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5천년 역사를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산업”
“농업은 5천년 역사를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산업”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1.1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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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청년농과 귀농이 어려운 이유는.

▲ 도시와 농촌과의 소득격차 때문이다. 여기에 농업이 첨단화 기계화됐다 해도, 어차피 농업은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또 농업이 땀을 흘리는 힘든 노동과 함께 도농(都農)과의 문화적인 차이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돼 있다.

정부가 지원할 것은 과감하게 지원을 해줘야 청년들의 창농(創農)과 귀농이 늘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스마트 팜’(Smart Farm) 정책도 농민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 사업이다.

도시의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고, 평생 머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해피 라이프 팜’(Happy Life Farm)이 되어야 하지만, 정부대책은 젊은 층의 관심을 끌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소극적이고 미흡하다. 돌아오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지금의 농업 현주소다.

 

- 일본의 귀농인구는 우리와 어떤가.

▲ 일본도 우리와 거의 대동소이하고, 우리처럼 농업지원도 약한 편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가는 정책이 많다. 올 초에 일본에서 있었던 ‘비야 깜빠시나’ 농업회의에 참석 차 다녀왔는데, 일본 정부가 크게 지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나은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농촌에 투자하는 지원책이 우리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농업회의에서 말했던 부분은 농민수당이었는데, 일본 측 농민단체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 측은 농민수당제도는 전 세계 농민들이 뜻을 같이해가야 할 사업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이 하고 있는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양돈업계 피해가 크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피해가 컸던 원인을 무엇이라 보나.

▲ 사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은 관리만 잘하면 저절로 자연치유가 가능한 질병이다. 치유를 하려면 돼지의 면역력을 높여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돈사육 환경이 너무 좁은 공간에서 밀식(密植)을 하는데 있다. 자연치유가 된다 해도 근본적인 사육환경개선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국제규정인 돼지 1마리당 사육공간은 3.3평방미터다.

이 정도 공간은 되어야 건강한 돼지를 키울 수 있고 육질도 좋아진다. 사육장이 넓으면 돼지의 운동량도 많아지고 면역력이 강해져 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까닭에 비좁은 공간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이것이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그렇다고 멀쩡한 산지를 깎아 돈사환경을 넓게 개선할 수도 없다. 환경문제 때문에 그것도 어렵다.

 

- 양돈사육 환경이 국제수준 미달이라는 지적인데.

▲ 한국은 밀식도 문제지만, 사료효율성도 많이 떨어진다. 양돈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넓은 지역이나 산지개발을 해야 하는데, 사실 어느 곳 하나 마음 편하게 사육할 지역을 찾기가 어렵다. 사육장에서 나오는 분뇨와 악취 등도 양돈계가 풀어야 할 문제다. 인구가 적었던 옛날에는 소와 돼지를 집안에서 키웠기 때문에 가축(家畜)이라 불렀다.

인구가 많아진 현재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다두(多頭) 사육을 하지만, 한우와 돼지사육이 환경문제로 인한 민원 등으로 쉽지가 않다. 사육환경이 걸림돌이다. 유럽은 이미 친환경사육을 해오고 있다. 거의 자연환경 상태와 유사한데다 국제규정을 준수한 사육을 한다. 한국은 유럽과의 사육경쟁력에서 그만큼 밀리고 있다.

 

- 과밀사육, 돈균예방 등 해결도 시급한 문제다.

▲ ASF 발생에 따른 중점관리지역과 지자체, 광역시, 도간 생축 반-출입 제한조치로 돼지 이동이 5주 동안 막히면서 경기도 북부지역 농민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돼지생축 뿐 아니라, 분뇨와 사료, 소 생축 반출입도 금지되면서 주거래 도축장이 있는 곳에 돼지가 포화상태다.

앞서 말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양돈장 과밀사육과 시설노후와 파손, 돈균(豚菌) 면역력 저하 등에 대한 문제점을 철저한 관리대책과 해결방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법이 없다.

 

- 날이 추워지면 ASF가 사라질까.

