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자본가에 굴복한 ‘노동정책’…양극화 가속”
“보수 야당·자본가에 굴복한 ‘노동정책’…양극화 가속”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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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지만, 외형과 달리 빈곤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계층이 있다.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불공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1919년에 창설된 국제노동기구가 100년을 넘었고, OECD 국가들이 국제노동 비준협약을 준수하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만 하지 않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보장도 미약하다. 무노조경영으로 일관했던 삼성에 노조가 출범했으나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러 면에서 어려움과 고통이 있다.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인간의 삶의 질을 영위해 가는데 무엇이 얼마만큼 달라지고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고 밝히는 이수호(70)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고 전태일 열사와 동갑내기다.

이수호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비롯해 촛불을 들고 일으켜 세운 정부답게 처음에는 노동존중사회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에 모두가 기대와 희망을 가졌다. 물론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자본가들의 강한 저항이 있었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너무 빨리 정책을 포기해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더 심해진 사회 양극화를 묻자 “노동존중사회와 같이 맞물려 소득주도성장 같은 정책들은 폐기된 채, 기업을 더 우선시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결국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고, 강요당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양극화의 그늘에 있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너무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생활의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한국경제가 국민총생산액이 3만 불이 넘었지만, 어려운 계층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왜곡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갈하는 이수호 이사장을 전태일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2020년은 전태일 열사가 서거한 지 50년을 맞는 해다. 그러나 50년 전에 외쳤던 그의 근로기준법 준수나 노동인권, 노조 문제 등은 아직도 풀지 못한 상태다. 이수호 이사장으로부터 전태일 열사 일생과 영화 ‘태일이’ 제작, 불공정, 양극화, 정부의 노동정책, 공정사회 문제 등을 짚어 본다.

 

- 2017년 촛불 정부가 출범하고 2020년을 맞았다. 초기에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던 정책이 퇴색한 느낌이다. 여전히 불공정이 횡행하고 노동자 권익과 인권개선이 나아지지 않았다.

▲ 얼마 전에 마사회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55일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고, 그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답답한 심정이다. 기수라는 직책이 특수고용이고 소속이 애매하다는 이유와 함께 갑질로 고통받던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마사회의 잘못된 구조에 항거하다가 끝내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7명이나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마사회가 그에 대한 근본대책이나 원인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청와대까지 가서 해결해야 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상황이 매우 힘들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도 힘들 지경이다. 사회가 제대로 안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청와대 앞으로 모여야 하는 시국이 참으로 안타깝다.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공정사회’를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부정적이다.

▲ 노동자를 비롯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으켜 세운 촛불 정부답게 처음에는 노동존중사회를 통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가 기대와 희망을 가졌었다. 물론 이 정책에 대해 야당과 자본가들의 강한 반발과 저항이 있었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너무 빨리 정책을 포기해 버린 느낌이다.

노동존중과 같이 맞물려 있는 소득주도성장 등과 같은 정책들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재벌과 같은 기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국은 노동자 희생이 더 강요당할 수밖에 없고 강요당하고 있다. 지금 비정규 문제나 마사회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더 심화된 상태다.

양극화의 그늘에 있는 저소득 노동자들 대부분이 너무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실질적인 생활의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국민총생산액이 1인당 3만 불이 넘었고 많은 긍정적인 지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계층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왜곡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대기업 불공정이 여전한데.

▲ 우리나라의 재벌정책은 기본적으로 어떤 불평등이나 불공정을 떠나 무조건 눈감아 줘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강하다. 대기업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심에 있다는 생각과 ‘거대 재벌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 하는 잘못된 시각이 팽배해 있다.

현 정부도 거기에 굴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말 안 좋은 거다.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직시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불평등 구조개선과 공정사회, 정의사회를 위해서 좀 더 과감하게 갈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왔고 그런 사례들을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조금은 아프고 저항도 있겠지만, 과감하게 헤쳐나가야 진정한 촛불 정부라 할 수 있다. 여론에 떠밀려 할 수 없이 하는 척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된다.

 

- 여당의 촛불정신이 퇴색한 것 아닌가.

▲ 여당도 결국은 보수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런 색채를 지우기 어렵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에 불과했고, 또 그런 한계성을 보여 줬다. 특히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패거리 중심의 정치형태는 건강한 사회를 해치는 일이다. 여당이 이점을 깊이 반성을 해야 한다.

 

- 50년 전 전태일 열사 때와 비교한다면.

▲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에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산화했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5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외형적으로 경제가 많이 발전하고 풍요로워졌다고 하지만, 여러 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과 고통이 아직도 여전하다. 올해로 전태일 50주기를 맞았음에도 정말로 우리 사회가 인간의 삶의 질을 영위해가는데 무엇이 얼마만큼 달라지고 기여했는지를 놓고 볼 때 아직도 멀다는 느낌이다.

 

- 정치권 인식은 어떤가.

▲ 정치권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로도 그랬지만, 이른바 여야 거대 정당의 극한대립으로 치달아 왔다. 우리 정치가 너무 대립에만 완전히 매몰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매니페스토(정책)들이 서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좋은 정책들을 가지고 서로 다투고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 야당은 여당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면서 심지어 독재라는 용어까지 쓰고 있다. 극한대립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계속 헤어나지 못한다면, 상당히 퇴보할 수밖에 없다. <2회로 이어집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 제10대 전태일재단 이사장
  2015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2011 노나메기재단 설립 추진위원회 대표
  2010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2010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2008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2008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위원회 위원장, 비대위원
  2008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2004~2005 제4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2001~2002 제9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1998~2004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사
  1989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
  1986 서울YMCA교사회 회장
  1977 신일중학교, 신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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