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방기한 고령세대 ‘빈곤과 자살’ OECD 1위"
"국가가 방기한 고령세대 ‘빈곤과 자살’ OECD 1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0.15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배범식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수명이 늘고 100세 장수시대를 맞았지만, 노인세대를 위한 정책이 없다. 노후 30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정부나 정치인도 고령세대에 대한 정치적 타협이나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약 40~6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법도 1987년에야 제정되었고, 복지후생제도는 여전히 빈약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도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OECD 최고다. 1년에 58.6명이 목숨을 끊는다. 노인을 대변할 세력도 없다. 정치참여도 낮다.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우리사회 65세 이상 고령자는 왜 불행한가. 과거 정권들이 이들을 외면하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은 1945년과 1950년 6.25 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1960년 본격적인 산업화시대에 독재정권의 노동착취 체제에서 살아온 세대다.

배범식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화 역군이었지만, 정부는 이들의 노후문제를 외면했다. 밤낮없이 일했지만, 재산을 만들지 못했다. 한탕주의 부동산투기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편안한 노후를 보내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다.”고 지적한다.

해방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숙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경제민주화나 소득평준화, 균등분배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 엄혹했던 시대에 노동자 인권과 노조창립, 청・장・년・노년층 복지를 위해 45년간 외길을 걸어온 배범식 위원장을 종로에 있는 전태일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4년 9월20일 설립된 세대별 전국단위 노동조합 노후희망유니온을 이끄는 배범식 위원장으로부터 청장년과 노년세대의 인권과 노동권확보와 노인복지, 노후생활권, 정치의식 고취, 민주사회단체와의 연대 등에 대해 들어 본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배범식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1960년대 산업화시대를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불평등한 소득분배와 열악한 노인복지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베이비붐 1세대이자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으로서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설립한 배경이 무엇인가.

▲ 2014년에 창립한 노후희망유니온의 핵심적 사업은 노인복지와 경제사회적 어려움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다음이 노인들의 정치적 각성이다. 이들이 개혁세력으로서 민주화세력과 진보진영 세력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동안 노인세대를 대표할 자주적인 조직이 없었다.

몇몇 노인단체가 있지만, 기존 은퇴자들의 사랑방이나 정권의 어용단체에 불과했다. 나이든 세대들은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선심성공약에 넘어가 몰표를 찍는 특성이 있다. 이래서는 노인복지를 해결하기 어렵다. 저희는 이런 관행을 타파한 진정한 노인단체를 만들기 위해 결성됐다. 한국의 고령세대는 OECD 국가 중 가장 열악한 노후를 보내는 세대다.

 

-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초고령사회라는 딜레마에 갇혀 있다.

▲ 한국은 일본이 10여 년 전에 겪었던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고령화 속도도 일본보다 더 빠르다. 수명은 느는데 출산율은 0.8%다. 하나도 안 낳는다. 인구의 15%를 넘으면 고령화,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5%를 넘어 8백만 명에 달한다.

향후 40년 후면 65세 인구가 40%나 된다. 인구의 2천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절반이 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노인들이 가진 역사관이나 정치의식으로는 올바른 민주사회와 진보사회로 가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이들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잘 조직된 노동자단체가 필요하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금방 깨우친다. 하지만 노인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데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나가게 되면서 쉽게 의식이 우경화된다. 노인들의 그런 경험들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 정부의 빈약한 복지정책도 문제다. 정치적 세력이 없는 고령자 ‘경제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데.

▲ 고령화를 맞은 한국의 노인단체들은 시민단체다 보니 노인복지정책을 요구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중앙정부나 복지부, 시에서 지원을 받는 단체다. 저희는 헌법을 토대로 한 노동3권에 기초해서 발족됐다. 적법한 단체행동을 통해 정당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노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향상과 복지문제다. 그 다음 단계가 정치적 각성이다. 먼저 먹을 것을 해결해 줘야 의식도 바뀌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고령화시대에 엄청나게 노인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노인세력화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우리가 도전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도전하고 더 깨끗하게 더 선명하게 더 투명하게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번 한 언론사가 저희 단체를 두고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4대 주도세력 중 하나라 평했지만, 정부나 시로부터 어떤 운영비나 지원도 받지 않았다. 시골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는 유류지원 등을 해주지만 우리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노인세대를 위해 뭔가 해보자는 뜻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지만 정부나 시 당국은 아무 관심도 없다. 노인복지정책을 위한 당국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아예 없다. 서울시가 노인을 위한 일자리정책 등을 추진할 때, 우리와 협업을 하는 등 다양한 지혜를 모으자는 논의를 제의 했지만 묵묵부답이다.

 

- ‘정치・사회’ 의식 부재도 문제다.

▲ 그렇다. 이들 세대는 정치의식 부재도 문제지만, 이렇다 할 정치적 세력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번 총선 때 60세 이상 노인 유권자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지난번 ‘문재인-박근혜’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의 득표율은 28%에 그쳤고, 나머지가 박근혜로 표가 몰렸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때도 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2천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수개월 동안 시위를 했다. 썩어 문드러지고 나라까지 팔아먹을 지경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세대들은 수구정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여전히 과거 시대에 머물러 있고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는 반증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최규재 기자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1000 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 현재 노인의 열악한 처지는 국가가 방기한 결과다. 반면에 노인의 정치적 세력이 없고 목소리마저 없었던 점도 한 원인이다. 이것을 보고 고령화시대에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뭔가 정밀하게 조직화 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감이 앞섰다. ‘조직’ 되지 않은 노인들은 항상 극우 쪽으로 쏠리게 돼 있다.

오래전에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만나게 되면, 어느새 보수화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퇴임한 과거의 동지도 나이가 들어 경로당에 나가면서 자연스레 동화가 되어 버린다. 진보적 민주노총 조합원이면 남과 달라야 하는데, 같이 섞이는 게 현실이다. ‘노인의 조직화’에 시급함을 느끼고 그 문제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

 

- 노인빈곤도 OECD 최고다. ‘줬다 뺐는’ 기초연금도 빈곤의 악순환 원인인데.

▲ 박근혜 정권이 노인기초연금을 시행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쳤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남발한다. 통계를 보면, 50% 이하의 젊은이들은 ‘정치혐오’에 투표를 포기하고 놀러가는 반면, 노인들의 투표율은 80%에 달한다. 정치인들은 이점을 악용해 사탕발림식의 연금제도를 남발하는 것이다.

그것도 진정한 복지연금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호혜’(互惠) 즉, 공약을 했으니 할 수 없이 정부가 베푼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것은 해법이 아니다. 지금의 노인들은 젊은 날에 보리고개를 넘기며, 산업화 시대에 청춘을 바쳐 일만 해 온 세대이기도 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부흥을 이룬 주역이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다.

그러나 이들이 노후가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48.8%가 빈곤층이다. 거의 절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노인자살도 리투아니아와 1, 2위를 다투다가 지금 1위다. 젊은이 자살은 줄었지만, 노인자살은 10년간 두 배로 늘었다. 정부도 언론도 이 문제를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2회로 이어집니다.>

 

▲ 배범식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수료 
   전 쌍용 자동차 노조 위원장 
   전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 초대위원장 
   전 민주노총 초대 부위원장 
   전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촛불) 상임공동대표 
   전 영안모자 고문 / 두산그룹고문 역임
   현 노후희망유니온 상임위원장
   현 민주노조동지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