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국내를 넘어 해외부패방지법을 보자. 한때 미국 등 선진국도 부패가 심했는데.

▲ 1977년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가 해외부패방지법(FCPA, Foreign Corruption Practice Act)을 만들었다. 이 법은 체계적으로 상당히 진전된 중요한 법이다. 이 법으로 해외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문제를 규제하는 활동에서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는 전임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Water Gate) 뇌물스캔들 사건 때문이다. 조사과정에서 엄청난 뇌물공여 혐의가 확인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해외공무원뇌물방지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 우리사회 고위층부패를 막기 위해 ‘김영란 법’이 제정된 지 3년 됐다. 각국에서 이법을 배우러 온다는데.

▲ 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김영란 법을 배우러 여러 나라에서 온다는 말을 들었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의 시진핑 정권도 부패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맥락에서 볼 때 청탁금지법은 적절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정청탁금지법을 제정할 때 빠진 이해충돌방지법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예고 하였는데, 조속한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부패지수가 높을수록 사회통합은 어떤가.

▲ 대체로 부패점수와 비례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패가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사회통합도 잘 안 된다.

 

- 한국의 뿌리 깊은 연고주의가 선진국과 문화개념이 틀리지 않나.

▲ 부패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개인의 행위결정의 문제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개인의 행위에 영향을 주는가. 제도나 사회구조 시스템이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개인의 의식이나 도덕성, 윤리의식이 있다. 마지막이 ‘문화=컬처’다. 이는 서로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연계된 조합 속에서 영향을 받는다. 시스템도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가 있다. 제도도 선거제도부터 사법제도, 시장질서 등이 있다. 그 사회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가지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한국인의 경우 지역연고주의, 학벌주의 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인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듯이. 어떤 것이 더 좋은가를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문화의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의무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경우 개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개인의 권리의식에 버금가는 책임의식이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 ‘권리주장은 높고’ ‘책임은 낮다’는 지적이 많다.

▲ 유럽인들은 개인을 중요시 한다. 그러나 권리의식에는 책임의식이 함께 가야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집단문화적 경향이 강하였지만 최근에는 서양의 개인주의가 들어오면서 그것이 점점 해체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개인의 권리의식은 굉장히 발달해 있다. 그러나 권리와 함께 가져야 할 책임지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실정이다.

 

- 2020년 6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 AICC가 서울에서 열린다. 회의주제가 무엇인가.

▲ IACC(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 국제반부패대회)는 부패추방을 위한 토론을 하고 정보교환을 하는 장이다. 내년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1500명의 인사들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내 예상으로는 2000명 정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부패문제에 대해 일을 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보면 된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이 행사는 각국 정부와 공공부문, 시민사회, 국제기구, 기업, 언론, 반부패 전문가, 청년활동가 등이 참가한다. 19차 IACC 의제는 '2030년을 설계하다 : 진실, 신뢰 그리고 투명성(Designing 2030-Truth, Trust & Transparency)'다. 세부 분과프로그램은 의제를 신청 받아서 구성한다. 지난해 18차 대회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고 130개국 인사들이 참석해 워크숍과 세션, 영화제, 뮤직페스티벌, 전시회에 16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 한국이 투명사회로 거듭날까.

▲ 우리로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큰 행사다. 이 회의는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개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실질적으로 한국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에 대해 잘못된 오해나 왜곡된 문제들이 대외적인 홍보를 통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는 이를 계기로 좀 더 깨끗해지고 좋은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대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몫이다.

 

- IACC 대회준비를 맡고 있는데.

▲ 보통 국제행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게 많지만, 이 대회는 민간이 정부와 함께 만들어 간다. 민간이 적극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그에 대응한 준비 기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제19차 IACC의 주체 중의 한 단위다. 19차 IACC는 IACC위원회, 국제투명성기구, 국민권익위원회, 한국투명성기구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IACC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준비하는 행사다.

 

- 분야별 적폐적인 부패현황을 짚어보자. 최근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사회통합을 가로 막는 사법부 전관예우가 여전하다.

▲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다. 어떤 사람들은 ‘유능한 인재를 다시 써야 할 것 아니냐?’고 하는데, 물론 이 말도 맞다. 정부가 유능한 인적자원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보다 다시 활용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잘못된 관계를 형성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있다.

 

- 지방 토호세력과 사법기관 등이 결탁한 토착비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 토착비리 근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문화적, 제도적 시스템 문제와 결부되는 문제다. 과연 법만으로 제대로 정착시킬수 있을지? 법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바꿀 수 있는 길은 문화다. 문화만이 생각을 바꾼다. 물론 당장에 효과는 나지 않는다. 매우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 소수 권력집단이 문제다.

▲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정이다. 다음이 신뢰다. 토착비리는 같은 지역사람들과 같이 뿌리 채 엮여 있다. 한국은 일상에서 주고받는 뇌물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 영역에서는 선진국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그러하다. 동사무소에서 급행료를 주거나, 교통경찰에게 주는 뇌물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그런 면에서는 한 자리 숫자의 선진국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뉴질랜드와 비슷한 수준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권력집단과 사회 상층의 문제이다. 한국의 부패 유형을 에리트 네트워크형 부패라고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엘리트가 문제라는 것이다.

 

- 진정한 선진국은 신뢰와 윤리, 도덕, 매너 등이 요구되는 사회다. 지나치게 물질중심 사회가 된 한국이 청렴국가로 거듭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마지막으로 전해 달라.

▲ 먼저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기업 대표든 회장이든 먼저 기본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 제도도 중요하고 문화도 중요하지만 기본이 먼저다. 이런 기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법을 떠나 모든 국민들도 안다. 장관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공무원으로서 기업가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로남불’ 이 있다. 자신이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갑 질이 나오고 부패와 비리가 발생한다. 인간사회는 어디든지 일종의 합의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법이 될 수도 있고, 문화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윤리적, 도덕적, 배려심 등 사회적인 기본소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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