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 같은 여행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 같은 여행길이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11.1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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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호주 브룸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열세 번째 이야기.

 

내 친구 앤디는 우리 아빠랑 동갑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6년만에 내가 살았던 집을 찾아가 집주인 앤디를 만났다. 그는 오늘도 나에게 굿뉴스를 물어보았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10년 지기 내 친구 앤디는 우리아빠랑 동갑이다. 내가 일했던 리조트의 오너이자, 내가 살았던 쉐어 하우스(여러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이나 화장실 그리고 주방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의 집주인이자, 나의 친절한 영어 선생님인 앤디와 한참 수다를 떤 후 썼던 일기이다.

He told me, "My dream is just for one day like you. But I cannot do that." He's on the wheelchair. Suddenly I feel very sorry for him. And I think I need to appreciate my life more. The one that I have today is a dream to someone.

(그가 말했다. "내 꿈은 딱 하루만 너처럼 사는 거야. 하지만 난 못 해." 그는 휠체어에 앉아있다. 난 너무 미안해졌다. 그리고 내 삶에 더 감사해야겠다고 느꼈다. 나의 오늘이 누군가에겐 꿈이다.)

앤디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가 오늘도 눈을 떴단 말이야?” 라며 하루를 시작함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나에게 오늘의 ‘굿 뉴스’를 물어 보았다. 처음에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오늘 진짜 평범한 하루 였는데 좋은 소식이 뭐가 있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앤디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대답은 달라졌다. 오늘은 점심이 무척 맛있었다고, 혹은 오늘은 참 예쁜 노을을 봤다고 대답을 하게 되었다. 앤디와 함께하면 매일 매일이 감사한 일과 멋진 일들로 채워져 갔다.

젊은 시절 히말라야 등반을 했고, 여행을 엄청 좋아하던 앤디가 20대 중반에 사고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멋지게 살아오는 모습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앤디는 호주 브룸에서 엄청 유명한 리조트&스파의 오너이며, 자신의 꿈이었던 카페까지 지었다. 부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몸이 불편한 것이 삶에 어떠한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싶은거다.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 세상 누구보다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멋진 내 친구 앤디(Andrew Guidera)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멋진 인도양을 배경으로 태양과 함께 사진 찍는 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 '브룸'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그레이 노마드 (은퇴하고 캠핑카 등을 이용해서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 가 어울리는 곳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앤디! 이토록 아름다운 브룸에서 얼마나 지낸 거야?”

“내가 35살이 되던 해인 1996년, 남쪽 애들레이드에서 브룸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으니 20년이 훌쩍 넘었지."

“브룸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왜 브룸에 와서 살게 된 건데?”

“브룸은 1년 내내 날씨가 따뜻하거나 덥잖아? 1년 중 6개월은 정말 완벽한 날씨지.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5월에서 10월까지 정말 환상적인데 그 날씨가 좋아서 브룸으로 오게 되었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날씨 외에도 너무 멋진 곳들이 많아서 쭉 이곳에서 살고 있지.”

“브룸은 어떤 곳인데?”

“약 14,00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브룸은 아주 친근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지. 케이블 비치라는 아름답고 유명한 바다는 서호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다로 꼽히기도 했어. 그 멋진 인도양을 배경으로 태양과 함께 사진 찍는 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지”

“맞아. 나도 이번에 브룸에 갔을 때 케이블 비치를 가장 먼저 찾았고, 노을이 질 때 까지 기다렸었어. 물론 사진도 수 십장 찍었지. 하하”

“응. 많은 호주 사람들이 다른 호주 지역이 추워졌을 때 이 곳 브룸으로 여행을 와. 특히 차를 가지고 오는 노년기 사람들이 많은데 ‘그레이 노마드’라고 부르기도 해.”

“그레이 노마드?”

“은퇴하고 캠핑카 등을 이용해서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와! 멋지다. 나도 오늘부터 그레이 노마드가 꿈이야.”

“주나는 이미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브룸에 여행을 와서 일도 했잖아. 브룸에 오고 싶어 하는 젊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일상을 이미 살아 본거지.”

“맞아. 브룸에서의 시간은 내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었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세계여행도 하고 있는 거고. 앤디도 여행 좋아하지?”

“응. 나도 여행을 굉장히 좋아해. 세계 각지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참 좋아하고, 다른 문화와 생활 방식을 체험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해. 내 취미는 식사인데 특히 아시아 음식을 좋아해. 그래서 아시아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 문화, 음식 등등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참 많은 것 같아. 한국에도 여행 왔었지?”

“응. 서울에 갔었어.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관대했지.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음식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어. 언젠가 꼭 또 다시 한국에 가보고 싶어.”

“호주 사람 중에 한국에 가봤다는 사람을 거의 만나보지 못 했는데 앤디는 정말 많은 나라들을 다닌 거 같아. 첫 여행은 어땠어?”

“태어나서 처음 여행을 갔던 곳은 피지랑 캘리포니아야. 처음이라 그냥 설레기만 했는데 함께 여행을 간 친구 덕분에 해외여행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지.”

“맞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여행도 처음은 서툴 수밖에 없는 거 같아. 난 첫 해외여행이 유럽이었는데 여행 계획을 왜 세워야 하는지도 몰랐다니까? 그런 내가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니 참 신기하지. 그 후의 여행은 어땠어?”

“두 번째 해외여행은 25살 때 발리와 동남아시아 여행 이었는데 그때 여행에 대한 마음과 생각이 확 바뀌었어.”

“여행에 대한 마음과 생각?”

“여행이라는 것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멋진 경험은 맞지만 여행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거야. 내가 파키스탄에 갔을 때는 화장실도 거의 없었거든. 그런 다름을 알아야 하고, 항상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 그래야 여행도 계속 될 수 있지. 그냥 신나는 마음만으로는 절대 안 돼.”

“무척 공감하는 말이야. 나도 여행이 길어지고,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면서 수많은 문화적, 경제적 다름을 느끼고 있어. 설레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 두근거리게 만드는 거 같아.”

“맞아. 여행은 나에게 휴식처 같아. 삶을 바라보는 시간을 주거든.”

“멋지다. 삶을 바라보는 시간. 그 시간을 계속 할 거야?”

“당연하지. 내 꿈은 은퇴하고 아시아에서 사는 거야. 그 속에서 매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싶어.”

“앤디의 여행 이야기도 멋지지만, 앤디의 삶도 참 멋지다고 생각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

“가족관계. 이보다 중요한건 없어. 부모님과 형제, 자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존경해야 해. 그리고 때때로 그들은 용서할 수도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 비치에서 머무는 이유. 바다, 태양 그리고 바다에서 태양이 사라진 후.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오랜만에 앤디와 긴 식사를 나눈 날. 식사를 나눴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앤디에게 식사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앤디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참 예쁜 단어들을 사용하게 된다. 존경, 용서, 행복, 휴식처 등등.

그리고 앤디와 식사를 할 때면 항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안부를 묻고 애피타이저를 주문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애피타이저가 나온다. 애피타이저를 먹으면서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메인 메뉴가 나오고 천천히 먹으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다 먹고 치워 줄때 다시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디저트를 주문 한다. 디저트가 준비 될 때 까지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다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가 취미라고 말하는 앤디는 아마도 취미가 대화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긴 식사와 대화 속에서 앤디는 늘 삶의 감사함과 오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평범한 나의 하루도 누군가의 꿈으로 만들어 주는 멋진 내 친구 앤디. 은퇴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앤디와 식사를 하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평범한 나의 하루도 누군가에게는 꿈인데... 심지어 많은 사람들의 꿈인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꿈일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 같은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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