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 구축해야”
“양극화 해소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 구축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2.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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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의연대 양건모 OGP 공동위원장 - 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지난 10일 석탄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고 김용균 청년 사망 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노동 현실과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하다. 노동현장은 법은 있어도 바뀌지 않고 있다. 2950원 하는 방진 마스크조차 사주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1일 평균 3명이 노동현장에서 명을 달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불투명하고 반칙이 만연된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어두운 탐욕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정의연대 양건모 OGP 공동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빅토르 위고는 “노동은 생명이며 사상이며 광명이다.”고 설파했다. “노동을 미워하는 자만이 고뇌를 맛본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병원, 보건 관련 노동 현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약사 출신으로서 약관 25세에 전국병원노련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양건모 정의연대 OGP 공동위원장은 “사회 양극화 해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同一勞動 同一賃金)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같은 대학 나왔는데도 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임금 차이가 몇 배나 난다.”고 지적한다.

양 위원장은 이어 “이제 시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노동운동하는 분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할 것을 말하고 있지만,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반대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문제는 더이상 기존의 노조 단체에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그런 영역을 넘어섰다. 사회 전체적 합의를 통해 20~30년 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정착되도록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건모 위원장을 마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화여대 행정학 박사이자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인 양 위원장으로부터 한국사회 노동문제와 사회 양극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반부패문제, 보건노동문제, 우리 사회 갈등문제, OGP 등을 짚어본다. 3회에 걸쳐 연재된다.

 

- 정의연대 연혁과 OGP에 대해 간략히 말해 달라.

▲ 정의연대는 2012년 10월 '평범한 사람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결성된 민간단체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다. 그에 따라 세월호 진상조사와 안전사회 만들기, 비리 공직자와 정치인 고발, 사드 철회, 한반도평화, 평화 마라톤 등을 펼쳐왔다.

정의연대국민개헌위원회는 지난 대선에서 야권 3당이 합의한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국민투표제, 지방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회권 강화 등 개헌과제를 추진했다. 헌법개정 과정에서 '반헌법 행위자·부역자의 처벌’을 헌법에 명시하는 활동도 전개했다.

또한 내란이나 부정선거, 학살, 고문, 반인권, 부정부패 등 같이 헌법을 위반한 사람, 국가반역 동조자-가담자처벌과 공직 배제법 제정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OGP는 정부와 시민단체 협력을 기반으로 한 각국 정부의 투명성 증진과 부패 척결, 거버넌스(Governance, 공공경영)를 위한 신기술 활용, 시민참여 활성화를 통해 투명하고 열린 정부 파트너십(OGP, Open Government Partnership)을 구현하는 국제협의체를 말한다.

한국은 그동안 OGP 운영 위원이었으나 내년 2020년에 의장국이 된다. 내년 6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국제투명성기구(IACC) 서울대회에 정의연대가 참여단체로 가입해 있다.

 

- 1987년대 25세 때부터 병원노조 등 보건노동운동을 하다가 현재는 반부패운동을 하고 있다. 당시 노조가 없었던 병원의 노동 현실은 어땠는가.

▲ 일단 우리 사회가 그동안 너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7년에 이대병원 약사로 근무하면서 노동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1990~1995년만 하더라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들 즉, 간호조무사들은 결혼과 동시에 퇴직을 해야 했다.

약사는 결혼해도 퇴직하지 않아도 됐지만, 간호조무사는 퇴직해야 했다. 그래서 결혼하면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며 살았다. 1987년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불면서 병원에도 노조가 태동할 무렵, 노조원들이 나이 어린 나를 병원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추대했는데 이때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었다.

간호조무사가 45세까지 결혼해도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항목을 넣었다. 일차적 협약이지만 차후에 더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노조원들로부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지금도 많이 듣고 있다.

 

- 일반 시민단체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급속도로 바뀌었고, 요소요소에서 변한 것을 많이 체감한다. 변화된 그런 것들이 서로 뒤엉켜 혼재돼 있다.

그런 와중에서 지역별, 단위별 시민단체 등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났지만, 최근에는 큰일을 앞두고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열악한 시민단체들은 운영자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운영자금을 구청에서 지원해주고 있거나,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기도 하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구청의 비리가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공공기관 비리 문제로 증언을 해달라고 해도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 노동운동도 양극화된 현실이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정당인으로서 더욱더 필요할 텐데.

▲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민주화됐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많은 비리가 잔존해 있다. 본래 저는 정치를 하려 했던 사람은 아니다. 그동안 시민단체 운동하느라 내가 번 돈을 다 쓰고 하다 보니 지금은 여력이 없다. 정의로운 일을 했다고 생각을 하면서 ‘들에 핀 백합화를 봐라, 하늘에서 다 먹여 살리지 않느냐….’ 순진하게 그런 줄 알았다.

물론 제가 약사 출신이기 때문에 먹고 사는 데 부족한 것은 없었지만, 그동안 시민운동 하면서 돈을 많이 썼다.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하면 중하위 수준에 있다. 남들이 보면 진짜 일반 서민이다. 먹고 사는 거야 약사 면허증이 있으니 알바를 해서 먹고 살겠지만, 정치할 큰돈은 없다.

 

- 거대 노조는 회비를 받기 때문에 운영자금은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 일반 시민단체는 자금이 없고 사람을 모으기도 힘들고 돈도 걷기 힘들다. 거대 노동조합은 정기후원금이 걷힌다. 초기에는 개인적으로 노동조합도 힘들었지만, 1~2만 원씩 의무적으로 걷히는 회비로 운영이 가능했다.

조합원 1만 명이 1만 원을 내면 월 1억 원이다. 노동조합을 이끌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장 성취하고 싶었던 목표가 ‘사회 양극화 해소’였다. 그다음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 지난 6·3선거에서 노원구청장 출마를 하는 등 나름의 정치적 행보를 보였는데.

▲ 앞에서 말한 양극화와 동일임금 문제들을 정의연대와 연계하면서 우리 사회 부조리한 문제들을 살펴보는 등 세월호 문제까지 제기해 왔다. 그러다가 이 문제를 확산하려면 선거공간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 2016년 국회의원 출마도 했다.

▲ 이화여대와 광운대(노원구)에서 강의와 시민특강을 하고 있었는데, 노원구와 인연이 닿아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여성위원회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대선 캠프에서 4차 산업 관련 특위위원장을 맡는 등 나름 열심히 뛰었다.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다.

하지만 내부경선 없이 중도하차하는 고배를 마셨다. 노원구는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선후배 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진 남성 중심 정치인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터가 센 곳이다. 나중에는 구청장 선거에 참여했지만, 선거에서 졌다. <2회로 이어집니다.>

 

 

▲ 정의연대 양건모 OGP 공동위원장

30년간 시민복지, 노동운동, 정치개혁 등을 전개한 여성인권운동가
이화여대 행정학박사
서울대학교보건학석사
광운대(노원) 외래교수
서울시 혁신평가위원
행정안전부 OGP 포럼 
의보통합시민연대 사무국장
전국병원노련 위원장
정의연대(NGO) 공동대표
6.13 지방선거에서 노원구청장 후보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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