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법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다.

▲ 재벌 총수들은 밑에 있는 사람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는 등의 말로 덮고 가려 하는데, 이것은 마치 옛날 임금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법 위에 있었던 왕국이나 마찬가지다. 재벌공화국도 아닌 세습 왕국이다.

지난 촛불 시민 사회의 힘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명박까지 구속해서 어느 정도 법체계를 갖췄지만, 경제 권력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않다.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기 때문에 경제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러나 재벌총수의 범법 행위에 대한 ‘법의 지배’(Rule Of Law)조차 안 되고 있다. 촛불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했어도 지지도가 50%가 안 되는 40%대다. 박근혜 때보다는 높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서 공정사회를 말할 때, 일시적으로 정치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임기 5년이 끝나고 어떤 대통령을 평가할 때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 여당 내에서조차 불공정이 만연하다.

▲ 예컨대 금융 분야에는 금융위원회가 있고, 국회에서는 정무위원회가 담당한다. 또 재벌문제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 문제도 정무위원회에서 맞고 있다. 이것은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여당의 젊은 초선의원이 있었는데 인터넷은행 금산분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개악 법안을 여당 주도로 통과를 시키면서 상임위를 바꿨다. 그 의원은 다시 교육위원회로 갔다.

여기서도 여당 의원 사이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런 상황이 촛불 국회에서 일어났다.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후원금을 보내면서 응원을 했는데, 국회의원조차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동력을 받을지 의문이다. 각 부처가 같이 씨줄 날줄처럼 서로 얽혀서 국가가 돌아가야 한다. 또 각 부처가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현행 법률 체계 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 포용과 공정사회 가능할까.

▲ 포용도 좋고 공정도 좋지만 매년 자꾸 바꾼다고 되는 건 아니다. 과거에 김영삼 대통령이 국제화를 내세우다가 다시 세계화를 내세웠다. 세계화 추진위원회까지 했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에 외환위기가 오는 것을 숨기려다가 심각한 위기를 더 크게 맞았다.

경제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공정문제는 사회문제와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공정사회를 만드는 첩경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와 같은 사람들의 불공정 등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을 점수로 매기면 10점 만점에 –10점이기 때문에, 9년 동안 –20점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경제가 구조적으로 양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었고, 그 이전에 생산과정에서 재벌이 중소기업을 수탈하고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비정규직에다 여성노동자, 저학력 노동자 착취도 심했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10점 만점에 –1점 정도로 본다. 이런 평가는 2020년을 맞으면서 10점 만점에 –3점으로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 전후 수준이라지만, 작년에 반도체 수출 부진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면서 순위로는 7~8위권이다.

덩치는 커졌는데 건강함과 건전성, 체질 등이 계속 악화되는 상태다. 재벌총수와 대형 로펌, 언론, 검찰, 고위관료 등 사법부의 부패 오염 또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부패 등에 대한 공수처 설치로 부패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본다.

 

- 공수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 너무 소규모체제로 출발을 했고, 재벌총수들이 저지른 경제범죄는 공수처 소관이 아니다. 윤석렬 검찰총장도 별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경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경제부처 장관에 관료 출신을 쓰는 게 이명박근혜 때보다 오히려 더 못한 점이 있다. 청와대의 정책 실장 제도가 부활했다. 과거 ‘장하성-김상조’ 지배체제에서 장하성 씨는 자유한국당에 의해 물러났지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앞으로 청와대에서 하는 행정부 차원의 경제정책이 –3점에서 더 후퇴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주 52시간 문제나 구조개혁을 했다고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아니고 규제개혁인 것처럼 보인다.

 

- 규제만 강화하는 상황인데.

▲ 2007~2009년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한 전 지구적인 금융위기에 우리는 외환위기로 발전됐다. 아시아에서 외환 문제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우리의 자본체제는 국제적 자본이동을 더 규제하는 규제강화가 필요한 나라다.

자본과 금융이 그때마다 형태가 바뀌면서 서로 엉켜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경제구조를 보인 때가 2008년이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4대강 문제에 대한 촛불 정부의 대안이 안 보인다.

공수처가 생기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은 없고 계속 규제개혁만 한다. 환경규제나 재벌규제, 금융규제, 노동규제 등 강화할 것은 강화해야 함에도 오히려 옥죄고 있다. 혁신이 이뤄지는 것처럼 하면 도둑질하는 혁신 착취의 혁신, 수탈의 혁신으로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받는 혁신이 될 것이다.

 

- 국제문제로 가보자. 트럼프가 미-중 문제를 ‘타협 무드’로 끌고 가고 있다.

▲ 개인적으로 1980년대 10년 동안을 미국에서 유학하며 보낸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미국보다 현재의 미국은 내부적으로 더 양극화되고 불공정한 나라다. 대부분 유럽국가에 비해서 미국은 불공정한 나라다.

미국보다 우리가 나은 것은 북유럽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건강보험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그동안 외국에 선심을 쓰는 것 같으면서 이익을 챙겨왔던 정책,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국민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가 간파하고 지난 대선에서 당선이 됐다.

트럼프는 올해 11월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면에서 점수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능성들이 커지면서 중국과 아주 낮은 수준에서 무역 타협을 한 것이다. 결국은 트럼프의 지지율에 달려 있다.

 

- 무역분쟁 해소될까.

▲ 지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과거의 전 단계로 간 것은 아니다. 미국이 몇 단계 추가 고율 관세 등으로 묶었던 것의 일부를 동결했을 뿐이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더 사주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기술이전 문제와 특허문제, 중국의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자국은 빼고 유럽이나 한국에까지 강요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가진 규제카드들은 많다. 특히 중국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아니어서, 얼마든지 미국 정치인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을 때릴 수 있는 공개된 히든카드가 많다. 트럼프도 재선되는데 필요한 만큼만 카드를 써먹을 것이다.

 

- 어떤 카드가 있는가.

▲ 미국이 중동에 대해 70년대부터 석유카드를 써왔고, 지금도 이란과 석유 문제로 분쟁을 하고 있다. 중동은 국제정치에서 정치가 매우 취약한 나라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때 튀니지나 이집트 등에서 ‘자스민’ 혁명이 있었지만, 선거만 있었을 뿐 민주주의는 정착되지 못했다.

이슬람 국가 간의 패권문제도 변수다. 중동은 원래 영국이 지배하던 지역인데 2차대전 후에 미국이 들어서면서 70년 동안 중동을 활용해 왔다. 이란은 이란 입장대로 핵이 아니면 자신들의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라 종교적인 방법에 의존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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