

- 하늘이 더 큰 일을 하라는 ‘연단’을 준 것 같다.

▲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가난한 아이들을 어떻게 다시 도울 길이 없을까 늘 고심했다. 필리핀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던 것처럼, 작지만 여리게 다시 시작하면 될 것 같았다. 칼로오칸에서 아이들이 사는 빈민촌 마을에서 조그맣게 시작하려 했지만, 현지 성당과 봉사자들과의 또 다른 마찰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아주 멀리 떨어진 변두리로 갔다. 필리핀의 빈곤지역 나보타스 지역에 있는 탱고스 마을과 카비테의 시골 마을에 민들레국수집을 다시 시작했다. 2017년 6월, 칼로오칸에 있는 민들레국수집 장학생 아이들에게 그해 12월까지 장학금을 미리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나보타스 탱고스 마을과 마닐라 근교의 카비테의 빈민 아이들을 신규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25kg 쌀 한 포를 각 가정에 나눠주었다. 문제는 아동급식소를 어떻게든 마련해야 했다.

 

- 어디에 만들었는가.

▲ 일단 먼저 로사리아 자매의 집 마당을 급식소로 만들기로 정했다. 마당에 지붕을 씌우고 바닥은 타일을 깔았다. 작은 책장을 만들어 예쁜 동화책도 많이 꼽아 놓았다. 근사한 식당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해서 그해 11월에야 카비테에 민들레국수집에서 급식을 다시 시작했다. 나보타스에도 조그만 집을 마련했다.

집이 너무도 작아서 아이들 밥 먹을 공간이 없어서 골목길과 계단에서 밥을 먹었다. 우기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기가 막 시작될 무렵에 조그만 공부방을 얻을 수 있었다. 비가와도 아이들이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너무 비좁아 밥을 나누어 먹는 일이 고역이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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