▲ 그렇지 않다. 동절기가 되면 오히려 ASF 제어가 더 어려워진다. 조금은 뜸해지겠지만, 다른 동물 질병과 다르게 잠복기간이 더 길어지고 발견도 더 어렵다. 더운 계절로 바뀌면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재발한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ASF 완전박멸 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

박멸하기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잠시 ASF 발생이 뜸했지만, 파주와 강화에 이어 또다시 경기 북부지역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금까지 모두 22건이 발견됐다. 돼지 살처분만 40만 마리가 넘는다.

 

- 중국도 ASF로 30년 간 사육이 어려워지면서 캐나다 산 돼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 중국은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대국이다. 중국이 만약 우리나라 같은 경우가 됐다면 거의 전멸상태라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중국인은 돼지를 많이 먹는 민족이다. 15억 인구에 돼지공급이 중단되면 민심이 이반돼 시진핑 정권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양돈국가로부터 돼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기 때문에 수입을 꺼리고 있고, 그렇다고 러시아에서 수입하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결국 캐나다 산 돼지를 수입하기로 합의를 했다.

우리 정부도 매우 신중하게 ASF 대책연구를 해야 한다. ASF는 멧돼지 개체수를 줄인다고 막을 수 없다. 불가능하다. 왜냐면 한반도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 때문이다. 철새는 조류독감(AI)을 옮기기도 한다. 이 반갑지 않은 철새들이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문제가 커진다.

농촌의 어느 한 지역에 머물며 서식하다가 분뇨배설이나 사체가 됐을 때 어떻게 막을 것인가. 또 새들이 넓은 돈사(豚舍) 안으로 날아 들어가 분뇨를 배설할 수도 있다. 균이 퍼질 환경은 수없이 많고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도 거의 없다.

 

- 한국농업이 전반적으로 위기다. 농업을 살리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밝혀 달라.

▲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농식품부, 기획재정부 관료들 자신이 곧 농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내가 농사를 짓는 농부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 제대로 된 농정이 설 수 있다. 일반 시민이라는 생각과 농민이라는 생각은 차이가 크다.

농민이 농사지으면 ‘내가 사다 먹고 팔아 주면 되지’ 하는 그런 단순한 마인드로는 어렵다. 우리가 왜 식량자급자족 할 수 있는 나라가 못 되었는지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전농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농업을 단순히 식량만 생산하는 농업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농업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5천년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볼 수 있다.

 

2014년 전국농민회.전여농 쌀개방반대삭발시위 ⓒ위클리서울
2014년 전국농민회.전여농 쌀개방반대삭발시위 ⓒ위클리서울

- 농정관료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 농업이 없어지면 국가도 국민도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농정관료의 사고와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발전은 어렵다. 관료들은 산업분야에 대한 정책을 세우거나 법안을 만들 때, 항상 농업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빼놓는다. 이게 문제다. 그런 관행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한국농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외국에 농산물을 의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농업은 언제나 희생양이었다. 지금이라도 농정당국은 더 적극적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짜야 한다. 획기적인 농업정책마련과 농업을 하나의 골격산업으로 삼고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요원하다. 농업에 종사한지 35년 되었지만, 아직까지 발전된 것이 거의 없다.

 

-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농민공동행동’을 결성했고, 전농 의장으로서 향후 대정부 투쟁과 농업문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마지막으로 밝혀 달라.

▲ 전농은 11월 11일 농성에 이어 오는 11월 30일 농업적폐 청산시위를 할 예정이다. 11일은 경고다. 30일은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농업적폐 문제들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할 것이다.

ASF와 가을 태풍, 농산물 가격 폭락, 농정실패에 이어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선언으로 농민들을 또다시 희생 제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농촌은 이미 고령화로 고사 직전에 있고, 실질적으로 농사를 포기한 상태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 개방이라는 거센 외풍에도 그동안 농민들은 인내하고 견뎌왔다.

그러나 이제 한계가 왔고, 농업붕괴가 코앞에 왔다. 문재인 정부는 강대국 눈치만 보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자주적 농정외교를 펼칠 것과 2016년 촛불시민이 명령한 목소리를 깊이 새길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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